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산은·기은·신보·서금원 대상 국정감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15일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 주요 국책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날 산은은 각종 현안으로 여야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여당은 산은의 부실기업 인수합병(M&A) 전문 계열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의 대우건설·쌍용차 부실매각 문제,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및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 등에서 파생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야당은 수사가 진행 중인 대장동 화천대유 사건과 관련해 증인이 채택되지 않은 점을 정무위에 비판하는 한편,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탈락한 이유를 두고 날을 세웠다.    

   
▲ 이동걸 산업은행장 / 사진=한국산업은행 제공


이날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KDBI의 대우건설 매각과정에서 재입찰을 통한 가격조정을 허용한 것을 문제삼았다. 배 의원은 "중흥건설이 본입찰에 2조 3000억원을 제시했다가 조정을 요구했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재입찰이 이뤄져 2조 1000억원을 써내 우선협력대상자로 선정됐다"며 "이러한 입찰로 국고 2000억원이 결론적으로 손실났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I는 올해 7월 중흥건설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해당 본입찰에서 중흥건설 컨소시엄은 2조 3000억원을,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은 1조 8000억원을 각각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흥건설 측은 본입찰 후 인수 가격 수정을 요청했고, KDBI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입찰에 나선 결과 중흥건설은 당초보다 낮은 가격은 2조 1000억원으로 우선협상자에 최종 선정됐다. 

이를 두고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적법한 절차에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본다"며 "가격이 조정된 것은 중흥건설이 (인수 희망가가 훨씬 높다는) 언론 보도 이후 수정 제안을 해왔다"며 "KDBI 입장에서는 수정 제안을 고려하던지 무효 처리해야 하는데 무효처리는 불리하기 때문에 수정제안을 하게 동등한 기회를 준 것이지 재입찰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무효 처리를 하는 게 불합리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면 최대한의 매각가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대우건설 매각은)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쌍용차에게 산은이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에 채무의 200%나 되는 과도한 담보를 요구했다"며 "담보비율이 200%가 넘는 담보를 확보하고 대출해주는 것은 국책 은행이 아니라 시중은행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 본입찰 최종 후보인 전기차업체 이엘비앤티와 전기버스업체 에디슨모터스 측에 이날까지 서류를 보완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이날까지 서류를 제출하면 늦어도 20일 전후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쌍용차는 능력 있는 신규투자가가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을 가져오기 전엔 정상화를 이뤄내기 어렵다"며 "쌍용차 노사도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도 이날 국감에서 언급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여러 가지 달라졌는데, 매각만으로 가는 게 적절한가"라고 질의했다. 

박 의원은 매각을 위한 방안으로 과거 포항제철 방식의 국민주 공모방식이나 각계가 참여하는 한국조선산업발전협의체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산은은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면서 현재까지 두 기업의 거래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두 조선사가 통합하려면 우리나라 외에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한다.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은 대우조선이 매각과정에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다른 대안을 검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다양한 검토 대안에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 가능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수주 등에서 실적이 개선된다고 하지만, 아직 대규모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기초적인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안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오고, 필요가 있으면 검토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불협화음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기업결합이 지연됨에 따라 파생되는 고통이 굉장히 많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이 회장은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의 비토로 결합이 늦어지는 점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또 프랑스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가 산은에 면담을 요청했던 점을 언급하며, 두 항공사의 통합이 국가 항공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다시 발발하면서 무산됐지만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사장이 저를 면담하고 싶다고 전갈이 왔다"며 "통합 항공사의 바게닝 파워가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기종 도입이나 여러 가지 요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기술금융과 꺾기영업 논란 등이 언급됐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기술금융지원제도가 신용은 낮지만 기술력은 높은 기업에게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기은은 신용등급 'BBB'이상 대출 18만건 중 기존 거래업체에 78만건의 대출을 제공했다. 총 기술대출 규모의 79%에 달한다. 기술신용으로 평가한 기술신용건은 1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기술금융을 명목으로 대출이 집행됐지만 과거 기은과의 거래실적에 따라 금융지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기술 고도화 여부에 따른 '기술등급별 기술대출'은 최고등급인 'T1' 대출비율이 17건(0%), 'T2'가 1284건(0.6%)에 그쳤다. 첨단기술을 갖춘 기업에게 대출을 집행한 건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업력도 10년 이상인 곳이 52.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5년 이상 10년 미만이 23.7%를 차지해 대출여력이 업력에 비례하게 이뤄졌다. 기은의 기술대출이 무늬만 기술금융인 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T1)기술력이 아주 높은 기업의 (대출 )비중이 적다고 했는데, 기술력이 높은 기업이 신청하는 수가 적어서 그런 것인데, T1기업이 지원하면 지원해준다"며 "T4 이상인 기업들에게 60% 이상 지원하고 있고,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