[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야놀자도 여행 산업에서 숙소·레저·식당을 운영하는 공간 사업자부터 예약 사이트와 여행객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통해 모두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같은 기술의 혜택을 체감하게 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김종윤 야놀자 부문대표의 말이다.
 
‘숙박 아마존’을 표방하는 야놀자. 하지만 각종 논란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수수료와 광고료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 착취 논란과 함께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의 야놀자 내 리뷰가 가장 많은 펜션 인수 등 불공정 논란이 그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야놀자가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라는 데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플랫폼 기업의 구조적 특성을 이용해 소상공인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소상공인들을 이용해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행태를 띠고 있다.
 
독점 플랫폼 기업의 수많은 병폐를 살펴보면 야놀자의 겉과 속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FTC 위원장 리나 칸이 강조하는 독점 플랫폼의 위험성
 
플랫폼 기업의 독점문제를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 중 한명이 바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 위원장 리나 칸이다.
 
지난 6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FTC의 위원장에 32세 여성 법학자 리나 칸이 취임했다. 리나 칸은 FTC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南아시아계 수장으로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빅테크 기업 독점 문제를 비판해온 학자다.
 
리나 칸이 파격적으로 FTC 위원장이 된 것은 예일대 로스쿨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017년 발표한 졸업논문 한 편 때문이었다. 당시 29세였던 리나 칸은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란 논문을 작성했고, FTC 위원장 임명 상원의 표결 결과는 69대 28로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
 
리나 칸은 자신의 논문에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단기적 소비자 편익, 즉 가격 인하 효과만 있으면 독점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며 “경쟁을 촉진하려면 프로세스 및 구조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나 칸이 이 같은 주장을 한 배경에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에 있다. 플랫폼 기업은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면 후발주자들의 경쟁이 불가능해져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이 과정에서 손해를 노동자와 공급자에게 일정부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시작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2017년까지 고객 한 명 당 11달러 손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단기적 수익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장지배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사업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이윤을 내지 않더라도 시장을 독점하면 주가 시세차익 만으로도 모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 같은 시장의 독점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클라우드까지 사업 분야를 넓혀갔다. 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잘 팔리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리나 칸의 논문에 따르면 UPS는 최대 고객인 아마존에 70%이상의 배송료 할인을 제공해주고, 다른 사업자에게 배송료를 올린다. 이는 결과적으로 판매자들이 아마존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다른 사업자들은 피해를 보게 됐다.
 
리나 칸은 “한 시장의 독점력이 교섭력을 만들어냈고, 이 교섭력이 다른 시장으로 확장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개인 소매업자나 소기업들은 최대 플랫폼 기반 기업인 아마존이 독점해 깔아 놓은 기차 레일(온라인 판매망)에 올라타지 않으면 상품 판매가 불가능한 구조에 강제 편입, 결국 최대 경쟁자에 의존하는 처지가 된다”고 밝혔다.

리나 칸은 플랫폼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으면 독점기업이라고 지정하고, 플랫폼 기업의 독점문제에 대해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나는 기업을 사업 분야별로 분할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전력이나 철도와 같이 공익 기업 규제를 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온라인 발표 즉시 재계와 법조계에서 15만여명이 열람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수십년간 굳어진 반독점법을 재편성한 논문”이라고 소개했다.

리나 칸 FTC 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리나 칸 FTC 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 리나 칸의 논리로 본 야놀자와 그 민낯
 
야놀자는 데일리호텔에 이어 인터파크까지 각종 숙박·레저 예약 서비스 기업들을 인수하며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대한숙박업중앙회에 따르면 야놀자의 국내 숙박 시장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야놀자는 숙소·레저·교통·식당·쇼핑 예약까지 하나의 앱으로 여행과 여가활동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야놀자의 사업 확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놀자는 그동안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클라우드 기반의 호텔 서비스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 사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해준 소상공인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높은 수수료와 비싼 광고료인 듯하다. 야놀자는 소상공인들로부터 광고비와 수수료도 받고, 데이터까지 제공받는 것이다.
 
