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끼는 마음을 이해하는 북파우치: 코코의 하루 북파우치

글 입력 2021.11.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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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 방법은 대략 3가지이다. 종이책으로 읽기, e-book 리더기로 읽기, 핸드폰/아이패드로 읽기. 가장 집중이 잘 되는 방법은 누가 뭐래도 종이책이다. 손으로 글씨를 꼭꼭 눌러가면서, 종잇장을 넘기면서 읽는 것이 좋다. 읽기에 속도가 붙을수록 책의 뒷부분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좋다. 무엇보다 기억이 나지 않거나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마음껏 뒤적거려가면서 읽는 것이 좋다. 종이책을 읽는 느낌은 책과 소통하는 것 같다. 마치 친한 친구를 옆에 앉혀두고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다.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e-book 리더기이다. 내가 쓰는 기기는 크레마 사운드로 약 2년 전에 10만원 정도를 주고 구매했다. 원래는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기 전, 온갖 책들을 다 싸 들고 갈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구매한 것이다. 막상 독일에 가서는 책을 읽을 여유가 그다지 없었다. 5개월을 꽉꽉 채워서 여행 다니고 수업 듣기에 바빴다. 그렇게 한국에 가져와서 오히려 잘 쓰고 있는 물건이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도 다 가지고 있는 마당에 e-book 리더기를 사는 건 쓸모없는 지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보면 일반적인 전자기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전자 잉크는 눈이 편안하다. 무엇보다 느리다. 한번 터치하면 껌-뻑 하면서 느릿하게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좋다. 책을 내려받아야 하니 인터넷은 되지만 너무 느려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딴짓을 할 여력이 없어 책에 집중이 잘 된다. 무엇보다 e-book 리더기가 빛을 발할 때는 누워서 게으르게 읽을 때다. 밝기를 조절할 수 있으니 누워서, 깜깜할 때도 읽기가 좋다. 눈 건강에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종이책과 e-book 리더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종이책은 부피도 크고, 말 그대로 종이이다 보니 가방에 한 번 넣으면 무지하게 신경이 쓰인다. 최대한 조심해서 에코백을 부여잡고 돌아다녔는데도 어딘가 한구석이 접히고 굽어지고 긁히고 찢기고 하는 것을 볼 때 등골이 서늘해진다. e-book 리더기는 가볍고 작다. 이동성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는 화면이 아킬레스건이다. 조금만 압력이 가해져도 쉽게 망가져 버린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망가지면 수리비가 기기 값보다 더 나온다고 하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딱딱한 커버 케이스도 씌웠으나 결국은 대부분 방 안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래서 넘어 온 것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였다. 이 둘은 무척 빠르다. 책 다운로드도 순식간에 완료된다. 책장도 쉭쉭 넘어간다. 무엇보다 앞선 두 친구보다 단단하다. 호주머니 속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거나, 자잘한 짐 가득한 에코백에 넣고 굴려도 멀쩡하다. 게다가 늘 가까이에 있다. 그러니 이동 중이나, 밖에서 잠깐 책을 읽기엔 참 괜찮다. 그러나 장점은 단점을 수반한다. 핸드폰과 아이패드의 ‘빠름’은 독서를 방해한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온갖 앱들과 메신저의 알림. 집중이 되려던 참이면 갑자기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물건이 세일을 한다고 알림이 온다. 그러면 금세 독서를 망친다. 나의 형편없는 집중력도 한몫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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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개하려는 북파우치는 그래서 만들어진 물건이다. 종이책이나 e-book 리더기의 맛과 멋을 아는 독자들을 위해. 하염없이 약한 책을 자잘하지만 뾰족한 나의 소지품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종이책이나 e-book 리더기와의 외출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물건이다.

 

내가 받은 코코의 하루 북파우치는 중형으로 크기가 제법 크다. 꽤 두툼하거나 큰 책도 넣을 수 있고, 두 권쯤 챙기는 것도 가능하다. e-book 리더기도 당연히 들어간다. 평소에 작은 미니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보다는 에코백이나 배낭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물건이다. 사이즈는 다양하고, e-book 리더기만 소지하려면 더 작고 도톰한 소형을 고르면 될 것 같다. 나는 케이스를 따로 씌워서 다니기 때문에 지금 크기와 두께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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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넉넉해서 좋은 점은 독서에 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의 나는 독서를 기록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좋은 문장이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메모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노트와 펜을 함께 넣을 수 있는 크기이다. 기껏 책을 읽으려고 종이책까지 열심히 끌고 나왔는데 메모는 휴대폰 메모장에 하려고 하면 김이 새니까. 그런 소소한 유용함이 있다.

 

책을 다치지 않게 들고 다니는 북파우치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좋아하는 일의 시작이 아끼고 소중한 마음이니까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섬세하고 다정한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실밥 하나 나온 데 없이 단단하고 튼튼한 파우치는 선물처럼 조심스럽게 포장되어서 배송되었다. 귀여운 책갈피와 함께 누군가가 쓴 서평이 동봉되어 왔다. 책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이 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다.

 

그러고 보면 책은 참 성가신 매체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같은 OTT 서비스들은 우리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빠르게 만들려고 애를 쓴다. 이용자를 귀찮지 않게 만드는 것이 이런 서비스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책은 그에 반해 손이 많이 간다. 읽고 소화하는 노력도 품이 많이 든다. 느리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책이 주는 고요한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귀찮고 비효율적이어도 괜찮은 사람들을 위한, 책을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북파우치를 추천하고 싶다. 책과 함께 외출하는 기분 좋은 습관을 함께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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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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