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당뇨 환자 중 당화혈색소 6.5%를 유지하는 환자는 채 30%가 되지 않는다. 달리 말해 당뇨 치료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가 30%도 안 된다는 뜻이다. 문제다. 여전히 많은 환자가 합병증을 유발하는 고혈당에 노출돼 있다. 치료 초점을 혈당 감소에만 맞춰선 안 된다는 얘기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올해 당뇨병 진료지침(제7판)을 개정 발간했다. 새로운 지침은 제 2형 당뇨 환자 치료에서 혈당 강하 효과는 물론 저혈당 위험, 부작용까지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심부전, 죽상경화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등 동반 질환 관리를 중요하게 포함시켰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가이드라인도 "당화혈색소 목표 도달과 상관없이 심혈관 질환을 관리하라"며 새로운 치료 전략을 마련했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 모두 동반 위험 관리 핵심으로 GLP-1 유사체 사용을 꼽은 것이다.

당뇨병 치료 트렌드가 혈당 감소에서 합병증 예방으로 넘어가고 있다. 국내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도 그 흐름이 보인다. GLP-1 유사체 중 가장 늦게 출시한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가 시장 점유율 99%를 차지한다. 이유는 일선 진료 현장에서도 동반질환 관리를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송기호 교수
송기호 교수

송기호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 2021' 개정에 참여했다. 팜뉴스는 송 교수를 만났다. 당뇨 치료 전략 변화와 GLP-1 유사체가 왜 중요한지 얘기를 들었다.

송 교수는 당뇨병과 갑상선, 골다공증, 부신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초기 성인 당뇨병 환자 통계학, 임상적 특성 등이다. 현재 대한당뇨병학회 식품영양이사를 맡으며 대한내분비학회, 유럽내분비학회 등 국내외 주요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송 교수와 일문일답.

- 지금의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은 과거와 달리 어떻게 변했나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팩트 시트를 보면 30세 이상 성인에서 당뇨 환자가 약 494만 명으로 추정된다. 공복혈당만 진단에 사용할 경우 유병률은 12.4%(2018년 기준)이며 공복혈당장애(당뇨병 전단계) 인구까지 포함하면 1440만 명에 달한다. 

인구 고령화로 당뇨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며 최근 치료 전략은 혈당조절을 넘어 동반질환 관리로 가고 있다. 지난 2008년 로시글리타존 성분 제제에서 심장병 발생과 사망위험을 높이는 메타분석 결과가 나와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하는 심혈관계결과임상(CVOT)을 진행해야 한다는 당뇨 치료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새로 출시하는 당뇨병 약제는 심혈관질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DPP-4 억제제의 경우 심혈관질환이 늘어나지 않았으나 줄어들지도 않았다. 최근 출시된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는 오히려 심혈관계 이익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는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를 사용하는 게 맞다. 기저 질환이 없다고 해도 저혈당, 체중 증가 위험이 우려되면 GLP-1 유사체를 고려할 수 있다.

모든 당뇨 환자를 고려할 때도 현재까지 GLP-1 유사체나 SGLT-2 억제제가 치료 이득이 가장 많은 약제라고 생각한다."

- 올해 국내외 진료 지침도 바뀌었는데 핵심이 뭔가

"미국당뇨병학회는 '2021 당뇨병 진료 지침(Standards of Medical Care in Diabetes)'을 통해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당화혈색소 목표치 도달과 상관없이 심혈관 이익이 확인된 GLP-1 유사체나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권고했다.

만성신장질환이나 죽상경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 고위험 인자로 죽상경화 심혈관질환 가능성이 있으면 혈당에 상관없이 생존율을 늘리고 심혈관질환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도 '2021 당뇨병 진료지침'을 통해 제 2형 당뇨병 약물 선택 시 혈당강하 효과는 물론이고 저혈당 위험도, 부작용, 치료 수용성, 나이, 환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 비용을 고려하도록 했다.

심부전, 죽상경화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등 동반질환 여부도 고려를 권고했다. 특히, 죽상경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르민 병용이 필요한 경우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 중 심혈관 이익이 확인된 약제의 우선 병용을 권고했다."

