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사무실로 들어온 디지털 전환
[커버스토리④] 사무실로 들어온 디지털 전환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12.07 22:00
  • 수정 2021.12.0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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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축소, 노동강도 강화, 세대 갈등’ 나타날 수 있어
디지털 전환의 현재를 보고 다가올 미래를 계획해야

노동, 산업전환을 말하다

정부가 탄소중립·디지털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새로운 기술을 일터에 활용해 미래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이 미래에 노동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참여와혁신>도 12월과 1월에 걸쳐 탄소중립·디지털전환이 가져올 산업전환을 다뤄보기로 했다. 12월에는 노동이 바라보는 산업전환을 정리했다. 1월에는 산업전환 정책과 논의구조 속 노동자들의 참여를 다룰 예정이다.

커버스토리④ 카드산업으로 본 사무직 디지털 전환의 모습

압인기로 카드 종이전표를 찍는 모습 ⓒ KTV

종이와 함께 사라진 사람들

2006년 하반기부터 신용카드를 긁으면 나오는 종이 매출전표가 3장에서 2장으로 줄기 시작했다. 2006년 이전에는 예를 들어 점심을 먹고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면 3장의 종이가 만들어졌다. 각각 가맹점 보관용, 카드사 접수용, 회원 보관용이다. 그중 카드사 접수용 종이전표가 사라졌다. 카드사 접수용 종이 전표는 입금을 위한 필수 자료였다. 해당 종이전표가 은행 창구나 카드사 창구에 접수돼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가맹점(점심을 먹었던 식당)에 입금이 된다. 카드사 업무와 장비가 디지털화되면서 은행 창구나 카드사 창구에 직접 종이로 접수하지 않아도 전자전표가 전송돼 자동 접수됐다. 그렇게 카드사 접수용 종이전표는 2006년 하반기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2010년대 완전히 사라진다. 현재는 가맹점 보관용, 회원 보관용 종이전표도 사라지는 추세다.

카드사 접수용 종이전표가 점점 사라지면서 사람도 점점 사라졌다. 카드사에는 종이전표를 수거하는 전문 인력이 있었다. 전국 각 지점에 배치돼 해당 지점 담당 가맹점을 돌며 카드사 접수용 종이전표를 수거해 가맹점주 대신 은행 창구나 카드사 창구에 접수를 해줬다. 카드사 접수용 종이전표가 필요 없어지면서 이들의 역할도 필요치 않았고 자연스레 사라지는 직종이 됐다. 종이전표 수거 전문 인력 말고 사라진 이들이 또 있다. 카드사 창구에 종이전표가 접수되면 전표에 적힌 정보와 금액을 직접 손으로 입력하는 직원들이다. 각 지점마다 입력 직원들이 있었다. 이들이 입력한 정보와 금액이 카드사 중앙에 전달되고 몇 가지 확인 절차 후에 가맹점주들의 통장에 숫자가 찍혔다. 카드사 접수용 종이전표가 디지털화되니 입력을 손으로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매출전표 수거 직원, 매출전표 입력 직원들이 2006년 하반기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2010년대 완전히 사라진다. 이들은 회사 내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되지 않았다. 이들은 카드사 계약직원이거나 도급관계의 직원이었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가 노동을 흔들 때 약한 고용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갔다.

