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소라 기자
/그래픽=이소라 기자

남이 쓰던 것을 돈 주고 사서 다시 쓰는 것, 중고 거래가 가진 단순한 속성입니다. 그렇기에 중고 거래 플랫폼은 트랜드로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전문적인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이기에, 데이터를 구축하고, 정보를 분석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곳이 있습니다. '취향을 거래하는 중고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번개장터입니다. 번개장터는 최근 MZ세대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이커머스의 또 다른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비용을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뽑아내야 할지 특정하기도 어렵고, 과연 그 데이터로 어떤 의사 결정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정용준 CPO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번개장터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했는지, 그리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생각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 놓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가 왜 중요하냐고요?

사실 번개장터는 이미 10년 전부터 존재했던 플랫폼입니다. 중고거래를 하는 아주 단순한 역할을 수행했죠. 하지만 당시 시장에는 '중고라나'라는 거대 중고 거래 사이트가 존재했기에 번개장터의 존재는 미미했습니다.

다행히도 번개장터에는 무기가 있었습니다. 중고 거래에 '신뢰'를 접목시키기 위해 '페이'를 일찌감치 도입했던 것이죠. 중고 거래 사기가 난무했던 상황에서 번개장터는 '번개페이'를 앞세워 '안전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번개장터 정용준 CPO/사진=이소라 기자
번개장터 정용준 CPO/사진=이소라 기자

"중고 거래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번개페이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어떠한 현상도 보이고, 카테고리 분류 등 다양한 것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사실 중고거래의 경우 카테고리별 매출액을 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그런데 번개페이 덕분에 다양한 데이터가 모였고, 그것을 보면서 '취향'이라는 새로운 옷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만약 데이터가 없었다면 이런 변화들이 매우 더디거나, 어려웠을 거에요.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이렇게 변화해야 한다는 근거가 생겼고, 그를 향해 전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노를 저어 달려갈 수 있었거든요."

데이터는 이렇듯 단순한 정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번개장터는 다양한 데이터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신들을 특별하게 해주고, 다양한 생존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합니다. 

"'나는 취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웃음).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그 선택에는 반드시 취향이 반영됩니다. 쇼핑은 더할 나위 없죠.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중고 거래에서는 생필품보다는 '취향'이 반영된 거래가 더욱 중요시 된다는 사실을 배웠죠."

번개장터의 실시간 검색어를 보면, 최근 트랜드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중고 거래에 취향이 반영되기에, 번개장터는 실시간 검색어와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죠. '이커머스'에 '테크'가 활용돼 성공을 거둔 좋은 사례입니다.


브랜드관 오픈...취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다

중고 거래의 특성상, 판매자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카테고리를 나누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친절하게 카테고리를 분류해 놓는다고 해도 판매자 마음대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통제하기 어렵죠.

그런데 번개 장터는 얼마 전 '브랜드관'을 오픈했습니다. 단순한 카테고리 분류도 어려운데 브랜드를 따로 분류한다니, 이 일이 가능할까 싶습니다. 이커머스 개발팀 중에서 번개장터가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어렵다는 소문이 괜히 나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번개장터 정용준 CPO/사진=이소라 기자
번개장터 정용준 CPO/사진=이소라 기자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브랜드관은 우리가 '취향 거래' 플랫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었어요. 사실 취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것이 '브랜드'잖아요. 제가 학창 시절에 '나이키'파와 '아디다스'파가 나뉘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렇듯 우리에게 브랜드관은 아이덴티티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를 분류하는데 엄청난 품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판매자가 일반인이기 때문에 제대로 분류도 하지 않을뿐더러 그 브랜드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검색했을 때 상품을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브랜드명을 넣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모두 걸러내고 자동으로 브랜드 분류가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중고거래는 대부분 브랜드 제품을 하는 터라, 번개장터의 이런 발상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편리함을 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취향 거래'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MZ세대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에게도 통하는 전략이 됐습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MZ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거래량도 많이 늘었어요. 대체로 골프나 캠핑 등을 많이 검색하시더라고요. '취미'는 없어도 '취향'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기에, 번개장터가 한번쯤은 둘러보면 좋을 플랫폼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틀을 깨는 개발-역발상 데이터 수집, 번개장터 개발자는 극한직업?

인기 상품이라고 하면 대부분 클릭수가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중고 거래에서는 반대입니다. 인기 있는 상품은 올리자마자 판매가 완료되기에 클릭이 많이 됐다고 해서 인기 게시물을 집계할 수 없습니다. 번개장터만의 데이터 수집 기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중고 거래만이 가지는 특색이죠. 일반 검색 데이터나 수집 방법을 그대로 도입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어렵지만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죠. 검색이나 데이터 수집에서 틀을 깨는 작업이 거의 없기에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정 CPO는 번개장터가 '스타트업'이라고 말했습니다. 10년이나 된 기업이지만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최근 번개장터가 '시즌2'라 불러도 될 정도로 환골탈태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 개개인 모두가 '스타트업 DNA'를 머리에 심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치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번개장터만의 철학입니다.

번개장터 정용준 CPO/사진=이소라 기자
번개장터 정용준 CPO/사진=이소라 기자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장해야 해요. 그런 상황에서 데이터는 우리가 가는 길에 확신을 가지고 걸어갈 수 있게 해주죠.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가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중고 거래를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특히 고가의 중고 물건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것입니다. 앞으로 번개장터가 걸어나가야 할 길은 무궁무진합니다. 중고차, 중고 오토바이 등 신뢰가 반드시 필요한 중고 물품 거래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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