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빅테크기업들의 중국철수 가속화…판호 대신 NFT 선택한 위메이드 승승장구

제조업체에 이어 IT 및 인터넷서비스 기업들의 탈중국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미국 야후도 중국 철수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야후 대변인은 "중국내 나날이 도전적으로 바뀌는 사업적, 법적 환경을 버티기 어렵다"며 중국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야후의 주요 서비스는 중국에서 이미 차단된 상태다. 

이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10월 자사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링크드인의 중국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중국에서 서비스가 차단됐다. 구글은 검색 엔진을 사전 검열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2010년 중국에서 발을 뺐다. 요즘 가장 핫한 OTT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아예 중국에 첫발도 내딛지 못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에서 강제 철수당한 셈이다. 

탈중국의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도저히 못 버티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은 이달들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정부의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에 들어갔다. 인터넷사업자의 개인정보 획득과 활용을 엄격히 제약하는 이 법안 시행 이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산업 규제를 위해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강력한 셧다운제를 전면에 내세웠던 중국 정부가 이번엔 SNS 및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을 옥죄기 위해 어이없게도 ‘개인정보 보호’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번 조치는 결국 미국 야후가 두손두발 다 들고 중국 철수를 선언한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상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다. 중국 당국의 게임산업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텐센트는 이번에도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될듯 싶다.

당장 텐센트는 당국의 제재로 당분간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 등 기존 앱을 업데이트하거나 새로운 앱을 출시하지 못하게 됐다. 중국 당국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공업신식화부가 행정지도에 따라 텐센트의 앱 다운로드 등을 제한했다고 한 중국 매체는 전했다. 

중국 당국의 잇단 규제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따라야만하는 텐센트가 안타깝게 보일 지경이다. 어찌보면 텐센트 입장에서는 탈중국을 선언한 미국 야후가 되레 부러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만을 보고 중국에 진출했던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최근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전기차 등 주력 산업에서 자국 기업 점유율을 70~8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한 중국의 등살에 못이긴 국내 대기업들도 하나둘씩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SK그룹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가 지난달 SK렌터카 지분 100%를 중국 도요타에 500억원에 매각하며 탈중국을 선언했다. 중국 렌터카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만이다. 현대차그룹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점유율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다 최근 공장 매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PC 공장의 문을 닫았다.  

미중 갈등 심화와 중국 정부의 무차별적 기업 규제 여파로 국내외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유독 한 곳만이 여전히 중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국내 게임업계다. 사드 사태 이후 중단된 중국 판호 발급 재개 여부가 여전히 게임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마치 5년째 떨어지지 않고 있는 감나무를 쳐다보고 있는 모양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사드 사태로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 제재 이후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로 K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 BTS와 봉준호의 ‘기생충’에 이어 ‘오징어게임’까지 탈중국에 성공한 K콘텐츠는 중국의 한한령 제재를 비웃듯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지옥’을 추천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 역시 K콘텐츠의 영향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 사례다. 

게임기업들에게 탈중국을 어필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대다수 국내 게임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판호규제로 사실상 반강제로 탈중국 당한 상황이다. 때마침 탈중국에 성공한 게임기업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간 국내 게임계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혀온 위메이드가 바로 그곳. 최근 중국 대신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선택한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미르4’ 글로벌 버전을 흥행시키며 단숨에 플레이투언(P2E) 관련 대표 업체로 부각됐다. 

덕분에 이 회사의 주가는 최근 1년새 1000% 이상 급등했으며 박관호 의장은 한국의 10대 주식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위메이드 측은 여전히 “중국에서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 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좀 더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것이 ‘미르4’ 글로벌 버전이 한국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에서 구글 매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위메이드가 탈중국의 성공사례로 게임史에 기록될 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한편 최근 중국발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지금이 탈중국화의 적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탈출 움직임을 지켜본 게임업계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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