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수수료 無”…은행권 고객 유치전 후끈

전 금융업 IRP 적립금 34조 돌파
퇴직연금 시장 성장 속 가입자 확보 차원

경남은행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주요 은행들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가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 전액 면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증권사들이 지난 4월부터 IRP 수수료에 대해 ‘수수료 0원’ 정책을 통해 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IRP 공략에 나서자, 은행들 역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 면제 정책으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우리원(WON)뱅킹’을 통한 모든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운용 및 자산관리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중 IPR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건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은행권 내 IRP수수료 면제 정책은 지방은행에서 먼저 시작됐다. BNK부산은행은 지난 8월 3일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채널을 통한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BNK경남은행은 같은 달 17일부터 비대면 채널을 통한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개인적립금 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DGB대구은행도 이달부터 인터넷뱅킹이나 자행 모바일앱 ‘IM뱅크’를 통해 IRP를 가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IRP는 노후준비와 세액공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절세상품이다. 연 납입금액 700만 원에 대해 최대 115만 5000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0세 이상의 경우 연 납입금액 한도가 900만원까지 적용돼 세액공제 혜택은 148만 5000원까지 늘어난다. 연간 최대 납입금액은 1800만 원이다.

 

적립규모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보면 지난해 전 금융업권의 IRP 적립금은 34조 원을 넘어섰다. IRP 적립금액은 지난 2015년 말 10조 9000억 원, 2016년 말 12조 4000억 원, 2017년 말 15조 3000억 원, 2018년 말 19조 2000억 원, 2019년 25조 400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엔 34조 4000억 원을 기록하며 30조 원 중반대까지 불어났다. 

 

은행들로선 자산관리 수수료 등을 받지 않으면 이익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타 금융회사로의 소비자 이탈을 방치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말 기준 IRP 시장점유율을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69.3%로 여전히 가장 높았지만, 금융투자업권의 비중(21.9%) 역시 상승세다. 특히 지난 2017년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은 안정성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IRP수수료 무료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면제를 통해 비이자마진이 일부 줄어들더라도 IRP 가입자 유치를 통한 장기거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금융권 전반에 걸쳐 공격적 마케팅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은행 영업점 앞 IRP 홍보물. 옿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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