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를 사다주면 일당 100만원을 드립니다”는 ‘초단기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소규모 신차 수출업체들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용 신차를 아르바이트생을 동원, 대량 구입한 뒤 유럽·중동·러시아 등 해외로 수출해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뉴스엔뷰]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를 사다주면 일당 100만원을 드립니다”는 ‘초단기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소규모 신차 수출업체들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용 신차를 아르바이트생을 동원, 대량 구입한 뒤 유럽·중동·러시아 등 해외로 수출해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차의 시세가 국내보다 최고 2배 이상 높다. 이처럼 가격이 높은 것은 관세와 함께 현대차의 이중가격정책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본부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업체는 신차를 사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일용직을 고용해 명의를 빌린 후 차를 구입하는 편법을 동원하며 차익을 얻고 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하여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신차 아르바이트를 판매업소를 찾아가 그 실태를 파악해 보았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신차 수출 아르바이트에 관한 내용. 한 업체에서 차량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원은 많게는 100명까지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신차 수출 아르바이트에 관한 내용. 한 업체에서 차량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원은 많게는 100명까지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대행아르바이트 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신차 (현대, 기아) 구매대행을 해주실 아르바이트 분들을 모집합니다. 25세 이상 남녀 무관하며, 투잡도 가능한 일입니다. 자격 조건이 안 되는 경우-세금 과다 체납자, 휴대폰 미소지자 (착신, 발신이 안 되는 자), 주민등록 말소자”였다.

본지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위장해 이 글을 올린 사람과 접촉을 시도했고, 같은 날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신차를 수출하고 있는 박(33)씨를 만날 수 있었다.

박씨의 사무실에는 5명의 사람이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신차 수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기자는 신차 수출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박씨는 “현재 국산차들이 국외 특히 사우디나 유럽, 러시아에서 국내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기 때문에, 싼 값에 국내에서 차를 사 외국으로 파는 일”이라며 “이를 통해 남는 수익으로 우리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일당도 주고,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먼저 우리가 차량 구매비용부터 시작해 보험가입비 등 모두 책임지고 있으며, 여러분은 명의만 빌려주면 된다. 아르바이트 비용은 명의이전 이후에 되는 순서대로 개별 지급하겠다”면서 “보통 모회사에서 이 신차 수출에 대해 감시가 심해 개인당 1~2대 정도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신차 수출 알바 소개를 해주면 우리가 이에 따른 소개비도 책정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명 각각에게 주민등록등본과 신분증복사본을 가져오면 차량구입비가 나가고 그 비용을 가지고 각 대리점으로 찾아가 신차를 계약하라고 주문했다. 차종의 모델과 옵션 선택, 색상 등까지 박씨가 지정해준 대로 해야 한다.

5명 중 기자를 포함한 모두가 이 아르바이트에 대해 동의했다. 이 자리에 있던 김(39)씨는 박씨와 잘 아는 사이로 보였는데, 알고 보니 김씨는 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상당한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김씨는 “나뿐만 아니라 노후하신 어머님, 아버님 등 가족을 통해서도 신차 수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줘 소개비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달 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480만원가량이었다.

박씨는 “여러분이 이 문제를 가지고 명의도용에 대한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것은 자신이 이름을 걸고 차를 사 되파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렇게 넘긴 차들은 관세 등 각종 비용을 다 더하고 이윤을 남겨도 해외 시세보다 10∼20% 싸다. 업체들은 신차 수출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현지와 국내 시장의 시세 차익은 물론이고 유럽 등 현지 화폐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서는 환차익도 거둘 수 있다. 차량을 중고차로 신고해 수출하면 관세 부담도 줄어든다.

선호 차종은 국가별로 다양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은 현대차 ‘투싼ix’나 기아차 ‘스포티지R’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러시아는 ‘제네시스’ 등 고급 세단,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는 ‘스타렉스’ 등 승합차와 ‘포터’ 등 소형상용차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모두 현지에서는 국내 가격의 1.5∼2.5배에 팔리는 차들이다. 현대차 투싼ix 2.0은 최저사양 기준으로 한국에서 1977만원이지만 러시아에서는 99만4900루블(약 3632만원)에 팔린다.

현재 국내에서는 하나물산, 대성월드무역, 성원무역, 이엠모터스 등 수십 개에 달하는 신차 수출업체가 난립 중이다. 이들은 자사 업무를 합법적인 ‘병행 수출(Parallel Export)’이라고 소개한다. 예컨대 과거 SK네트웍스 등 일부 업체가 공식 딜러를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던 ‘병행 수입(Parallel Import)’의 반대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병행수입’이란 ‘정식 공급업체가 아닌 제3자가 공식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별도로 같은 상품을 수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소비자가격 안정을 위해 1995년부터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신차 수출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 역시 속출하고 있다.

최근 신차 수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김(27)씨는 차량 구입비를 회사에서 내주지 않고 자신의 카드로 결제를 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본인 할부로 계산을 하면 이자까지 쳐서 다 준다’고 말했다”면서 “이 말을 믿었지만 두 달 뒤 회사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현재 김씨는 차량은 업자에게 속아 넘긴 상태였으며, 할부금은 매달 갚아나가고 있다.

피해는 아르바이트생으로만 입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 피해의 당사자는 국산차 업체의 해외대리점도 있다.

‘병행 수입’된 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매된 차량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게 하고 서비스 문제를 복잡하게 해 현지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정황이 알려진 뒤 해외 공식 딜러 및 대리점의 요청으로 사설 수출업체들의 출고를 제한하는 한편 개인이 여러 대의 차를 한번에 구입하지 못하게 하라는 지침을 영업 일선에 전달했다.

