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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시론] 고향사랑기부제, 기부문화 새 이정표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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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시론] 고향사랑기부제, 기부문화 새 이정표 될 것인가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2.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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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본 편집위원장
설동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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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기부하고 세액공제나 답례품을 받는 것으로 전북도와 14개 시군의 균형발전과 재정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박용근 전북도 의원)

“내 고향을 살리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유출 등으로 악화되는 지방재정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지자체는 이 제도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이는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곽부영 행안부 사무관)

2023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고향사랑 기부제’에 관심이 뜨겁다. 개인별 연간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기부가 가능하고, 지자체는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지역특산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다.

뜨거운 감자 ‘고향사랑 기부제’는 수도권-비수도권 재정격차 완화 등을 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2019년 말 기준 수도권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서 인구 분포의 불균형이 깊어지고 지역사회의 활력이 떨어져 지역에서 성장한 각계각층의 인재들이 나고 자란 고장에 기여하는 구조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이 지난 10월 19일 ‘고향사랑기부금법’ 제정 이유다. 고향을 떠나 외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를 조성해 지역경제활성화 및 국가균형발전 기여하고자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고향사랑기부제 법 취지 만큼이나 중요한 일반적인 의미를 간과하는 측면도 있다. ‘고향기부’를 위해서는 ‘고향’이라는 개념을 특정해야 하는데 전통사회와 달리 현대사회와 같이 각 개인의 출생, 성장, 거주 경험, 현 거주지역 등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때 ‘고향’의 개념을 특정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고향을 특정하지 못할 경우 기부금 납부대상을 제한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납부대상을 제한하지 못할 경우 제도도입의 정책목적과 제도운용 간의 괴리가 발생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즉, 고향 또는 이전대상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형태의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더라도 제도의 당초 목적인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출향민이 자신의 고향에 특정 재원을 기부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세이전방식, 기부금 방식의 채택에 따른 쟁점도 있다. 조세이전 방식일 경우 조세이전의 대상으로서 지방소득세와 국세인 소득세 중 어떤 세목을 택하느냐에 따라 중앙-지방간 재정이전의 문제, 지방-지방간 재정이전의 문제 등이 발생한다. 기부금 방식을 채택할 경우 기부금 모집주체로서 지방자치단체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법령의 근간을 흔든다는 문제, 나아가 기부금의 성격 문제로서 법정기기금, 지정기부금, 정치자금 기부금 등에 따라 세액공제상 쟁점을 야기한다.

이러한 쟁점들을 생각하면서 또 다른 문제점들이 상존하는데 그렇다면 고향사랑기부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방안은 없는가.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것은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기부대상자치단체 또는 답례품 제한 필요성이다. 당초 정책목적은 비수도권에서 성장한 사람이 수도권으로 이주한 경우 고향에 대한 기부수단을 마련하고자 한 것인데 기부대상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비수도권 거주주민이 수도권에 기부를 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법률개정사항으로서 대안의 적절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성장촉진지역, 농산어촌지역 등 기부대상 지방자치단체를 한정하는 방법과 답례품의 성격을 해당 지역 농·축·수산품 등 1차산업 생산품으로 제한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답례품 제공 플랫폼 운영방식의 조속한 결정도 필요하다. 기부대상 지방자치단체를 제한하지 않고, 답례품 제공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결국 기부자들은 답례품을 기준으로 기부할 유인이 형성된다. 답례품 30% 제한이 있으나 답례품 대부분은 1차생산물일 될 것이다. 이러한 생산물은 가격이 불분명하므로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답례품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기부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부가능 금액범위 내에서 답례품의 가액을 평가해 기부할 것이므로 이를 위한 플랫폼(쇼핑 사이트)이 등장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기부금품의 조속한 성격 규정도 시급한 과제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의 성격을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정치자금의 손금산입특례 등)의 규정에 따라 세액공제하는 방식을 채택한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법령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특법 제76조의 규정이 준용될 경우 국세인 소득세의 세액공제가 이뤄져 결과적으로 국세의 지방세 이전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앙재정당국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공약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새정부 교체와 관련해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시행연기 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현 정부 때 관련 법률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고향사랑 기부금제도의 안정적·실질적 운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주요기업의 89% 이상이 몰려있다. 인구, 경제력, 권력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가는 동안 지방은 늙어가고 점점 비어가고 있다. 전국 228개 기초단체 가운데 소멸 위험지역은 2020년 기준 105개, 그 중 92%인 97곳이 비수도권이다, 고향사랑 기부금제도가 더 이상 지방소멸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의 대안책이 되길 기대한다.

[전매시론] 설동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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