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세에 주요 대기업 사내 방역 강화

출장·대면 업무 최소화…재택근무 비율 조정

CES 참관 규모 축소 검토…해외 경영 차질 우려

“코로나는 상수…신사업으로 돌파구 마련할 듯”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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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연말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재개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대기업 A사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되면서 경영 정상화를 기대했었다”며 “현재 예정된 미팅도 취소하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한숨지었다.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대까지 치솟은 까닭이다. 

다만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5000명대를 넘어서는 등 변수로 인해 C쇼크가 시작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히려 공격적 경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아! 코로나...’ 코로나 방어막 치는 기업들 

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32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휴일 기준으로 사상 철 4000명대를 돌파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3308명)과 비교해 1017명 증가, 확산 규모가 줄어들지 않은 모습이다. 위중증 환자의 증가 추이도 심상치 않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744명, 최고치였던 전날보다 27명 줄었지만 닷새 연속 700명대를 유지했다. 사망자 또한 이틀 사이 113명이 발생했다. 

오미크론의 지역 사회 감염도 본격화된 모양새다. 국내 최초 오미크론 변이 전파 사례가 된 인천 미추홀구 목사 부부를 통해 6차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방대본은 지난주 전국 단위 코로나19 위험도는 2주 연속 ‘매우 높음’으로 나타났다. 다만  방대본은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전주 대비 위험도가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정부의 위드 코로나 방침에 따라 사내 방역 지침을 완화했던 국내 기업들은 다시 방역의 고삐를 조일 태세다. 앞서 임직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사내 확진자·유증상자 발생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외부 활동 제한을 풀기 시작했다. 대면 회의, 집합 교육이 재개됐고, 해외 출장도 진행됐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의 파급력을 예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체 방역 수준을 강화 중이다. 정부가 방역 지침을 강화할 것을 기대했던 기업들은 낮은 단계의 방역이 유지됨에 따라 선제 대응을 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 B씨는 데일리임팩트에 “정부 지침보다 지나치게 ‘쎈’ 방역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송년회 같은 사적 모임이 많은 시즌이기 때문에 사내 유입을 막는 게 관건이라 외부활동을 최소화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방역 지침을 조정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방역 수준을 상향했고, 다른 그룹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주 강화된 방역 지침을 공지했다. 이날부터 해외 출장 자제, 회식 금지, 사내 피트니스 등 실내외 체육시설 한시적 운영 중지 등이 시행됐다. 해외 출장은 필수 상황에 한해 사업부 승인을 거쳐 허용하는 방침을 유지했다. 다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오미크론 최초 변이가 발생한 9개국 출장은 전면 금지됐다. 사적 모임 또한 최대한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재택근무는 현 수준을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되자 재택근무 비율을 가전·스마트폰 등 세트 부문에 한해 30%까지 늘리도록 권고했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교육·회의·세미나 허용 인원을 기존 50인에서 30인으로 축소했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풀었던 출장 등 대외업무도 조정됐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국으로의 출장 자제령이 떨어졌다. 재택근무는 부분별 상황을 고려, 팀장 관할 아래 확대했다. 임직원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사내 라운지 이용도 제한됐다. 

LG그룹 또한 이날부터 사내 방역 수준을 상향했다. 재택근무 비율 30%에서 40% 이상으로 높였고, 대면 행사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실시키로 했다. 참석 인원도 30% 이상 줄였다. 회의·집합교육 인원은 기존 30인 이하에서 20인 이하로, 행사는 기존 50인 이하에서 30인 이하로 축소했다. 외부 방문객의 사내 출입 역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에만 허용키로 했다. 

SK그룹 역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역 조치를 취했다.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재택근무 적극 활용, 비대면 보고·회의 준수, 사적모임 자제 등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들도 재택근무 비중을 늘리고 해외출장을 금지하는 내용이 지침을 내놓고 있다. 