- 진료 지침이 바뀌었다면 치료 목적도 바뀌었을 것 같다. 이전 목표는 혈당 감소였던 것으로 안다

"국내 당뇨 치료 목표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이지만 이를 유지하는 환자는 30%가 되지 않는다. 미국은 당화혈색소 목표를 7%로 권고한다. 국내 환자 중 7% 미만으로 관리되는 경우는 절반(56.9%) 정도에 불과하다. 즉, 당뇨병 환자 절반 이상이 여전히 합병증 등을 유발하는 고혈당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이제 당뇨병 치료 목적은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있다. 여러 역학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당화혈색소 6.5%를 기점으로 이 수치를 낮출수록 합병증 예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합병증으로 인한 하지절단, 그리고 투석이다. 투석 환자 절반은 당뇨병이 원인이다. 콩팥이 나빠지면 투석을 해야 하고, 투석을 시작하면 삶의 질이 완전히 땅에 떨어진다.

또한, 당뇨병 환자는 콩팥이 나빠지면 심장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콩팥 질환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치료의 흐름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질환이나 콩팥 기능이 나빠지는 것은 주의해야 하기에 이 부분에서 이득이 있다면 굉장한 강점이다. 의료진 입장에서 약제를 선택할 때, 혈당 조절 효과가 비슷하다면 추가적으로 심혈관 질환이나 콩팥 기능 악화 예방이 확인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환자 건강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부가적 임상 효과가 있는 약제를 거부할 의사는 없다."

- 당뇨 환자는 신장질환, 체중 감소, 저혈당 관리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당뇨병 환자가 신장이 나빠지는 것은 당뇨가 오래됐거나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당뇨 치료제를 오래 사용하면 몸 어딘 가에 약이 자꾸 쌓여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아 혈당이 오르는 게 더 큰 문제다. 약은 우리 몸에서 일정 기간 후 배설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항상 처방 받은 약의 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당뇨 환자 중 비만이 워낙 많다. 비만 위험을 줄이는 약제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지방간, 혈당 수치도 나아지게 한다. 당뇨병 병태생리를 좋게 해주는 기전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저혈당은 고령 환자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저혈당이 오면 넘어지면서 뼈가 부러지거나 치매가 발병할 수 있다. 지속될 경우 무기력해지면서 저혈당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다. 혈당이 약간 높더라도 저혈당이 안 생기는 약을 쓰는 게 낫다. 저혈당을 막을 수 있는 약제 선택이 굉장히 중요하다."

- GLP-1 유사체 중에서도 소위 말해 트루리시티가 가장 잘 나가고 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99%를 차지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특정 제품이 시장을 독점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

"트루리시티는 기존 GLP-1 유사체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재조합 인간형 GLP-1 유사체다. GLP-1 유사체는 내인성 GLP-1 효과와 유사하게 설계됐다. 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췌장에서의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한다.

이를 포함해 다양한 기전을 통해 공복 또는 식후 혈당을 조절한다. 장에서 위 운동을 지연시켜 혈당이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도 억제한다. 뇌에서는 식욕 억제도 해야 하기에 음식도 덜 먹게 되고 체중도 빠지게 된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당연히 혈당이 줄어든다. 그 외에 항산화 효과가 있어 신장이나 혈관에서도 좋은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독점에 따른 우려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트루리시티 성공 이유는 효과가 좋고 임상데이터가 좋기 때문이다. 임상적 효과를 보면 트루리시티의 혈당 조절 효과는 상당히 좋다. 인슐린에 필적할 만한 혈당조절 효과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경구 약물보다 효과적인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심혈관질환과 콩팥 기능에 미치는 이익도 확인됐다.

보험급여 적용도 중요한 부분이다. GLP-1 수용체 중 하나인 리라글루티드는 보험 적용이 안 된다. 트루리시티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하는 일정도 큰 장점이다. 엑세나타이드 경우 하루에 두 번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부작용도 심하다. 아직까지 부작용 등의 관점에서 트루리시티를 상대할 만한 약제가 나오지 않았다.

향후 GLP-1 유사체 시장에서 보험 급여는 물론 임상데이터가 좋고 편의성까지 뛰어난 치료제가 출시된다면 시장 판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편의성, 효과, 보험급여 측면에서 트루리시티가 압도적이다.

- 앞서 트루리시티 임상데이터가 좋다고 했다. 당뇨 합병증 예방에 성과를 낸 임상은 무엇이 있나

"가장 최근 발표된 REWIND 연구가 있다. 세계 24개국에서 제 2형 성인 당뇨병 환자 9901명을 대상으로 심혈관계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대규모 연구다. 해당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임상 상황에서 보는 환자군 수치와 비슷하게 심혈관질환 환자가 약 30% 가량 포함됐다.

