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LH 공공주택 정책 쇄신 기자회견
사전 청약 분양가 분석 결과 1.4억원 거품
"대선후보가 공공택지 민간매각 막아달라"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개최한 LH 사전청약 분양가 분석 발표 및 공공주택 정책 쇄신 촉구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상헌 기자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개최한 LH 사전청약 분양가 분석 발표 및 공공주택 정책 쇄신 촉구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상헌 기자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땅장사"를 벌여 제3기 신도시에 공급하는 사전청약 아파트 한 채당 1억4000만원의 거품이 붙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분양가가 시세 대비 60~80% 수준으로 책정됐다"며 적정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토지조성 단계에서부터 붙은 거품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뻔해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본원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 1만8602세대 분양가와 지구별 조성원가를 분석한 결과 "2조7000억원 거품이 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윤석열·이재명 후보에게 관련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20개 지구의 택지조성원가, 적정건축비를 계산한 결과 적정 분양가는 2억8000만원(평당 1115만원, 25평 기준)이었지만, LH 공급 주택의 분양가는 4억2000만원(평당 1669만원)으로 1억4000만원 비쌌다.

강제 수용을 통해 개발한 신도시에서 두 배 가까운 분양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경실련은 "LH가 땅장사를 벌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정부가 토지비와 건축비를 부풀려 책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국토부 발표 3기 신도시 20개 지구의 택지조성원가, 적정건축비를 계산한 결과, LH 공급 주택 분양가가가 1억4000만원 부풀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이 국토부 발표 3기 신도시 20개 지구의 택지조성원가, 적정건축비를 계산한 결과, LH 공급 주택 분양가가가 1억4000만원 부풀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조성 단계부터 1.7배 부풀려져
국토부, 공공택지 민간 매각이 원인

LH 홈페이지에는 20개 지구 중 위례, 파주운정3, 인천검단, 양주회천 4개 지구 조성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대부분은 토지보상이 진행중이란 이유로 조성원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공주택지가 민간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토지보상비 만큼 거품이 발생한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국장은 "국토부가 11~12월 중에도 1만2000호 공동주택지를 민간매각할 예정"이라며 "대선후보들이 (민간매각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만호 가량 주택이 공공택지 민간 매각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100만호 기본주택과 윤석열 후보의 30만호 원가주택 공급의지가 진정이라면 대선후보들이 앞장서 당장 LH의 땅장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조성 원가를 보면, LH의 땅장사 부작용은 여실히 드러난다. 경실련이 20개 지구 토지조성 원가를 추정한 결과 평당 515만원(용적률 192% 가정)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LH가 투입한 실제 조성원가는 평당 897만원으로 1.7배에 달했다.

다만 LH가 2011년부터 세차례 공급을 진행해온 위례는 이번 사전청약에 포함됐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위례 신도시 전용 55㎡의 사전청약 분양가가 평당 2400만원으로 1년전 분양한 위례(A3-3a 전용 51㎡) 평당 2000만원보다 더 높다.

파주운정도 전용 59㎡ 기준 사전청약은 평당 1323만원으로 두달 전 분양가(1247만원)보다 비싸다. 분양가가 분양원가와 상관 없이 주변 시세에 따라 책정되며 동일 지구에서의 공공주택 분양가조차 널뛰기하는 양상이다.

반면 3기 신도시 입주는 5년 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선 후보들이 지금이라도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나서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경실련 주문이다.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부동산이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지만 최소한 LH만은 서민들에 거품을 전가하는 정책을 펼쳐선 안된다"며 "적자를 벗어날 정도의 이익만 남기고 집값 거품을 깨뜨리는 선봉의 역할을 하도록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 용어 해설 : 3기 신도시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계획한 택지개발 지구로 남양주 왕숙신도시 · 하남 교산신도시 · 인천 계양신도시 · 고양 창릉신도시 · 부천 대장신도시 5곳이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