디지털화의 위협,
겉에서 안으로

약한 고용관계의 층위가 벗겨지면서 안에 있던 강한 고용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위협받기 시작했다. 카드사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대면 영업조직 필요성이 줄었다.(카드업뿐 아니라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업, 보험업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용자들이 카드를 받거나 가맹점주들이 업무를 위해 카드사 지점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앱에 접속하면 되기 때문이다. 1995년 6월에 입사한 두성학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비씨카드지부 지부장은 “예전에는 비씨카드가 전국에 22개 지점이 있었다. 작은 지점의 경우 한 지점에 일반직(정규직)이 10명 정도 있었고, 큰 지점의 겨우 20~25명 정도 있었다. 거기에 종이 매출전표 수거 직원, 매출전표 입력 직원까지 하면 작은 지점도 25명의 인원이 상주했고 큰 지점은 50명이나 됐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가장 적은 값인 25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전국 22개 지점이니 비씨카드 22개 지점에 최소 550명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22개였던 비씨카드 지점은 현재 대구, 부산, 광주 3개로 줄었다. 창원, 제주, 전주에서는 사무소로 운영되고 있다. 지점 근무 인원은 1~3명이다. 두성학 지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비씨카드 850여 명 직원 중 영업직은 30여 명이다. 디지털화로 최소 550명이 필요했던 일이 30명 규모만 있으면 되는 일로 바뀌었다.

1988년 카드사 창구의 모습 ⓒ KTV

디지털 전환, 기회의 영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가 2019년 펴낸 ‘디지털 전환 시대 노동의 미래를 위한 도전과 과제 : 노사정 보고서’를 보면 디지털 전환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란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통칭하는 용어로서, 산업과 사회의 각 부문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됨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며 소비자 편익이 증진되는 현상”이라고 말이다.

즉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AI를 핵심적으로 활용한)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해 기존과 다른 신사업 모델을 만들어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제시한 한국판 뉴딜 핵심축 중 하나로 디지털 뉴딜을 야심차게 내놓은 것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경제위기 극복을 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만든 디지털뉴딜 홈페이지에도 “우리의 강점인 ICT를 전 산업분야에 융합함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 디지털 대전환 프로젝트”라고 나와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은 전 산업분야에 접목된다. 제조업에서는 흔히 스마트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서비스업에서는 통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기회의 이면

앞서 본 것에 의하면 디지털화는 노동을 변화시켰는데, 디지털 전환은 노동에 영향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일까. 소개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은 산업의 확대와 축소, 등장과 소멸 등을 초래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역기능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의 축소와 소멸로 인한 사라지는 일자리가 나타난다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물론 “시장 변화에 맞춘 기술 개발과 빠른 투자 전략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올해 7월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 발표에서 “디지털화는 자동화·온라인으로 대체가 용이한 일부 제조업의 저숙련 직종 및 오프라인·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될 것”이라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일자리 감소 정도가 큰 5개 직종군을 꼽기도 했다. 무인점포·무인 계산대 증가와 온라인 매장 구매와 배송이 확산되면서 상점판매원 일자리가 대폭 감속할 것이라 내다봤다. 정형화된 고객문의에 대해 인공지능 챗봇으로 응대가 가능해져 콜센터요원 일자리가, 모바일 금융서비스 확산으로 오프라인 은행점포가 줄어들어 금융사무원 일자리가, 스마트그리드 및 원격화로 관리가 가능해져 검침(수금)원 일자리가, 제품조립 및 불량품 검사 업무를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하면서 단순제조종사원 일자리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금융사무직군의 일자리 위협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정한 업무 패턴이 정해져 있어 알고리즘화하기 쉬운 업무 특성이 있으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사들이 금융시장에 진입하면서 디지털 전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대면 업무가 대폭 줄어들며 영업점포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전부터 고객들의 셀 수도 없는 고객 정보를 관리하면서 전산화의 최첨단에 있었던 것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한몫하고 있다. 역으로 금융사무직군의 디지털 전환 양태를 보면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거나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사무직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예측해볼 수 있다.

카드노동자의 노동은
디지털 전환으로 어떤 영향을 받나

한 기업 내 디지털 부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김준영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신한카드지부 지부장은 “디지털이 차지하는 영역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며 “10년 전만 해도 IT부서는 금융회사에서 차지하는 특수한 하나의 영역이었고, 인원 비중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IT부서가 관장하는 영역이 많다. 마케팅, 세일즈, 일반관리 등의 영역이 디지털화되면서 IT부서가 필요한 상황이 많이 발생해서다”라고 설명했다.

