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문교 청주시 청원구 건축과 주무관

저녁 9시 30분이 되면 우리 가족은 다 함께 침대로 가서 동화책을 읽으며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아들이 어렸을 때, 아들은 쉽게 책에 집중했고, 필자 역시 아들의 반응을 살피며 이런 목소리 저런 목소리로 열심히 동화책을 읽었다. 하지만 아들이 6살이 되니 어느새 잠이 많고 게으른 아빠는 동화책을 읽으며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치켜뜨기 바쁘다. 책 읽어주는 즐거움은 작아지는 동안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게으른 아빠에게 즐겨 듣는 팟캐스트가 하나 생겼다. 팟캐스트의 이름은'시네마운틴'.'산으로 가는 예측불허 토크쇼'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수다를 떤다. 영화의 감독, 작가, 주요 배우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진행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주변인 이야기, 다시 그 주변의 이야기로 끝없이 그 이야기의 범주를 넓혀 간다. 이 방송을 듣다 보면 친한 사람과 수다를 떨 듯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다. 덕분에 청취자들에게 영화는 어느새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자연히 영화 관계자의 삶과 영화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진다.

그렇게 영화에 관심이 커지는 중에, 문득 아들과 책 읽는 시간이 생각났다. '아들은 책을 읽을 때 어떤 느낌일까?', '아이도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어느새 혼자만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나와 같은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어 평소에 아들과 즐겨있던 동화책의 작가를 검색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도서관(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시공주니어)'이라는 책을 읽으며, 별 기대감 없이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예상과 달리 '책방 지기의 그림책 이야기'라는 블로그에서 데이비드 스몰과 사라 스튜어트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의 그림과 글을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와 사라는 현재 부부이며, 결혼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둘은 결국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결혼에 성공했고 함께 호흡을 맞추며 많은 동화책을 집필했다.

 '도서관'이라는 책은 책을 좋아했던 작가 사라에 관한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아 힘들었지만 자신만의 공간인 옷장에서 혼자 책을 읽고, 도서관이라는 조용한 공간에서 해방감을 느끼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는 동화책에 자신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곰 인형을 깨알같이 그려 넣었다. RICHARD라는 이름의 곰 인형은 이 책의 페이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주인공과 함께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부자 역시 전에는 여러 번 읽으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곰 인형을 찾아 숨바꼭질을 하듯 인형의 이름을 불러 볼 수 있었다. 또한 주인공이 책을 읽으며 느꼈을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 하고,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즐겨 듣는 팟 캐스트의 진행자들처럼 우리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몰 토크를 즐기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아들만을 위한 팟 캐스트를 진행한 느낌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청취자(아들) 조차 기다리지 않고, 캐스터(나)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팟캐스트지만 둘의 기억 속에는 영원히 간직되길 바라는 염치없는 팟캐스트가 다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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