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아닌 직역 수준의 문장 사례 다수해당 국가 언어환경에 맞춘 번역 바람직사용자 확보·서비스 개선보다 번역 내실 다져야
  • ▲ ⓒ네이버 파파고
    ▲ ⓒ네이버 파파고
    네이버 파파고(이하 파파고)가 국내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구글에 비해 번역 수준이 떨어지는 부분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출시 5년이 지난 파파고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며 번역 서비스를 개선해왔다. 이에 서비스 사용자 수도 구글을 앞질렀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2020년 6월 파파고 앱 월간 사용자 수는 378만 3907명으로 구글 번역 이용자 수(263만 8377명)를 크게 따돌렸다.

    신중휘 파파고 리더는 “파파고는 사람이 직접 개입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연구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있는 언어에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현지화와 분야별 특화가 번역에서 중요한데, 파파고는 이 부분에 장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파고는 현지화 부분에서 분명 강점이 있다. 영어로 된 신문 기사에서 국정감사 관련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해봤다. 파파고는 내용 중 ‘National Policy Committee’를 ‘정무위’로 문맥에 맞게 해석했고 구글은 ‘국정원’으로 번역했다.

    또한 이미지 번역은 파파고와 구글 모두 지원하지만, 파파고가 좀 더 직관적인 결과값을 보여준다. 같은 조건에서 일본어 메뉴판을 촬영했을 때, 파파고가 보기 쉽고 정확한 결과가 나왔다. 대화나 음성 번역은 각자 발음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파파고의 번역 서비스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현지화와 분야별 특화에 장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본질적으로 번역실력이 떨어졌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습 능력에 대해 의심마저 들었다.

    여기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번역기의 문제점에 대한 논쟁은 논외로 했다. 다양한 언어를 번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영번역, 영·한번역을 위주로 사용해보며 구글 번역과 비교했다.

    우선 한·영번역에서 파파고는 일부 문장에서 번역이 아닌 직역에 가까운 문체를 보여줬다. 한국어를 어순 그대로 영어로 옮겨놓은 듯했고, 글이 매끄럽지 않았다.

    예를 들어 ‘결과적으로 이에 따른 문제는 보다 많은 이들이 보다 적은 자원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는 문장을 영어로 번역해봤다. 파파고는 ‘As a result, the problem with this is the fact that more people are competing for fewer resources’라는 결과물을 내놨다. 구글 번역은 ‘The resulting problem is that more people are competing for fewer resources’라고 번역했다.

    파파고는 ‘As a result’로 시작하며 ‘결과적으로’라는 부분을 그대로 옮기며 영어가 아닌 한국어에 가까운 번역체를 보였다. 뜻은 일맥상통하지만, 한국 사람이 영어 문장을 바꿔놓은 듯했다. 구글 번역을 통해 나온 문장은 준비한 원문과 똑같아서 놀라웠다.

    영·한번역에서도 파파고의 번역은 구글과 비교했을 때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In devloping countries, lack of education and inadequate knowledge of birth control means people continue to have many children’ 위 문장을 번역했다. 파파고는 ‘개발도상국에서, 교육의 부족과 산아제한에 대한 불충분한 지식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많은 아이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번역했다. 구글은 ‘개발도상국에서 교육 부족과 피임에 대한 불충분한 지식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많은 자녀를 낳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파파고는 ‘개발도상국에서,’라는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며 문장 전체를 번역하기보다는 각각의 단어들을 짜맞춰 번역했다. 또한 ‘birth control’은 ‘산아제한’으로, ‘children’은 아이로 번역했다.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구글의 번역을 보면 같은 단어를 각각 ‘피임’과 ‘자녀’로 번역해 문맥에 훨씬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번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구글이 더 짧았다. 500여 글자를 번역하는데도 파파고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던 반면 구글은 결과값이 곧바로 나왔다.

    뿐만 아니라 번역 서비스 자체도 구글이 더 본질에 충실했다. 커서를 맞추면 해당 번역 문장을 표시해줬다. 번역한 문장을 클릭하면 오역을 대비해 일부 단어의 의미를 변경한 다른 번역 문장도 제시해주는 등 번역 서비스의 수준이 높았다.

    파파고는 오프라인 번역·높임말 번역 등 서비스를 다양화하며 구글보다 많은 월간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번역 서비스의 본질에 좀 더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세세한 부분은 사람이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 왼쪽부터 파파고, 구글의 일본어 이미지 번역 결과 ⓒ김성현 기자
    ▲ 왼쪽부터 파파고, 구글의 일본어 이미지 번역 결과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