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ㆍ코인 다 불안해" 안전자산 갈아타기로 인플레 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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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ㆍ코인 다 불안해" 안전자산 갈아타기로 인플레 헤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11.1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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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美 국채 투매 현상 
위험자산 회피 심리 커져...달러·금 시장 머니무브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며 위험 헤지 수단으로 안전자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향후 투자 방향을 정하는데 신중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등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6.2%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5.9%를 웃돌아 6%대를 넘어섰다. 미국의 CPI 수치가 6%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1990년 12월 6.3%를 기록한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전월대비 CPI 상승률도 0.9%로 나타나 역시 월가 전망치인 0.6%를 상회했다.

이로인해 미 금융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빨리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이는 미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다양한 자산 가격 변동에서 확인된다.

시장에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65% 선을 넘어서면 1.70%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유럽계 금융기관 UBS의 베테랑 트레이더인 아트 카신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10년물이 1.65% 선을 깬다면 1.70% 수준으로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차트들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 국채금리는 1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인플레이션은 채권이 약속한 고정금리의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이에 따라 장기물과 단기물 금리차가 좁아졌고 달러화 가치도 치솟았다. 미국의 장기성장이 꺾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경기부양을 지속할 타당성이 약해지고 있다”며 연준의 대응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기존 전망보다 3개월정도 빠른 2022년 1분기 내 테이퍼링 일정이 합의되고, 적어도 내년 말까지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현상은 주류 투자처였던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주춤하게 하고 있다. 나아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8일 오후 2시32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50% 하락한 7356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9일 8270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후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1시32분 비트코인은 7249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도 그동안 탐욕이 과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솔로몬 CEO는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컨퍼런스에서 “지난 40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지금은 탐욕이 공포를 앞지른 시기”라며 “그러한 시기는 오래가지 않으며 균형을 찾기 위해 재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장세'가 종료된 국내 증시가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박스권 장세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거래대금 또한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68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월과 비교했을 때 9.1%,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무려 16.2% 급감한 수준이다. 

자연스럽게 투자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지난 며칠 동안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고 싶게 만드는 많은 정보들을 목격했다”며 "금과 달러화가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0.4% 오른 7만570원(종가 기준)에 거래됐다. 지난 11일 올해 처음으로 7만원 선을 돌파한 금값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최대 현안인 에너지 부족발(發)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는 것도 안전자산으로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촉발한 에너지 부족 사태로 미국 석탄 가격은 12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 사태가 조기 종료되기 힘든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매판매 지표 호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서 매파적 통화정책 가속화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로 인한 달러 인덱스 상승과 안전자산 투자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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