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넷 기획보도 과학 청년 50人, 그 후
지역창업 '경제 활기'·유학 후 교수로 후학 양성·덕후에서 성덕 등 곳곳 활약
오태현 교수 "스스로 목표 설정, 거침없이 도전하는 연구환경 만들 것"

대덕넷이 2018년 기획한 '과학 청년, 부탁해~'시리즈가 보도된지 3년이 지났다. 
대덕넷이 2018년 기획한 '과학 청년, 부탁해~'시리즈가 보도된지 3년이 지났다. 50명의 과학청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들의 발자취를 쫓았다. [사진=대덕넷 DB]

기업, 기술, 인재, 정부 등 미래를 이끄는 다양 주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년'이다. 그 나라의 청년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할 정도로 청년은 사회혁신의 주역이자 주체로 꼽힌다. 

대덕넷이 2018년 기획 보도한 '과학 청년, 부탁해~'시리즈도 이런 의미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에 기획됐다. 연구현장, 기업, 대학 등 각계에서 뜨거운 연구 열정으로 희망을 만들어가는 3040 과학청년 50명을 발굴해 연재했다. 

과학청년들은 각자 분야에서 어엿한 전문가로서 활동 중이다. 출연연 출신 연구자는 지역 내 창업해 경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KAIST 출신 과학도는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한다. 이 외에도 산학연 여러 연구자는 묵묵하게 자기 전공에 매진하며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덕넷 시리즈가 보도된 지 3년이 지났다. 50명의 과학청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들의 발자취를 쫓았다. 

◆ KAIST 졸업 후 MIT... 귀국 후 POSTECH에서 후학양성

지난 2018년 '과학청년, 부탁해~'의 KAIST 박사과정생으로 소개됐던 오태현 연구원은 졸업 후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2020년 귀국해 POSTECH 교수로 컴백했다.[사진=POSTECH홈페이지]
지난 2018년 '과학청년, 부탁해~'의 KAIST 박사과정생으로 소개됐던 오태현 연구원은 졸업 후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2020년 귀국해 POSTECH 교수로 컴백했다.[사진=POSTECH홈페이지]

"미국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팀, 연구문화를 배웠다. POSTECH은 소수정예 연구중심대학이기에 그런 움직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후배들에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한 연구자의 탄생을 돕는 것이 꿈이다."

지난 2018년 '과학청년, 부탁해~' KAIST 박사과정생으로 소개됐던 오태현 연구원은 졸업 후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2020년 귀국해 POSTECH 교수로 컴백했다. 그는 고등학교 자퇴 후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한 이력으로 여러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다. 

MIT CSAIL 연구실에서 그는 사람의 말소리가 녹음된 음성 파일만으로 그 사람의 얼굴 이미지를 비슷하게 재현하는 AI 개발을 주도해 국내외 매거진에 보도됐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잠자는 아기의 모습 등)을 AI를 통해 진단 분석함으로써 안전하게 수면하는지 확인하는 기술도 개발하며 그 분야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MIT 박사후연구원 이후 페이스북 AI(인공지능) 리서치로 옮긴 그는 한국 여러 대학의 오퍼를 받고 귀국했다. 2018년 대덕넷과 인터뷰에서 밝힌 '미국에서 연구와 IT산업의 경험을 두루 쌓고, 대학강단에 서고 싶다'는 꿈을 생각보다 빨리 이룬 것이다.

그는 POSTECH에서 기계나 AI가 사람보다 더 뛰어난 지각능력을 구현하는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는 "사람이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중심으로 글과 소리 등을 연결 짓는 교차지각능력, 공감각 능력 등을 만드는 것처럼 AI로 구현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AI에서 중요한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얻어 학습시키는 방법도 함께 연구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2018년 당시 대덕넷과 인터뷰에서 '누군가의 인생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그는 교수가 되어 연구자이자 많은 학생들의 멘토자 조언자로 활동 중이다.[사진=오태현 교수 홈페이지] 
2018년 당시 대덕넷과 인터뷰에서 '누군가의 인생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그는 교수가 되어 연구자이자 많은 학생의 멘토로 활동 중이다.[사진=오태현 교수 홈페이지] 

오 박사는 왜 POSTECH을 택했을까. 이유는 명료했다. '소수정예의 연구중심대학'의 매력에 끌렸다.