이렇게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가 된 데에는 국산차의 품질과 상품성이 좋아진 점도 한몫을 했다. 유럽은 원래 자동차 가격이 높은 편인데 현대차가 폴크스바겐 같은 유럽 경쟁 업체들과 비슷한 가격을 받아도 경쟁이 된다. 굳이 국산차의 현지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는 셈이다. 러시아는 수입차에 대한 세금이 워낙 높아 원래 현대차나 기아차와 같은 수입차들의 가격이 높다.

현대차 등 국내 차량이 이처럼 외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 ‘기술적 발전에 따라 국내차가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발전은 긍정적이지만 여기에는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의 차별화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자동차 딜러 오(36)씨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한 뒤 “기술적인 측면의 발전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의 의미를 살펴야 한다”면서 “수출용과 내수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외국에 위치한 국내 자동차 대리점들은 외국 소비자들이 이 차이를 인식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오씨는 부품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되는 전방 에어백은 어드밴드스 에어백으로 지능형 에어백이다. 이 지능형 에어백은 터지는 속도를 대략 3단계 정도로 제어를 한다. 또한 무게 감지 센서가 있어 에어백이 터지는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에어백을 쓸 수 없다. 소비자들이 이미 장착되어 팔리는 차량 에어백보다 돈을 더 주어도, 더 좋은 에어백으로 바꾸고 싶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수출용에 어드밴드스 에어백을 장착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어드밴드스 북미에는 법규로 어드밴드스 에어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단계 높은 에어백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내와는 법률이 달라 한 단계 낮은 에어백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에어백뿐만 아니라 안전벨트 역시 그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2점식 벨트를 사용하지만 미국 수출용에는 삼점식 벨트를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정면충돌의 경우 2점식 벨트만 있을 경우 소비자는 앞으로 허리가 꺾이면서 내장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2점식과 3점식 벨트의 차이는 삶과 죽음의 차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국내보다 비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법무법인 세광의 최규호 변호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3개 완성차업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다는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각 완성차 업체 주요 모델의 국내와 미국의 판매가격이 현대차 그랜저3.8의 경우 각각 4027만원과 2525만원, 쏘나타2.4의 경우 2552만원과 1600만원, 기아차 로체2.4의 경우 2224만원과 1522만원 등으로 국내 판매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최 변호사는 “이와 함께 보증수리 기간이 국내가 짧고 국내에서는 보증수리 시 중고재생품을 사용하는 반면, 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저가로 수출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국내법을 무시해가면서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었다.

오씨는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비싼 값에 받은 차량 값을 해외 마케팅에 쏟아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르노삼성의 경우 러시아 시장에 진출을 할 때 SM3의 수출 모델명이 닛산 ‘알메라’라고 했다. 또한 쌍용차는 스페인에서 NBA 스타이자 스페인 농구 영웅인 ‘파우 가솔’을 모델로 기용해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의 투명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도입된 자동차 영업에 도입된 원프라이스 제도 역시 국내 자동차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바도 있다. 원프라이스제도는 생산자가 생산된 물품의 가격까지 측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내의 경우 현대-기아의 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독과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씨 등 다수의 의견을 종합하면 신차 수출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는 원인 중 하나는 분명 국내차량의 기술적 발전이 전제되지만, 이 이면에는 국내 내수용 자동차와 차별을 둔 업체의 전략에 기반한다는 결론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내수용 차에 수출용 차보다 비싼 가격 책정, 수입차에 견줘 뒤떨어지는 사후 서비스, 차량 결함에 대한 소극적 대응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국내 소비자가 봉이냐”라는 볼멘소리를 터뜨려왔다. 국내 완성차 시장을 80% 가까이 과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수입차 등이 대중화되고 일반인들 역시 자동차에 대해 준 전문가적 수준을 갖게 된 것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가 자극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째 국외 시장에선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선 수입차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수입차 브랜드는 최근 10년 새 11배 이상 성장하며 올해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대 문턱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표격은 홈투홈 서비스다. 올해 초 첫선을 보인 뒤 6월에 전국으로 확대된 이 서비스는, 고장 차량을 정비사가 직접 찾아가 가져오는 ‘픽업 서비스’와 수리가 끝난 뒤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주는 ‘딜리버리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고장이 날 때마다 힘겹게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던 불편을 덜 수 있다. 비용은 픽업과 딜리버리 각각 2만원이다. 현대차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 서비스를 사용한 소비자 중 94%가 다시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차량 수리 기간에 다른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는 수리 기간이 하루를 넘어설 때에만 제공된다.

현대·기아차는 ‘비포서비스’에도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마트 등 소비자 밀집 지역에 찾아가 차를 무상으로 점검해주는 서비스다. 내년엔 전국 주요 도시에 비포서비스 전용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시화정비공장에 40억원 이상 들여 고급스런 분위기로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기아자동차의 ‘어드바이저 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비스센터에 전문 상담가를 배치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주는 제도다. 예컨대 서비스센터에 입고되는 순간부터 상담가에게 소비자 정보가 전달되고, 상담가는 모든 서비스 과정에 걸쳐 소비자와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간다.

이와 관련해 오씨는 “문제는 서비스 제도의 완성도다. 최근 나온, 7900만원짜리 제네시스 프라다 역시 강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서비스 제도 개편 등은 반길 일이지만 이를 통해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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