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한국의 주요 게임 개발사들이 NFT와 P2E(플레이투언, Play to Earn) 모델을 활용한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 해 6월말까지 2만 5000원대에 머물렀던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의 주가가 11월 중순 23만 7000원대로 올라간 것은, ‘미르4’ 게임이 본격적으로 NFT와 P2E 모델을 게임에 적용해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었다. 주가만 급등한 게 아니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용 토큰으로 발행한 WEMIX 가격도 폭등해서, 시가 총액이 한 때  2조9000억원에 다다르기까지 했다(현재는 약 1조4000억원). 기존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게임용 플랫폼을 개발 중인 게임빌과 플레이댑도 시장 진입을 위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은 해외에도 열풍이 불고 있다. 유비소프트(Ubisoft)와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를 비롯한 징가(Zynga), 액티비젼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테이크투(Take-Two Interactive)의 CEO 모두 이미 NFT 게임을 준비하고 있거나,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투자도 더욱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파리 소재 NFT 판타지 축구 게임인 소레어(Sorare)팀은 43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6.8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홍콩 소재 애니모카 브랜드(Animoca Brands)는 22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2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미시컬(Mythical)은 12.5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2.2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선보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포르테(Forte) 역시 최근 7.25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5월에 이미 1.85억 달러를 투자 받은지 불과 6개월만에 다시 대규모 자금이 더 들어온 것이다.  엑시 인피니티로 P2E의 새로운 장을 열어 제친 스카이 마비스가 받은 1.53억 달러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이다. 

그러나 이러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장비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당장 한국에서는 NFT가 적용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이미 몇 년전부터 몇몇 국내 블록체인 게임이 국내 서비스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사행성과 환금성에 대한 우려 이유로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분류를 받지 못했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국내에 유통하거나 운영하면 ‘게임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바다 이야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없다면 앞으도로 이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의 게임에 대한 규제 수위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이슈는 비단 한국에만 해당되는 이슈는 아니다. 게임 아이템의 환금성이나 도박성과 관련하여 블록체인 게임 이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법적 쟁점이 되고는 했다. NFT와 P2E의 높은 열기에도 불구하고 데스탑 게임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 가진 스팀(Steam)이 NFT와 암호화폐를 사용한 모든 게임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지난 10월에 발표했다.   

스팀의 사용자는 약 40% 가까이가 영어권 사용자이지만, 20% 정도의 중국어 사용자도 가지고 있다. 2020년 기준 1.2억명의 활성유저와 하루 6200만명이상의 활성유저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데스트탑 기반 게임을 하려면 거의 필수적인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팀이 왜 NFT와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게임을 금지시켰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는 않지만, 불명확한 규제 환경에서 비롯되는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에서 아직 절대 금액으로 비교하면 현재 매출의 10% 이상을 증가시키지 못할 것 같은 블록체인 게임을 도입해서,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잘 유통시키고 있는 플랫폼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의 입장에서 보자면 블록체인 게임은 아직은 규제 이슈가 좀 더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는게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이런 입장은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스토어나 애플 스토어 입장에서 플랫폼 외부에서 일어나는 결제와 거래 시장을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게임을 본격적으로 허용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그냥 스토어에 게임을 연결시켜 주는 것만으로 30% 수익을 얻고 있는데, 이런 시장 구조를 바꾸는 기술을 앞장서서 도입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확장된 플랫폼 비즈니스에 의한 시장의 집중과 독점력 강화는 플랫폼에 반하는 새로운 혁신적 구조의 도입을 지연시키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NFT의 도입은 이러한 독점적 플랫폼 시장의 파워에 대항해서 독자적인 유통 시장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엑시 인피니티는 모바일 게임에도 불구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애플리케이션 설치 파일(APK)을 다운로드 받아서 수동으로 설치해야됨에도 불구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접했고, 하루 25만명의 활성 유저를 모았다. 기존의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극소수의 하드코어 유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 게임을 아무런 플랫폼 유통 시장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 낸 것이다. 

독점적 플랫폼이 가진 미들맨 수입(30%)을 날려 버리고, 플레이어들이 직접 커뮤니티를 조직해 게임을 퍼트리고 고객 서비스를 한다. 이미 모딩(modding)이나 오픈 API를 이용한 게임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독자적인 경제구조를 갖추고 참여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까지 확보하게 됨으로써 게임 모델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바꾸어 가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은 전통적인 게임 회사들과 플레이어들이 주도를 했다기보다는 크립토 네이티브(crypto native)라는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가 주도한 것이다. 이렇게 촉발된 모델이 게임 네이티브(game native) 플레이어들로 급격히 확장되어 가고 있는 상태다. 태생이 다른 두 개의 그룹이 만나서 생기는 새로운 에너지가 앞으로의 생태계를 어떻게 확장시키고 발전시켜나갈지 매우 기대된다. 

기존 플랫폼이 기득권 방어와 규제상의 안전에 더 초점을 맞추는 동안 크립토로 무장한 탈중앙화된 게이머의 생태계가 더 큰 규모로 조직화되고 자체 순환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면, 전체 게임 산업의 혁신적 파괴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커뮤니티 기반의 길드 조직과 새로운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시장의 주류 세력으로 등장하면, 전통적인 개념의 퍼블리셔와 유통시장이 존재해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