"연구 생활을 하며 감사하게도 나는 연구가 취미처럼 즐겁고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미국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팀, 연구문화를 배웠다. POSTECH은 소수정예 연구중심대학이기에 그런 움직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또 페이스북 AI 리서치가 보스턴 지부에 있었는데, 바다와 맞닿은 모습이 포항과도 비슷해 결정하게 됐다."

그는 POSTECH에서 학생들의 멘토이자 선배로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학생들이 직접 연구실을 평가하는 홈페이지에서 인품, 강의전달력, 논문 지도력, 연구실 분위기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최근 연구실에서 첫 학위생을 배출했다. 연구실에서 배출된 학생들이 국내외에서 한국과 과학기술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꿈이다.  

"미국은 누가 시켜서 연구하는 사람이 없더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능동적으로 연구하는 모습, 강한 멘탈로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특히 각자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하고 협력적으로 일하며 더 큰 그림을 보는 연구 분위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스팩쌓기, 이력서 한 줄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후배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연구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세계적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후배들이 글로벌한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 '따뜻한 기술로 사회적 약자 돕겠다'던 청년, 창업으로 꿈 이루다

2018년 보도 당시 만 29세의 젊은 연구자로 소개된 이지수 ETRI 연구원은 현재 벤처 '바토너스'를 설립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인으로 활동 중이다.[사진=대덕넷 DB]
2018년 보도 당시 만 29세의 젊은 연구자로 소개된 이지수 ETRI 연구원은 현재 벤처 '바토너스'를 설립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인으로 활동 중이다.[사진=대덕넷 DB]

지역에서 창업해 지역경제발전에 힘쓰는 연구자도 있다. 이지수 바토너스 대표와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다. 

2018년 보도 당시 만 29세의 젊은 연구자로 소개된 이지수 ETRI 연구원은 현재 벤처를 설립해 기업인으로 활동 중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연구에 매진하고 싶어 출연연에 왔다"는 그는 2019년 ETRI, KAIST 출신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바토너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 1명에서 현재 10명의 직원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한 다짐을 창업을 통해 더 확고히 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기술'을 상용화한 것이다. 현재 바토너스는 ▲시각장애인용 전자책 리딩을 돕는 기술 ▲시각장애인용 횡단보도 안내 소프트웨어 ▲아동 차량 갇힘 사고 예방 꾹 버튼 ▲유니세프 아동 친화 도시 비대면 토론 플랫폼 등을 개발, 납품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와 지자체 등 협력과 협력하며 대전 우수벤처기업으로 선정돼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토너스는 투자금 없이 오로지 기술만으로 매년 2배 이상 매출 성장을 통해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지수 대표는 "우울증 등 정신건강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AI 개발과 수어 및 음성인식 AI 개발프로젝트를 계획 중에 있다. 이 외에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AR, VR 직업훈련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며 "사회적 약자분들께 도움 되고 쓰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대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에스아이에이는 많은 직원들이 함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SIA 제공]
전 대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에스아이에이는 많은 직원들이 함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SIA 제공]

AI 개척자로 당시 창업 3개월 차였던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 AI 기술을 위성영상 분석 서비스에 접목한 독창적인 사업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신생벤처로 죽음의 계곡으로 알려진 3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2018년 7월 출발한 SIA는 창업 3년 차인 올해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미래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위성 영상 활용 솔루션을 국방에서 공공, 민간 분야로 확대하며 질주 중이다. 인력도 60여명이 넘어섰다.

2005년부터 누구도 하지 않았던 AI를 공부하며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그였다. 그는 굴지의 기업 제의를 거절하고 국내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를 선택했다. 이유는 모두가 우주에 미쳐 있다는 열정 한가지였다. 

전 대표의 입사 조건은 신사업 모델과 함께 언제든 퇴사한다는 것. 그에게 주어진 자리는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 옆에 높은 책상 하나였다. 지금의 사업모델이 나오기까지 전 대표 역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후회의 순간도 많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지금까지 없었던 사업모델을 만든 것으로 미래조차 그려볼 수 없었으니 당연했다. 창업 3년 차를 맞는 전태균 대표의 목표는 AI 활용 위성영상 분석 세계 1위 기업이다. 그리고 그의 계획은 착착 진행 중이다. 

