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의원 “폐교대학 늘어날 것으로 예상…폐교대학 교직원 조기 수령은 사학연금 고갈 앞당길 것”
폐교대학 교직원 고용보험 제외돼 실업급여 없어
대안으로는 사학기금 활용안 대두되지만…“국고지원 필수”

5일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우)과 이에 답하고 있는 주명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5일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우)과 이에 답하고 있는 주명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국정감사에서 폐교대학 교직원들이 사학연금을 조기 수령하고 있는 것에 대해 폐교대학이 늘어날 경우 사학연금의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업급여를 받지 않는 사립대학 교직원의 폐교 이후 문제에 대한 조속한 대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지난 5일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폐교대학 교직원과 사학연금 고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불씨를 당긴 것은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이날 김철민 의원은 “폐교 대학 교직원들은 사학연금을 연금수령 연령이 아닌 퇴직 후 5년 후부터 수령하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상당 수 대학이 올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대학이 폐교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연금 조기수령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사학연금 고갈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기 연금 지급은 사실상 ‘실업급여’인데 노후보장이라는 연금의 본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폐교 퇴직자 연금의 부족분은 남은 교직원이 떠안게 된다. 사학연금 재정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 해결이 늦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립대학 교직원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에 실업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폐교대학 교직원은 직장을 잃고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어 10년 이상 근무한 교직원에 한해서는 퇴직 후 5년이 지나면 조기에 사학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주명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은 “60세와 65세에 연금을 받는다는 개정된 연금법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립대학 교직원에게 실업급여를 받도록 사립학교 교직원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주명현 이사장은 “조기 수령 조항을 없애면 실업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학교법인이 고용보험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영세 법인의 경우 고용보험료 부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철민 의원 역시 “고용노동부가 사립학교 교직원은 안정된 고용상태에 있는 직업군이라는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을 반대하고 있고 학교법인이 부담하지 않던 고용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며 동의했다.

■ 사학기금으로 구직급여 지급 가능할까… “국고 투입 필요” 한목소리 = 다른 대안으로는 사학기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다만 이 경우 대학 사회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관건이다. 대학 사회의 재정 부담을 늘리는 방향이 아닌 국고를 투입해 실업 상황의 폐교대학 교직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가 모인다.

김철민 의원은 이날 “폐교 시에 사학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방법 대신 고용보험법에서 정한 구직급여를 사학기금으로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철민 의원의 이날 발언에 따르면 매년 최근과 같은 폐교가 이어질 경우 현행보다 사학기금 구직급여 활용 시 2028년까지 약 8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사학기금을 활용한 구직급여 지급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2020년 한국사회정책학회에서 발간한 ‘사학연금에서 폐교로 인한 퇴직 시 연금 지급개시연령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사학연금제도 내에서 별도의 고용보험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정인영 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 차장, 김수성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기업금융팀 차장, 권혁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사학연금 가입자들을 위한 고용보험 도입이 어려울 경우 연금기금을 활용해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방안을 보완적인 대안으로 검토하며 “폐교 시 퇴직에 대비한 단기실업급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으며 제도의 내용과 지급기준은 고용보험과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했다.