약 5년 동안 트루리시티 사용군과 미사용군을 비교한 임상 결과 심혈관계 관련 사망,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 또는 치명적이지 않은 뇌졸중을 포함한 복합 평가 변수인 MACE의 최초 발생까지 위험을 12% 감소시켰다.

이 12% 라는 수치는 상대적 위험도를 감소시킨다는 의미다. 예컨대 100명에서 심혈관질환이 생길 것을 88명에서만 발생하게 해 나머지 12명의 심혈관질환을 막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상연구 1만명 정도의 데이터를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의 당뇨병 환자와 연결해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큰 이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송기호 교수가 트루리시티 임상 등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송기호 교수가 트루리시티 임상 등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 'REWIND' 임상에서 나타난 효과를 실제 진료실에서도 체감하나

"REWIND 임상이 실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이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도 충분히 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다. 약을 써서 심혈관질환이 좋아지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임상연구가 중요하다. 임상은 정해진 틀에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진행한다.

특히, 무작위 대조군 3상은 의료진도 위약과 실험약 중 어떤 약을 쓰는지 모르고 치료하기 때문에 외부적인 편향(bias) 없이 공정하고 믿을 만한 데이터다. REWIND 연구 뿐만 아니라 이전의 Pioneer, HARMONY 등 여러 GLP-1 유사체 임상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 트루리시티는 주사제라는 한계점이 있다. 실제 환자들의 주사제 거부는 임상 현장 숙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투여를 설득할 필요가 있나고 보나

"효과를 떠나 주사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경구제와 주사제라는 두 선택지가 있을 경우 경구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효과가 좋으면 당연히 주사제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환자들이 주사제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주사제 단계까지 왔다는 절망감’이다. 

사실 주사제를 경험한 환자들은 거부감이 전혀 없다. 인슐린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절대 시작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나, 직접 경험하면 혈당 조절도 잘 되고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순응도가 높은 편이다."

- GLP-1 유사체가 당뇨 치료에서 중요해졌다. 앞으로 전략 변화를 어떻게 예상하며 어떤 환자에게 추천하고 싶나 

"지금처럼 ‘동반질환’ 관리에 무게를 둘 것 같다. 또 효과가 좋은 약제 간 병합요법이 보다 활성화 할 것으로 예상한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SGLT-2 억제제를 사용해서 치료가 되지 않으면, GLP-1 유사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보험이 되지 않아 같이 사용할 수 없다. 향후 효과가 좋은 약제들은 병합요법을 시도하기 위해 보험급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GLP-1 유사체는 제 2형 당뇨 환자 중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다. 경험상 젊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았다. 보험 급여가 잘 적용된다면 모든 단계의 당뇨병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좋은 치료제라고 판단한다. GLP-1 유사체 처방 저변을 넓혀 나갔으면 좋겠다."

- 대부분 사람은 당뇨병 위험을 잘 모른다. 경각심을 일깨울 만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

"우리나라처럼 의료 시스템 좋은 곳이 없다. 건강검진이 활성화 돼 있어 검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검진이나 상담 순응도가 높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젊은 당뇨병 환자다.

일이 바쁘고 스스로의 건강을 돌본다는 개념이 별로 없다. 당뇨병까지는 아니지만 혈당이 높으니 당뇨병을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하면 ‘아직 나는 당뇨병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한다.

젊은 당뇨 환자가 많은 현실이 참 안타깝다. 대부분 비만 환자이고 가족력이 있다. 검진에서 혈당이 조금이라도 높게 나온다면 그 순간부터 관리해야 한다. 더불어 체중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체중이 줄어들면 당뇨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조금 더 체중에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하면 인생을 훨씬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췌장 기능이 떨어진 뒤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 마지막으로 당뇨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해진 치료를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환자들은 약의 용량을 높이거나 다른 약을 추가하는 등 적극적인 약물 치료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당뇨병은 시간이 갈수록 진행되는 질환이다. 당뇨병이 발병하면 그 순간부터 췌장 기능이 나빠지고 병은 더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혈당 관리도 점차 어려워진다. 

이는 환자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뇨병 자체가 진행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혈당이 잡히지 않아 약을 두 알로 올려서 혈당을 잡아 두면 10년 뒤에 두 알로도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두 알을 먹기 싫어서 한 알로 계속 치료하다가는 혈당과 췌장이 더 나빠질 수 있다. 10년 뒤에는 인슐린을 맞아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강화된 치료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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