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갚자 ‘스트레스 받는다’며 폭행에 전기모기채로 고문
통장 20개 넘겨주면 이자감면... 채무자 결국 경찰서 행
영업 안되는 대부업체, 추심 강화에 채무자 벼랑 끝에 몰려
신고내용 및 기여도 따라 3단계 차등 지급, 최대 100만원

[뉴스엔뷰]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대출사기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신용불량자는 물론 합법적으로 햇살론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사기를 당하고 있다. 또한 이런 피해를 당한 이들이 불법고리사채의 늪에 빠지면서 또 다른 범죄의 피의자가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제난이 지속되면서 대출사기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신용불량자는 물론 합법적으로 햇살론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사기를 당하고 있다. 또한 이런 피해를 당한 이들이 불법고리사채의 늪에 빠지면서 또 다른 범죄의 피의자가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제난이 지속되면서 대출사기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신용불량자는 물론 합법적으로 햇살론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사기를 당하고 있다. 또한 이런 피해를 당한 이들이 불법고리사채의 늪에 빠지면서 또 다른 범죄의 피의자가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사례 1

회사원인 A(34)씨는 지난 2020년 생활정보지의 대출광고를 보고 100만원을 빌려 쓰면서 사채업자 B(33)씨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만난 적이 없지만 2021년 초 돈이 급하던 A씨가 1년 만에 B씨에게 1,100여 만원을 다시 빌리면서 일이 벌어졌다.

같은 해 4월쯤 B씨가 “당신 빚을 회수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니까 이제부터는 갚지 말고 대신 내가 열 받을 때 당신한테 풀겠다”고 통보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가 빌린 돈 중 500만원을 갚은 뒤 나머지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이후 B씨는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화가 나면 A씨를 찾아가 가슴과 뺨 등을 때렸고, 서울 강동구 집 근처로 A씨를 불러내 지갑과 손목시계 등을 빼앗은 뒤 30㎞ 정도 떨어진 집까지 걸어가도록 했다. 전기 모기채를 손톱에 끼워 작동시키는 등 가혹행위도 있었다고 A씨는 밝혔다. B씨의 이러한 폭행은 지난해 10월까지 1년 8개월 동안 수시로 이어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지난 11월 이 일을 알게 된 A씨 지인이 신고하고서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아내와 아이는 물론 처갓집 식구들까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해 신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B씨의 상습폭행 사실을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씨는 “장난으로 한 두 대 친 것이고 B씨가 주장하는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 진단서 등 물증이 있고 A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모두 3차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상습폭행) 혐의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하자 지난 3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 과정에 B씨는 경찰의 강압수사 등을 들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남부지검 관계자는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B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례 2

경기도 여주에 사는 김모(31세)는 남편이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 있는 동안 친정에 급한 돈이 필요해 고리사채를 이용하게 됐다. 하지만 일반가정주부로 수입이 없었던 그녀에게 사채빚은 커다란 부담이었다. 늘어가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고리사채업자 박모(45세)씨는 김씨의 집에 찾아와 폭행을 일삼았다.

김씨는 “아이들 앞에서 머리채를 잡히고, 몸이라도 팔아서 돈을 벌라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돈을 갚아나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은 원금에 대한 이자 폭탄뿐이었다.

이자감당이 안된 그녀는 박씨에게 ‘성매매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에게서 들어온 제안은 뜻밖의 것이었다. 통장을 빌려달라는 것. 박씨는 김씨에게 “개인 사채를 하다가 보면 여러개의 통장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통장 20개 정도를 구해다 주면 이자를 감면해 주겠다”고 말했다.

급한 마음에 김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 4개와 친정부모님 명의의 통장 8개 등 총 21개의 통장을 만들어 박씨에게 넘겼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통장을 넘겨 준 이후 이자는 면제를 받게 됐지만, 그녀는 경찰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 같은 대포통장은 대개 대출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이 개인신용정보를 사서 불특정 다수를 속이는 데 악용된다.

결국 김씨는 대포통장 등을 개설해 넘긴 혐의로 현재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녀는 “억울하다”면서 “불법추심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지침만 줄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제도라는 것이 서민을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불법인줄 알고도 한다

최근 대구 동부경찰서에 대출사기 혐의로 구속된 권모(35)씨 일당은 대부업체를 통해 실제 대출을 받게 한 뒤 저금리로 바꿔 주겠다며 대출금의 50%에 이르는 보증금을 맡기게 한 뒤 빼돌리는 수법으로 155명으로부터 7억700여만원을 챙겼다. 대구에 사는 임모(34)씨는 유력 금융기관을 사칭, 대출한도 1억원짜리 저금리 마이너스 통장 발급 보증금으로 4,000만원이나 송금했다가 떼였다.

대구지역 대학 휴학생 예모(24)씨는 지역 생활정보지에 난 대출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가 최신 스마트폰 2대를 털렸고, 범인들은 또 예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무단으로 가입한 인터넷과 IPTV 17회선 지원금 164만을 받아 챙겼다.

특히 햇살론 대출사기는 피해자 스스로 ‘불법’대출로 여기고 있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사기범들은 정상적으로 햇살론 대출이 가능한 저소득, 저신용자들에게 “전산조작을 통해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접근, 실제 대출 후에 조작 대가로 대출금의 20%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불법대출'에 가담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신고가 전무한 상태다. 이들 사기꾼들은 최근에는 국민행복기금 대출 사기에도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대구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인 햇살론 대출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100명이 넘는데도 그 동안 단 한 건도 신고도 없었다.