◆ AI 덕후에서 성덕으로···취미에서 '출연연 發 첫 학회' 만들다

AI덕후에서 성덕이 된
AI덕후에서 성덕이 된 유용균 원자력연박사는 AI기술을 응용해 더 안전한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AI를 대중 및 과학자들에게 전파하는 메신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AI 덕질로 시작해 그 분야 성덕(성공한 덕후)로 거듭난 연구자도 있다.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다. 

KAIST 졸업 후 원자력연에서 원자로 주요기기 설계에 관련된 연구를 묵묵히 했던 그는 SNS를 통해 접한 기사로 인생이 바뀌었다. 구글 번역기 팀이 10년 동안 만들어온 기술을 AI가 6개월만에 능가했다는 소식이었다.

AI는 굳이 몰라도 되는 다른 세계라 생각했던 그는 2017년부터 AI 독학을 시작했다. 현재 AI 기술을 응용해 더 안전한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도 활약 중이다. 지난 2020년 유럽컴퓨터비전 학술대회 워크숍에서 열린 '영상 스토리 이해(Drama QA 챌린지) AI 국제대회'에서 유 박사팀이 개발한 AI 기반 원자로 이상 감지 및 원전 결함탐지 연구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덕연구단지에서 AI 문화를 확산하는 전파자로서도 활동 중이다. AI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을 모아 'AI프렌즈'를 발족, 누구나 배울 수 있는 AI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AI프렌즈는 3300명의 회원, 150회 기술세미나 등을 거쳐 최근 학회로 발족했다. 출연연에서 나온 첫 학회다. 현재 개인 회원 101명과 기업회원 6곳이 소속돼 있으며, 실용적이고 따뜻한 AI를 추구한다.

◆ 연구성과 이전, 신약개발에 기여하다

황종연 화학연 박사는 한 분야에 매진하면서 꾸준히 연구성과를 수차례 기업에 이전했다. [사진=대덕넷 DB]

한 분야에 매진하면서 꾸준히 연구성과를 기술이전해 신약개발에 힘쓰는 연구자도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황종연 박사다. 그는 '학생연구원' 출신으로 화학연에서 생활하다 유학 후 7년 만에 돌아와 신개념 약물 치료제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보도 후 기술이전도 수차례 했다. 그는 하재두 화학연 박사팀과 함께 타깃 단백질을 없애 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 분해 유도제를 개발, 2019년 휴온스에 기술이전하고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단백질분해유도제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타깃 단백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새로운 약물치료제로 국내에서는 화학연이 단백질 분해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생명연과 공동연구를 통해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로 암 유발 단백질을 분해 및 제거해 난치암을 치료할 수 있는 프로탁 약물을 개발 동아ST에 이전했다.

또 그는 암 유발 단백질 분해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분자접착제 후보물질을 개발, 지난 14일 디엘파마에 기술이전했다. 후보물질은 기존 분자접착제 후보물질보다 암 성장 억제 효과가 뛰어난것으로 알려진다. 경구 투여 시 체내 흡수력이 높아 먹는 약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한자리에서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2030!

2030 펭귄 박사로 소개된 이원영 극지연구소 박사는 한국 최초 펭귄 행동학자로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은 그의 '네이버 오디오 클립 '
2030 펭귄 박사로 소개된 이원영 극지연구소 박사는 한국 최초 펭귄 행동학자로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은 그의 '네이버 오디오 클립 '채널 이미지.[사진=이원영 박사 블로그]

2030 펭귄 박사로 소개된 이원영 극지연구소 박사는 한국 최초 펭귄 행동학자로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번식지와 종이 다른 펭귄들이 하나의 사냥터에서 공존하는 비밀을 풀고,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진 남극에 적응하며 펭귄들이 사냥하는 모습에 대한 연구를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이원영의 새, 동물, 생태 이야기', 네이버 오디오 클립 '이원영의 남극 일기'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펭귄의 여름', '물속을 나는 새',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등 저서를 통해 펭귄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의료·재활 로봇 연구로 사회 기여에 꿈을 가진 우현수 기계연 박사는 꾸준한 연구로 국내 첫 무릎형 로봇 의족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생이던 신정환 연구원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문의를 지내며 환자 진료와 동시에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로도 활동 중이다. 

건축공학과 도시계획을 전공한 이종원 한국건설연구원 연구원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노후건축물 개선을 위해 현장을 다니며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는 따뜻한 과학기술을 통해 출연연 젊은과학자 대표로 세바시(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강연을 했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 진로컨설턴트와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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