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고전 놀이 문화 재조명
열정의 <스트리트 파이터>부터 치매 예방 <고스톱>까지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드라마 <오징어 게임>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 넷플릭스

전 세계적으로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옛 길거리 놀이가 재조명되고 있다.

아재들 입장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구슬치기’ 등 잃어버렸던 '아재'들의 어린 시절 추억들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드라마 영향으로 프랑스에서는 난리통이 벌어졌다는 소식, 정복하기 힘들다는 인도 영화계를 평정했다는 소식 등을 접하며 <오징어 게임>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지역마다 명칭이 달랐던 ‘달고나’는 인플레이션이 의심될 정도로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국자를 태웠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퇴물 취급된 아재들의 추억 속 놀이가 이렇게 값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번에는 추억을 먹고 사는 아재들이 파릇파릇하고 귀여웠던 아이 시절 놀이부터 세월이 흘러 치매 예방을 돕는 손안에 게임까지 아재들의 게임 인생을 들여다봤다.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추억

의외로 젊은 층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놀이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오락실이나 PC 등 디지털 게임이 없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일이 많았다.

포장이 안되어 있던 시골에서는 작대기를 주워 바닥에 오징어를 그렸고 아스팔트가 깔린 도시에서는 분필로 오징어를 그렸다.

놀이터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멋대로 놀이를 만들어 즐기는 게 최고였다. 그중에 가장 재밌었다고 꼽힌 게 아마도 ‘오징어 게임’이었다. 이 시대를 어린 시절로 보냈던 아재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멋대로 만들어진 놀이는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전파되며 게임의 명칭도 조금씩은 달라졌다. 놀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각 지역에서는 ‘달고나’도 달리 불렀다.

강원도에서는 ‘뽑기’, 전라도에서는 ‘띠기’, 경북에서는 ‘국자’, 경남 또는 부산에서는 ‘쪽자’라고 했다.

학교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뽑기를 만들어주는 아저씨가 있었고, 문방구 주인이 가게 앞에 내놓은 연탄불과 물통에 담겨 있는 국자로 몇십 원짜리 설탕 덩어리를 녹여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도 부산지역에서는 ‘오징어 달구지’라고 불렀다. 공격 쪽에서 ‘오징어’라고 외치면 수비 쪽에서 ‘달구지’라고 외친다. 그러면 게임이 시작됐다.

오징어 머리에서 공격하려는 아이들이 한 발로 콩콩 뛰쳐나오면, 오징어 몸통에 있는 수비 쪽 애들도 몇몇이 ‘깽깽이’ 발로 나와 몸싸움을 벌였다.

뚫고 가려는 아이들과 막으려는 아이들이 뒤섞여 뒹굴며 종종 유혈사태가 벌어지곤 했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그중 한두 아이가 오징어 다리를 타고 몸통을 가로지르면 어디서든 두 발로 다닐 수 있는 ‘철인’이 됐다. 드라마에서는 ‘암행어사’라고 불린다.

<스트리트 파이터> 30주년 기념 에디션, 캡콤 아시아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캡콤
<스트리트 파이터> 30주년 기념 에디션, 캡콤 아시아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캡콤

◇ 길거리에서 아케이드 오락실로

1990년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지 오징어 게임과 같은 놀이에 빠져 해 떨어지는 줄 몰랐다면 고학년 때는 아케이드 오락실에 빠져 살았다.

등치도 커지고 다치는 경우가 많아 몸 쓰는 놀이는 이제 더는 하기 힘들어진 거다.

당시 아케이드 오락실에 가면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았다. 지금의 피시방과도 비슷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서든 어택>, <배틀 그라운드>가 지금 피시방을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는 어딜 가도 볼 수 있던 게임이 <보글보글>이나 <팩맨>, <엘리베이터>, <쿵푸>, <갤러그>, <쌍용>, <1948>, <마계촌> 등이 있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줄이 길고 인기가 많았던 게임은 단연 <스트리트 파이터>다. 이 당시 게임 역사를 통틀어 가히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대전 게임의 시초가 됐으며, 1인용에서부터 최대 2인용까지 다양한 버전들이 등장했다. 멀티 플레이 같은 경우 등을 맞대고 있는 냉장고만 한 크기의 오락기에 각각 앉아 서로 대전할 수 있었다.

가끔 오락기 넘어 고개를 쳐들고 험악한 말들이 오가기도 했지만, 동전을 바꿔주던 아저씨가 오락실에 항상 상주해 있었던 덕분에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100원짜리 동전으로 탑을 쌓아놓고 시작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단돈 100원으로 계속 이기는 친구가 있으면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당시의 큰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을 이어가며 지금까지도 콘솔 게임으로 발매되고 있다.

현재는 e-스포츠에까지도 영역을 넓혔고, <스트리트 파이터 5>까지 시리즈가 이어졌다. 여기에 파생 버전들도 많다.

게임 속 류, 켄, 가일, 달심, 블랑카, 장기에프, 춘리, 혼다, 바이슨, 발로그, 사가트, 베가 등 파이터들의 국적이 달랐던 것도 경쟁심을 자극했다.

애국심이 충만했던 건 아마 ‘화랑’이 등장했던 <철권> 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게임 근본은 매한가지다.

방과 후 오락실에 들러 받은 용돈을 다 탕진했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시절, 아이 때는 마치 주인공 격의 류나 켄에 빙의한 것 같이 멋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혼다같이 뚱뚱해지고 춘리 같은 건강미 넘치는 여성 캐릭터가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아재들의 마음이다. 

<뉴 고스톱 프리> 플레이 화면 캡쳐 ⓒ 네오위즈
<뉴 고스톱 프리> 플레이 화면 캡쳐 ⓒ 네오위즈

◇ 아직 살아있는 국민 게임 '고스톱' 

세월이 지나 놀이도 오락실도 한때의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는 아무 때나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찾아 즐길 수 있다.

단지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일상에 지쳐 막중한 업무에 밀려 동네 친구들을 만나 놀 일은 거의 없다.

간혹 죽마고우라도 만나면 술잔 기울이며 추억을 곱씹을 뿐이다.

<오징어 게임>의 기획의도가 이렇게 아재들을 자극하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한쪽에 노란 콧수염 달고 오징어 게임을 하던 아이들은 조금 과장해 이제 치매를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됐다.

이들은 10여 년 전 2G폰에서 즐길 수 있었던 고스톱 게임을 부모님에게 추천해 드린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 나오는 고스톱 게임들은 파밍 요소가 결합했다거나 작은 미니 게임들이 더해진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역시 고스톱은 오리지널이 최고다.

네오위즈<뉴 고스톱 프리>는 2017년 추석 시즌 구글 스토어 다운로드 1위, 2018년 설 시즌 구글 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명절처럼 고스톱도 국민 게임이라는 뜻이다.

이 게임은 유료와 무료로 제품을 나눴고 유료 게임은 999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AD프리를 실천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오는 첫 화면부터 시작하지만, 녹색 담요판 위에는 열두 가지 화풍 말고는 등장하는 게 없다.

사실 노인들은 캐릭터들의 등장이 정신없기만 하다. 귀여운 캐릭터들의 등장을 원하면 화투 컬렉션을 바꿔서 즐길 수 있다.

<뉴 고스톱 프리>는 친구를 초대해 같이 할 수도 있는 데다가 버전에 따라 때로는 로컬로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잠시 쉬고 싶을 때 어떤 자세로든 어떤 복장으로든 아무 생각 없이 하기 좋은 게임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영화 <미나리>에서도 배우 윤여정이 고스톱을 전 세계인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달고나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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