대구지방경찰청 안재운(경위) 지능범죄수사팀장은 “범인들은 미리 대출금융기관 담당자들의 신상을 파악한 뒤 피해자들을 해당 금융기관으로 보내 대출신청을 하도록 하기 때문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며 “전산조작 등 불법행위로 대출을 한 것으로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앞서 소개한 김씨의 경우처럼 ‘불법인 줄 알면서도’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이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을 사는 사람들의 경우 판매자에게 고가를 약속하고 달콤한 말로 이들을 속인다”면서 “문제는 법범 문제와 상관없이 판매자들이 급한 마음에 통장을 넘긴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의 한 농촌 마을로 귀농한 유모씨는 인근 재래시장에 들렀다가 전봇대에 붙은 ‘개인통장 ○○에 삽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근처 상인에게 묻자 “대포통장이라고 들어봤나? 저게 바로 그거여~”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급전이 필요한 시장 상인과 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이 20만원 정도를 받고 통장을 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유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통장이 다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사기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그 역시 대포통장을 개설해 판매한 혐의 등으로 현재 기소유예 판결을 받고 생활하는 중이다.

대포통장(현금카드·공인인증서 포함)은 통장 개설자와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통장으로, 주로 인터넷 등을 통해 매매되거나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이고 서류를 넘겨받아 몰래 만들어진다.

금감원은 지난 1년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쓰인 대포통장이 4만3,268개인 점 등을 감안, 현재 국내에서 6만개 이상의 대포통장이 개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대포통장 개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우선 금융기관에서 통장을 만들 때 ‘통장의 양도·매매는 불법’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개설자의 확인·서명을 받도록 했다.

그동안은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고 통장을 사기업자에게 넘겨줬다는 변명이 통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경우라도 통장 양도시에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이력이 있는 사람은 1년간 보통예금이나 저축예금 등 입금·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계좌 개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통장 양도 이력은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심사에도 참고자료로 활용돼 불이익을 받는다.

통장 개설조건도 까다로워져 단기간에 여러 계좌를 만들거나 외국인이 여권만으로 통장을 만드는 경우, 미성년자가 통장 개설을 요청하는 경우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받고, 목적이 불분명할 때는 계좌 개설이 거절된다.

금감원은 또 소액 입금·출금을 지나치게 반복하거나 해외에서 은행 콜센터로 전화해 지급정지 여부를 수시로 조회하는 계좌는 ‘의심계좌’로 지정해 모든 은행이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문제는 추심의 방법

서민들이 대출과 관련 피해를 당하는 것은 물론 본인 스스로도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은 단속이 쉽지 않은 불법추심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고금리 근절은 물론 허가된 대부업체 등에서도 하루 이틀 연체만 되도 상당히 폭압적인 방법으로 채무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면서 “일반 서민들이 받는 이런 스트레스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이런 압박이 대포통장은 물론, 작업대출 등 서민들을 불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추심업이 강화된 대는 대부업체들의 영향도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6월 현재 협회 전체 회원 기업수는 263개로 지난해 7월(220개)보다 43개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신규 회원사 가운데 채권추심업종이 38개에 달해 추심업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채권추심업은 59개사다.

대부금융협회 회원은 업종별로 신용대출업, 담보대출업, 채권추심업, 대출중개업, 겸업사로 나뉜다. 채권추심업의 경우 자산100억원 이상 또는 부채 자산총액이 각각 70억원이상 법인 업체가 의무가입대상이다. 신규 회원사 가운데 의무가입 대상인 업체는 서른개 정도다.

업계는 어려워진 대부업계 영업환경 탓에 부수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추심업종이 주목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부업 관계자는 “대부업계 침체 속 대부업 영업이 어느때보다 부진한 상황”이라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신규대출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기존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관리하는 편이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부업 영업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대출된 금액을 수거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인 것이다.

하지만 불법추심을 비롯한 사기대출에 대해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도입된 신고포상금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5월 29일 금융감독원은 불법사금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신고를 유도키 위해 불법사금융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 중 불법사금융 상담과 피해신고 접수건은 모두 3만861건이다. 이 중 일반상담이 3만107건, 피해신고는 754건에 달해 아직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불법사금융의 피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불법사금융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금감원에 신고된 내용 중 위법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통보한 건에 대해 자체심사를 거쳐 선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금감원에 신고된 내용 중 수사기관 통보와 금융지원, 법률지원 등을 포함한 조치 건수는 570여건에 달했다.

대상은 불법채권추심, 이자율 위반, 대출사기, 미등록대부, 불법중개수수료 수취 등이다. 다만 피해자 본인의 신고는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불법사금융 단순 가담자, 행위를 인지한 자에 대해 신고 채널을 열어주자는 차원에서 풀이된다.

지급기준은 신고내용의 구체성과 조사기여도 등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차등 지급한다. 우수제보는 50만원, 적극반영 30만원, 단순참고 10만원 등이다. 분기별로 1인당 100만원의 지급한도로 하며 매월별 신고된 내용을 집계·심사해 월 1회 지급할 예정이다.

신고방법은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 우편·Fax, 내방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불법사금융행위에 가담한 내부자의 신고는 구체성이 있어 불법사금융 적발과 수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금감원은 기대했다.

앞으로 금감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QR코드 배포 등을 통해 신고의 간편화를 도모하는 한편, 수사시관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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