재계 다른 그룹들도 방역지침을 강화하고 추세다. 한화그룹은 부서별 30% 이상 재택근무 의무화, 사내 회의 화상 전환, 회식 금지, 국내외 출장 제한적 허용 등 새 방역 지침을 시행한다. 포스코는 50인 이상 행사·집합교육 금지, 국내·외 출장 자제, 체육시설 운영 중단 등을 유지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진 해외 사업장은 현지 지침에 따라 방역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필수 인원 외 재택근무로 돌렸고, 행사는 비대면 실시를 권고했다. 대면행사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접종 완료자에 국한해 50인 미만으로 진행된다. 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영진을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필수 업무 외 외부 인력의 사내 출입이 금지됐다. GS그룹은 아예 임직원의 외부 활동을 막기 위해 밀키트를 보내 집콕 연말을 유도키로 했다. 

이 밖에 롯데, CJ, 신세계 등도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키로 가닥을 잡았다. 위드 코로나 시행에도 방역 지침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다. 롯데그룹은 40% 이상, 신세계그룹은 50%대의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이들은 정부 지침 변화를 지켜보면서 추가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나마 타격이 덜한 분야는 ICT업계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재택근무에 전격 시행, 임직원 간 접촉도 최소화했었다. ICT기업들은 내년부터 재택근무를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필요시에만 조직장 승인을 받아 회사에 출근하는 원격근무를 올해 말에서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카카오도 내년 1분기까지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하되 2분기부터는 부문별 책임자가 각 조직에 적합한 근무형태를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코로나로 체력 향상…신사업으로 돌파구 마련할 듯”

기업들의 해외 경영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정부의 새 지침에 따라 16일까지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은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10일 간 격리된다. 이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올 상반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해외 생산기지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장 다음달 5일부터 열릴 CES 2022 참가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자·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오랜만의 오프라인 행사라 참가단을 꾸릴 예정이었다”며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내에서 파견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참가를 확정지은 기업들은 파견 규모를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정의선 편대차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사장 등 CES 2022에 참관하려던 기업 경영진들도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도 경영 계획도 코로나발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1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내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11.7%에 불과했다.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32.1%에 그쳤다. 반면 아직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6.2%나 됐다.

다만 내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던 만큼, 공격적 경영에 나설 시점에 도래했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전세계적으로 산업 판도가 격변하면서 변수가 증가했다”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속도감 있는 사업 전개, 중장기적 경쟁력을 강화시킬 투자를 위해 공격적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체력이 단단해진 만큼,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소비여력이 낮아지고 경제 회복능력이 둔화돼 현금 창출 등 재무관리 측면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험치가 쌓였기 때문에 장기적 추세를 감안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불확실성이 확실성으로 언제 전환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을 높이는 길은 기술 경쟁력의 제고”라며 “투자 전략을 크게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신사업 확장, 특히 해외시장 공략을 내년도 경영 목표로 삼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임원 인사과 조직개편을 단행한 그룹들은 일제히 신사업에 무게를 뒀다. SK그룹은 그룹 전체에서 133명이 새롭게 별을 달았는데, 67%가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신규 성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주력사업을 이끄는 수장들을 부회장단에 포함시켜 투자 효율화를 꾀했다. 

LG그룹은 지주사에 신사업 발굴을 맡기는 한편, 부사장 이하 임원급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상무 승진자의 62%를 40대로 채웠고 전체 임원의 52%를 1970년대생으로 교체했다.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해 미래 준비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GS그룹은 전체 임원 승진 및 신규 선임자 가운데 20%이 신사업 전략·투자 인력이었다. LS그룹은 지주사를 포함해 9개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고, 사업 전략이나 연구개발(R&D), 국내외 영업 전문가 등을 두루 발탁해 사업 경쟁력을 보완했다. 

특히 기술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중에서는 해외 조직을 강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이석희 대표에게 맡겼다. 이 대표는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에 따라 낸드사업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유수의 ICT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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