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커뮤니티, 男 위주·반페미니즘 성향이라 반론도
"여성 많은 커뮤니티는 폐쇄형…참여 어려운 점 고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30 남성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에 올린 글이 10일 운영진에 의해 삭제 조치됐다. 이 후보의 온라인 글이 퇴출된 건 처음으로 알려졌다.
펨코 운영진은 이날 새벽 '사이트 규정대로 운영하겠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공지는 전날 올라온 이 후보 글을 언급하며 "목적성 가입 및 활동, 셀프 홍보는 금지한다는 규정에 근거해 해당 글은 삭제하고 작성자는 차단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삭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모든 운영진이 차단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공지글을 준비하며 의견을 나누는 중 작성자가 대선 후보이다 보니 글 삭제와 차단이 부담돼 망설이다가 그대로 두는 것으로 결정이 바뀌었다"며 "그러나 부적절한 처리에 대한 사용자 불만을 접하고 모든 정치인을 규정대로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후보는 펨코 정치·시사 게시판에 "펨붕이들(펨코 이용자들을 뜻하는 속어)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라고 인사말을 썼다. 그는 "여기에서는 제가 너무 비호감인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며 "쓴소리 단소리 뭐든 좋다. 듣고 가슴 깊이 새기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 이어 보수 성향이 강한 펨코에도 글을 남긴 것은 다소 파격적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펨코 이용자들은 이 후보 게시물에 강한 비호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청년층과의 간담회를 자주 갖고 목소리를 들어 온 이 후보는 최근 온라인 소통에도 주력하고 있다. 친여 성향이 뚜렷한 딴지일보 게시판과 클리앙, 보배드림,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등에 직접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청년층, 특히 20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다.
이 후보가 '20대 표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이유다.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9일~12월 3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3054명 대상 실시) 결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이 후보는 20대로부터 25.4%를 얻는데 그쳤다. 윤 후보는 37.8%를 기록해 이 후보를 12.4%포인트(p) 앞섰다.
이 후보는 20대 여성층보다 남성층에서 윤 후보와의 격차가 더 컸다. 20대 여성층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5.1%p 뒤졌지만 남성층에서는 격차가 18.6%p로 확 벌어졌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1.8%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판'이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가 지지를 호소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용자가 주로 남성이고 반(反)페미니즘적 성향을 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2030 남성 표심 공략에 치우쳐 같은 연령대 여성층의 목소리를 도외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당 홍서윤 청년선대위 대변인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해당 커뮤니티의 성향보다는 이용하는 연령대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가급적 오픈형 커뮤니티 중심으로 참여를 하게 되다 보니 치우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이해를 구했다. 홍 대변인은 "여성들과 소통 의지가 부족하다기보다는 여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는 개방형보다는 게시글 작성 절차가 까다로운 폐쇄형이 많다는 환경도 감안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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