① 일하는 방식의 변화

일하는 방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달라졌다. ▲디지털 기술을 요하는 작업 비중의 증가 ▲일하는 공간의 변화이다. 디지털 기술을 요하는 작업 비중의 증가는 빅테이터나 IT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성학 지부장은 “요즘 점심 먹고 카드를 쓰면 주변에 제휴 할인되는 커피 매장이 자동 추천된다”며 “이러한 비즈니스를 개발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이나 고객관리에도 디지털 기술이 적극적으로 접목되는 것이다. 카드 결제 프로세싱 업무(가맹점 네트워크의 개발·운영부터 매출전표 매입, 가맹점과 회원사 간 정산·결제 등을 대신 도맡아 하는 업무)도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 두성학 지부장은 “컬렉션이라고 부르는 중복매출 여부를 찾는 업무도 AI가 대신한다”며 “AI가 기존의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중복매출을 찾고, 사람은 그걸(AI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업무 영역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요구되는 업무 영역은 회원영업, 고객관리, 리스크 관리 영역 등이고, 덜 요구되는 업무 영역은 재무·감사나 채권관리 부서 등이다.

일하는 공간의 변화는 재택근무의 활성화와 SWP(Smart Work Place)이다. 두성학 지부장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전체 인원의 50%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김준영 지부장도 “재택근무가 활성화 됐고, 뿐만 아니라 자율좌석제도 실시해 노트북만 있으면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으며 일종의 스마트오피스인 SWP를 열어 소속은 본사이지만 근무는 지역에서 할 수 있게 업무 공간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했다.

② 채용과 인사평가의 변화

디지털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이 변하니 채용과 인사평가도 변하고 있다. 신입 사원 채용 시에도 디지털 역량을 많이 본다. 김준영 지부장은 “세일즈나, 마케팅 인력은 많이 뽑지 않고 디지털 역량을 가진 인력 채용을 많이 한다”고 했다. 두성학 지부장도 “최근 비씨카드도 채용 연계형 인턴을 33명 모집했는데, 25명이 디지털 관련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역량이 검증된 경력직 채용도 많이 한다. 기존의 경우 노동조합에서 경력직 채용 규모를 늘리면 경력직 채용이 아닌 신입 채용을 늘리라고 요구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노동조합도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 인재를 유치하지 않으면 기업이 도태될 확률이 이전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김준영 지부장은 “카드사들이 디지털 인재 채용을 위해 3B 전략을 골고루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신입 사원을 채용해 육성하는 Build, 디지털 역량이 검증된 경력 사원을 채용하는 Buy, 디지털 역량을 갖춘 팀에 외주를 주는 Borrow이다. 채용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곳도 있는데 앞서 말한 지점 관리등 대면 영업부서의 경우가 그렇다.

인사평가의 경우 디지털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김준영 지부장은 “디지털 KPI가 생겼다”며 “현재는 부서 평가에서 디지털 역량을 보고 있으며, 개인 평가는 따로 없지만 디지털과제를 수행하면 가점을 주는 제도는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부서는 디지털 관련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김준영 지부장은 “2016년 현업에 있을 때 소속부서가 디지털과 크게 관련은 없었지만, 업무를 디지털과 접목시키려 고민도 해보고 RPA 도입도 추진해보려 했다”고 했다.

디지털화로 소형화된 IT기기 속에 많은 정보들이 들어가고, 손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의 노동이 필요 없어져 사라지기도 했다. ⓒ 클립아트코리아

노동의 변화가 가져온 것들,
일자리 축소에서 세대 갈등까지

디지털 전환으로 일하는 내용, 일하는 공간, 채용과 인사평가 등이 변하면서 조직 내에서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일자리 위협은 대면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일어날 확률이 높다. 채용 양상이 변하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또한 디지털화로 업무가 간소화되면서 중간 과정에 존재했던 일자리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컬렉션 업무에서 컬렉션 업무를 직접 수행했던 직군은 축소되고 AI 관리 인력만 남듯이 말이다.