사학기금의 사학재해보상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연구진은 “사학연금기금에 비해 사학재해보상기금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재해보상기금을 활용해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립학교 폐교 시 퇴직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학연금기금은 연금지급을 위한 연금기금과 재해보상급여를 지급할 용도의 재해보상기금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재해보상기금의 적용 범위를 실업까지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역시 재해보상기금을 활용하는 안을 지지하고 있다. 송 교수는 “현재 직무상 질병에 대한 보상이나 장애, 사망의 경우 지급하는 재해보상기금을 실업의 경우에도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며 “고용안정성 보장은 복지 정책의 하나다. 일반 기업 근로자는 산업재해 보상, 실업급여 지원 등으로 복지 혜택을 받고 있으니 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한 동일 차원의 복지 혜택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학기금을 활용해 폐교대학 교직원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대학 사회의 합의가 이뤄질까 하는 것이다. 송기창 교수는 “재해보상기금의 경우 대학 법인이 부담하고 있기에 기금의 적용 범위를 늘리는 데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는 법 개정의 문제이기에 국회와 관련 기관이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사학연금에서 사실상 실업 급여를 지원하게 될 경우 정년 보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대학에서는 반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대안 마련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대학의 부담을 늘리는 대신 국고를 투입하는 방안이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병국 실장은 “현재 폐교대학 교직원이 사학연금을 조기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도기적 대안일 뿐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폐교대학 교직원 중 10년 미만 근속자는 사학연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폐교되는 사립대 교직원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위기 대학들이 법인 전입금도 제대로 못 내는 상황에서 추가부담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만은 아니다. 실제로 재정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기창 교수는 무분별한 대학 설립으로 폐교 사태에 이른 상황에서 대학에 대한 국가의 관리 문제 역시 대학 폐교의 원인이라며 이로 인해 실직 상태에 놓인 폐교대학 교직원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국가가 인가한 기관이 관리가 잘못 돼 폐교되는 것이기에 사립학교 폐교에는 국가 책임이 있다”며 “재해보상기금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해서 실업급여와 같은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이덕재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원장(전 성화대 교수)도 “현재 폐교 대학 대부분은 1996년 김영삼 정부가 대학 설립 기준을 대폭 완화한 ‘대학 설립 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곳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 역시 사회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것이기에 ‘석탄산업법’의 가치를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탄산업법은 석탄산업의 붕괴로 해당 산업에 근무하던 다량의 근로자가 실직 상태에 놓이게 되자 이들을 위해 실업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석탄광업자에게 폐광된 광산의 퇴직근로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담았다.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의 진흥을 위해 교직원의 삶을 보조해주고자 사학연금이 존재하는 것인데 폐교대학 교직원 역시 일시에 생계를 잃은 경우 그 생계를 보조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폐교대학 교직원 조기 연금 수령으로 연금 고갈, 과도한 해석? = 다만 이날 국감에서 폐교대학 교직원의 조기 연금 수령이 사학연금 고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에 대해 폐교대학 교직원들과 대학가의 다소 불편한 시각도 엿보인다.

김병국 실장은 “현재 사학연금은 일정기간 이상 재직한 교원에게만 지급이 가능하다. 모든 폐교대학 교직원이 사학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사학연금 고갈의 문제에서 폐교대학 교직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접근하기 보다 폐교대학 교직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접근이 맞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덕재 원장은 “현재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폐교대학 교직원은 전체 중 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10여 년 근무해 사학연금을 받는 경우 그 비용은 불과 몇십만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그 돈으로 생계도 꾸리지 못하는 것이 폐교대학 교직원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견이 눈길을 끈다. 서동용 의원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사학연금 부담금 납부 연체 현황’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사학연금 법인 부담금을 미납한 학교가 96개교로 미납액은 31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1회 이상 사학연금 법인기여금을 미납한 학교는 1782개교, 연체 원금 총액은 약 852억 원이었다. 이 중 지난 8월까지 납부하지 않은 연체 잔액은 약 49억 원에 달한다.

연체한 기관의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은 유치원으로 총 1627개였다. 대학은 57개교, 고등학교는 30개교였다. 연체 잔액은 대학 약 27억 원, 학교법인 약 12억 원, 전문대 약 6억 2000만 원 순이었다.

서동용 의원은 “학교법인의 사학연금 법인기여금 체납은 교직원의 연금 수급에 불이익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금재정 운용에도 부담이 된다”며 “건전한 재정 운용을 위하고 교직원 피해 예방을 위해서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국민연금처럼 법인기여금 체납 여부를 가입자들에게 통보해 피해 발생을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철민 의원 발언의 배경이 된 대학 폐교가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박정원 위원장은 “앞으로 폐교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현 상태가 지속됐을 때의 이야기고 정책을 잘 집행해 지역대학을 살리는 제도가 추진되면 폐교가 염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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