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주도 한달 살기를 실행으로 옮기다 [사람]

글 입력 2021.10.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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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우리나라이지만 이국적이고 예쁘다. 제주도 언어는 다른 사투리에 비해 훨씬 알아듣기 어렵다.

 

제주도를 처음 왔던 기억은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제주도는 29살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지라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었는지 모르겠지만, 난생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전까지는 늘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만 했었기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혼자 하는 첫 제주도 여행은 스쿠터를 타고 다녔는데, 혼자라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9월의 제주도는 날씨가 좋아 예뻤고, 스쿠터를 타고 다닌 덕분에 작은 동네 곳곳 골목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앉아서 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그 경험 덕분에 나는 제주도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그 이후 친구와 다시 찾고 또 그 이후에는 혼자 차를 렌트해서 제주도 여행을 왔다. 그 후에도 또다시 제주도. 이렇게 여러 번 제주도를 찾다 보니 제주도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익숙한 곳이 되었다.

 

이미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녔기에 제주도 좋은 것은 아는데, 요즘 유행처럼 번진 것이 있다. 바로 제주도 바로 제주도 한 달 살기이다. 이전에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그렇게 지내는 친구들을 종종 보곤 했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로 인해 대학생들 역시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고, 직장인들 역시 원하든 원치 않든 퇴사를 하게 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제주도로 떠나는 일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해볼까?라는 생각은 해보긴 했었는데, 실제로 내가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늘 직장인이었으니까.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 의해 결국 나도 직장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물론 그로 인해 경제적인 여유는 사라졌지만 문득 든 생각. "이때아니면 내가 언제 집을 떠나 한 달 동안 살아볼 수 있을까?"

 

솔직히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나는 해외 어느 국가로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 나의 시간적 여유는 생기지 않았을 테니 결국은 제주도 여야 했을 거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제주도 한 달 살기의 절반을 보냈다. 10월 한 달 동안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걸어서 5분이면 늠름한 성산 일출봉을 만날 수 있다. 성산 일출봉은 매일 보지만 매일 멋지다.

 

내가 처음 혼자 제주도 여행을 와서 반한 곳이 바로 성산 일출봉이었다. 자태는 웅장하고 늠름한데 앞에 펼쳐진 초록 잔디밭은 또 너무 싱그럽고 포근하다. 그 포근함이 너무 좋아 가급적 매번 이쪽을 들리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아예 성산으로 숙소를 잡았는데 역시나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번잡하지도 않으면서 관광지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곳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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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떤 이유로, 목적으로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보통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오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관광을 많이 하거나, 사람을 많이 사귀거나, 오름을 많이 오르거나 와 같은? 그러나 나는 특별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떠나왔다. 정말이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왔다. 그러다 보니 첫날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데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아는 사람도 없고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어딜 가야 할 이유도 없고 누가 시키는 것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모르겠는 거다.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거? 자는 거? 굉장히 혼란스러운 첫날을 보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채로, 혼자인 것이 어색한 채로 첫날이 지나갔다. 둘째 날, 셋째 날 조금씩 이곳에서의 루틴이 잡혀갔다.

 

결국 그렇다. 사람은 "할 일"이 없으면 갈피를 잃는다. 결국은 "할 일"을 찾아야 하고 정해야 한다. 나는 매일 다른 카페를 찾아가고 블로그 활동을 하고 카페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살피려고 노력했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느낌이니까.

 

제주도 한 달 살기가 나에게 지금 주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1.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지내기

2. 꼭 해야 하는 일이 없을 때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3. 주변의 압박,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졌을 때 마음의 평화 살피기

4. 온전히 하루를 나 혼자 생각하고 보내기

5. 여유를 즐기고 누리기

6. 더 많이 생각하기

7.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기

8. 내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기

 

제주도에서의 하루는 이상하게 길다. 아마 사람을 적게 만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간다. 그런데 온전히 혼자 있으면 시간이 매우 천천히 간다. 특히 저녁이 되면 밤은 참 길어진다. 왜 사람들이 밤이 길다고 하는지를 이제야 알겠다.

 

날도 천천히 간다.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다.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는 너무 시간이 빨리 가서 아쉽고 아까울지도. 하지만 나의 제주도 시간은 아주 천천히 가고 있다. 그래서 더 좋다. 너무 빨리 가면 아쉬울 테니까. 하지만 너무 늦게 가서 지겹지도 않다. 그냥 천천히 간다. 이 여유를 이 사치를 마음껏 부리다 갈 예정이다.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시간도 돈도 필요하다. 그런데 마음의 여유도 분명히 필요하다. 세 가지를 모두 가졌을 때 올 수 있어 나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깨달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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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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