디지털 전환이 노동 강도 강화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재택근무가 출퇴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도 있지만, 재택근무 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업무 스트레스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올해 10월 연 ‘디지털 전환시대, 노동조합의 참여전략-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금융사의 특성상 보안 때문에 집에서 일해도 회사에 나와 해야 하는 업무가 있어 결국 업무가 느려져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터뷰가 그 예다.

또한 업무가 상당 부분 디지털화되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도 발생해 새로운 노동 강도 강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두성학 지부장은 “업무가 자동화가 많이 되나보니 편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도 쉽게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며 “인사이동으로 다른 직무에 가도 예전처럼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업무를 숙지하는 데 어렵고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고 했다.

세대 갈등의 심화도 감지되고 있다. 김준영 지부장은 “디지털 역량이 있는 직원과 없는 직원 사이의 차이가 생기고, 그게 세대 간 차이와 갈등으로 다가간다”고 했다. 물론 4050세대에게 디지털 역량을 강화를 위한 교육을 진행할 수도 있다. 다만 김준영 지부장은 “40대 중반 넘는 사람들에게 코딩을 배우라고 하면 쉽지 않은 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차이가 계속 발생하다보니 2030세대의 불만과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역량을 가진 인력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니 2030세대의 이직이 쉽다. 이는 조직 결속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4050세대 중에서는 디지털 중심의 업무 체계로 바뀌다 보니 일에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다는 게 김준영 지부장의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 과도기에 필요한 것들
정확한 관찰과 멀리 볼 안목

디지털 전환은 기회다. 새로운 먹거리이고, 그 먹거리로 일자리도 생긴다. 기회의 이면도 분명하다. 일자리 위협부터 조직문화의 부정적 요소 발생까지 노동에 다양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축소되는 일자리에 놓인 사람은 어떻게 할지, 새로 생긴 일자리에 새로 진입할 노동인구는 뭘 준비해야 할지 제대로 전망하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 김준영 지부장과 두성학 지부장의 생각이다.

전망과 대안은 디지털 전환 이해관계자의 준비와 참여를 통한 조정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조정 기능을 가진 공간이 필요한데, 간단히 생각해 노사정이 모인 공간과 각 기업 단위 노사가 모인 공간이다. 금융산업 노사정 차원에서는 디지털금융협의회, 녹색금융협의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가 있다. 디지털금융협의회는 작년부터 7차례 회의 이후 전문가로 구성된 분과별 위원회로 과제가 넘어갔다. 디지털금융협의회에 참여한 김준영 지부장은 사후가 아닌 사전 협의 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환의 혼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소 잃지 않게 외양간을 미리 고치자는 것이다.

기업 노사관계 차원에서도 수준은 다르지만 논의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현재 신한카드지부는 디지털 전환으로 노동조건 및 고용에 변동이 생길 경우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하도록 회사에 단체협약 요구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기존 단체협약에도 경영합리화 등으로 인력 축소 시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 조항도 있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안을 만든 것이다. 디지털 전환 관련 단체협약 요구는 사무금융노조 산별 차원의 교섭공동지침이기도 하다. 비씨카드지부의 경우 22개 지점이 대폭 축소되는 과정에서 인력 변동 시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이 디지털 전환 등 인력 규모에 변화를 주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로 다시 만들어졌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대응하기에는 어려움도 있다. 김준영 지부장은 “최근 회사에서 디지털 관련 TFT가 장기간 운영돼야 해서 인력 계획을 협의한 적은 있다. 다만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협의까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회원을 얼마 모집하고 앱에 접속하는 사람은 몇 만 명을 만들고 이런 청사진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데, 그걸 달성하기 위한 인력과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 장기 계획이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전환 과도기이기 때문에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명확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며 “현재 디지털 전환의 모습을 정확히 보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연구 사업 같은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