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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더 가까이...뜨거워진 은행 '1cm 전쟁'

하반기 비대면 상품·서비스 31개...상반기比 50% 급증
금융권 '플랫폼' 경쟁 영향...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듯

 

[FETV=권지현 기자] #60대 주부 고순애씨는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한 이후로 영업점에 가지 않은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아직 보험·증권사 앱은 익숙하지 않지만 은행 앱을 통해 보험·펀드 상품도 가입하고 관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요즘에는 외국인 며느리에게 은행 앱 사용법을 알려주고, 최근 독립을 결심한 첫째 딸과 함께 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느라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1cm'를 확보하기 위한 은행권 앱 영토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 상품·서비스가 계좌개설, 예·적금 가입, 마이너스통장 실행 등 상대적으로 간단한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기업, 해외, 외국인, 생활밀착형 비금융 등 그 외연이 넓어졌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었던 은행 앱이 세대를 초월한 일상적인 금융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자신들의 앱에 더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이 출시한 비대면 상품·서비스는 총 31개로 나타났다. 상반기(20개)보다 50% 이상 급증한 규모다. 최근 5개월 새 각 은행들이 한 달에 한 개꼴로 비대면 상품 등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최초' 수식어가 붙은 것이 많다. 그만큼 기존 비대면 상품·서비스의 범주를 벗어나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처음으로 지역신용보증재단 비대면 보증부대출 서비스를 이달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기업뱅킹 앱 '쏠비즈(SOL Biz)'에서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신청부터 대출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지원한다. 신한은행의 '최초' 행보는 또 있다. 7월 비대면 증권계좌 일괄신규 서비스를 시행, 한 번의 가입으로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를 포함한 9개사의 증권계좌를 동시에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위한 금융플랫폼을 따로 만들었다. 리브넥스트를 출시, 10대 고객이 휴대폰 인증만으로 금융 거래가 가능토록 했다. 스티커·다이어리 등의 흥미 요소도 더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부터는 비대면 외환 거래 시간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KB스타뱅킹을 통한 국내 외화자금 이체, 외화 예금 입출금 등은 23시 50분까지 거래 가능하며, 해외송금 등은 주말과 공휴일에도 이용할 수 있다. 실시간 외환매매서비스인 KB환율픽서비스는 기존 17시 30분에서 19시까지로 서비스 시간을 넓혔다.

 

가장 부지런히 비대면 상품·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다. 먼저 하나은행의 '외국인 비대면' 서비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출시된 이 서비스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앱을 통해 16개 언어로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하나은행이 국내 금융권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달에는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 증권사에서만 가능하던 상품을 은행권으로 들여왔다. 고객이 퇴직연금 자산을 ETF, 예금, 펀드 등 앱을 통해 손쉽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8월에는 법인에게도 계좌 개설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대면 계좌개설은 개인과 개인사업자에게만 열려 있었다.

 

우리은행은 7월 주담대 상품을 100% 비대면으로 내놓아 금융권의 큰 관심을 받았다. 대표적인 대면 상품이던 주담대를 모바일 영역으로 끌어온 것으로,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시도한 상품이다. 이 상품이 ‘마중물’이 돼 현재는 여러 은행이 비대면 주담대를 출시했다. 또한 고객과 전담직원을 일대일로 매칭한 '원(WON)컨시어지'를 통해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상품 추천, 만기 관리 등을 제공하는 전략을 폈다.

 

이외 농협은행은 이달 개인사업자를 위한 비대면 보증서대출 등을 선보였으며, 기업은행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의 경영 애로사항을 덜어주고자 창업기초지식과 국내외 창업지원사업 등을 한 곳에 모은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지원한다.

 

은행권은 비대면 상품·서비스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갈수록 눈높이가 높아지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비대면 상품·서비스는 그 수요와 더불어 부서 실적과도 연관돼 있어 내부적으로 공을 많이 들이는 부문"이라며 "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고 앱을 활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