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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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논설위원

일반적인 경제문제는 재정정책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정부가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5월에 집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를 살펴보면 기대와 달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은 지역 소상공인, 여행업, 대면서비스업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비대면 서비스업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코로나19와 같이 새로운 팬데믹 상황이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기에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사례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지난 5월에 정부는 전 국민에게 총 14.2조 원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성 소비쿠폰 형태로 지급하되 사용기간을 제한하고 특정 업종에서만 소진되도록 규정을 두었기에 지역 소상공인을 비롯한 특정업종에서 매출이 증가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소비로 이어진 것은 30%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70%는 가계 채무 상환이나 미래를 위한 저축에 사용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가장 컸던 여행, 사우나, 대면 서비스업, 음식점 업종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이 있었지만 매출 감소는 계속되었다.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지출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지역 매장을 피해 온라인 전국 매장을 찾았고, 코로나19가 확산이 심한 지역을 벗어나 코로나19가 잠잠한 지역에서 소비를 하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자 소비자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여 대면서비스를 꺼렸다.

2001년에 미국은 세금감면을 통한 소득지원 정책을 펼쳤으나 한계소비성향이 20~40%로 나타났다. 즉, 세금감면으로 인한 소비효과는 20~40%에 지나지 않았다. 대만의 경우에는 2009년에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할인행사를 벌였지만 소비효과는 24.3%로 낮게 나타났다. 정부의 무상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 진작 효과가 낮은 이유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permanent income) 가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소득을 정기적이고 확실한 항상소득과 변동성이 큰 일시적 소득으로 구분하였다. 그의 가설에 의하면, 예상치 못한 일시적 소득이 아니라 현재의 소득과 미래의 장기적인 소득 전망에 따라 소비증가가 이루어진다.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 상황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률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폐업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사업 종사자에게 직접적이고 선별적인 소득지원이 바람직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의료로 분류해 볼 때 응급의료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응급의료는 의료체계와 유기적인 관계에서 의미가 있다. 응급의료 자체가 의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긴급재난지원금도 일반적인 재정정책과 보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코로나19처럼 언제든지 새로운 팬데믹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상황에서는 경제 주체별 피해 규모를 신속히 수집 분석하여 그에 따른 피해계층을 정밀하게 식별하여 지원하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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