숙박업주들이 야놀자에 지불하는 예약 수수료는 매출의 약 10~15% 수준이다. 여기에 광고를 별도로 집행해야 한다. 야놀자 앱 내 광고 상품은 44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업주들은 저렴한 광고를 집행하면 앱 상단에 노출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비싼 광고 상품을 구입한 순서대로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숙박업자 A씨는 “저렴한 광고 상품을 구입하면 상단에 노출이 안 된다”며 “계속 더 비싼 광고 상품이 나와 업주들로 하여금 광고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숙박업자 B씨는 “광고비를 안 쓸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점점 더 비싼 광고 상품을 내놓고 있다. 결국 헤어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진 형국”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야놀자가 고객 서비스로 주는 할인쿠폰을 광고료에 포함해 가맹 업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나이스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수료 논란에 대해 “야놀자 수수료는 최대 6.5%로, 해외 주요 OTA(Online Travel Agencies) 포함, 타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최저 수준”이라며 “수수료는 24시간 CS 대응, 영업 및 마케팅 등 일체 업무l 를 모두 대행하는 비용까지 포함한 것으로, 최소한의 운영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고 구매 여부와 구매할 광고 상품은 고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상품에 따라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제휴점 상황과 필요한 노출 및 예약건수에 따라 광고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배보찬 야놀자 대표. [사진 = 연합뉴스]
배보찬 야놀자 대표. [사진 = 연합뉴스]

◇ 이수진의 펜션운영,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내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을 파는 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을 판매하고, 아마존에서 홍보까지 해준다면 어떨까? 야놀자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 일어났다. 이수진 총괄대표가 강원도 홍천에 소재한 펜션을 인수한 것이다.
 
야놀자는 2018년 휘게리 홍천 하우스를 오픈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야놀자 공동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와 임상규 C&D(야놀자 계열사) 대표가 7:3 비율로 소유하고 있고, 야놀자앱 홍천 지역 풀빌라·펜션 카테고리에서 리뷰가 가장 많았다.
 
지난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야놀자 감사 유인규 변호사가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 겸 총괄대표에 모텔을 인수해 운영 중이며 또한 야놀자 계열사가 운영하다 초기 창업 멤버에게 모텔을 넘긴 경우도 있다”며 “창업자 모텔을 야놀자 제휴사 대표가 속한 법인이 매수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임직원의 모텔 직접 운영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해 본 적은 없지만, 향후 충분히 검토해 시정할 것”이라고 문제를 시인했다.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용자 데이터를 소유한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숙박 사업까지 벌이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야놀자 측은 “현재 (이수진 총괄대표가)펜션은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 = 연합뉴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 = 연합뉴스]

◇ ESG 경영의 본질은 ‘공존’, 그러나 야놀자는?
 
“숙박업에 대한 생리를 너무 잘 아니까 악용해서 숙박업소들 쥐어짜고 고통스럽게 하는데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이 2021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를 향해 한 말이다. 이수진 총괄대표는 모텔 청소부로 시작해 야놀자를 창업한 ‘흙수저 성공신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야놀자가 숙박업주들에게 듣는 갖은 원성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신화에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제물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야놀자는 지난 7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2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야놀자는 ‘데카콘’(Decacorn)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받는다. 데카콘은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몸값의 10배인 거대 스타트업을 뜻한다.
 
기업공개와(IPO) 글로벌 진출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야놀자로선 이제 ESG 경영은 필수가 됐다. 그리고 이 ESG 경영의 본질은 ‘공존’이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가 가진 궁극의 방향성은 인류의 더 나은 공존을 위함이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은 “ESG를 하나의 비용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개인·금융·정부 모두 각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ESG는 공존 이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놀자 행보를 보고 있으면 공존이나 상생과는 거리가 멀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지금의 야놀자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숙박업자 덕분이란 것을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초심을 잃었다가 단숨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