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 다운로드·사이트맵·배너 등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그대로 사용
김해시, 정책으로 쉬운 말 바꾸기
도교육청 '토박이말 소개'도 눈길

<경남도민일보> 독자에게 공공 기관 누리집에서 외국어나 혼합어 등을 찍어 보내달랬더니 여러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우리말로 바꿔 써도 아무런 탈이 없는데도, 곳곳에 외국어·외래어가 보였습니다. 약 2년 전 국립국어원의 조사 결과를 찾아보니, 현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경남도와 도교육청, 18개 시군 누리집 첫 화면을 살펴봤습니다.

경남지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누리집 첫 화면을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외국어·외래어가 나타났다.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려운 사례도 있었고, 우리말로 쓸 수 있음에도 외국어·외래어로 표기한 사례도 많았다. 누리집을 방문한 시민이 외국어·외래어 뜻을 모르면 어떡하라는 걸까. 공공 기관 언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원칙을 세워 써야 한다.

◇뷰어 다운로드? = 도내 자치단체 누리집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외국어 중 하나는 '뷰어 다운로드'다. 경남도를 비롯해 창원시, 진주시, 통영시, 거제시, 양산시, 함안군, 창녕군, 하동군, 함양군 등 누리집 아래쪽에서 볼 수 있다.

보는 장치를 뜻하는 뷰어(viewer)와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내려받는 '다운로드(download)'를 붙여 놓은 말인데, 이렇게만 봐선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경남도 누리집에서 뷰어 다운로드를 누르면 윈도 등 컴퓨터 운영 체제에서 쓸 수 있는 HWP 문서, PDF 문서,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등 '읽기 전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게 안내된다. 다른 시군 누리집도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은 <2019 중앙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 조사 보고서에서 '뷰어 다운로드'를 '읽기 전용 프로그램 내려받기'나 '문서 보기 프로그램 내려받기'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경남도와 도교육청, 18개 시군 누리집 첫 화면에서 찾은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외래어 표기 사례들(왼쪽)과 이해하기 쉽게 표기한 사례들. /각 기관 누리집 갈무리
▲경남도와 도교육청, 18개 시군 누리집 첫 화면에서 찾은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외래어 표기 사례들(왼쪽)과 이해하기 쉽게 표기한 사례들. /각 기관 누리집 갈무리

도내 시군 누리집 중에서는 김해시가 유일하게 '뷰어 다운로드' 대신 '읽기 전용 프로그램'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 김해시는 다른 시군과 달리 'E-BOOK' 대신 '전자책'으로, 'SNS' 대신 '누리 소통망(SNS)' 등으로 표기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시 공공 언어 바르게 쓰기 정책에 따라 지난달 1차로 누리집 순화·정비 사업을 진행했다"며 "누리집에 어색한 몇몇 외래어가 남아 있긴 한데, 지속적으로 점검해 대체어를 찾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시는 최근 공공 언어 바르게 쓰기 계획을 세우고 △선제적 올바른 국어 사용 환경 조성 △권위적·전문적 공문서 용어 순화 △공공 언어 사용 실태 점검·오류 개선 △공무원 대상 국어 역량 강화 교육 △언어적 소외 계층의 언어 환경 개선 등 5대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공 언어를 사용해 시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다.

◇누리집 곳곳에 = 도내 자치단체 누리집에서는 매니페스토, 사이트맵, 배너존, 팝업존 등 '누구나'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외국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순서대로 공약과 실천, 누리집 안내 지도, 누리집 모음 또는 정책 광고, 알림판 등으로 바꾸면 쉽다.

누리집 첫 화면에서 진주시 '톡포유', '카달로그' 등은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렵다. 누리집에서 단추를 눌러 보면 '톡포유'는 자동 문의 화면으로, '카달로그'는 관광·여행 안내서 모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통영시 누리집의 'U-투어'도 마찬가지다. 'U-투어'를 누르면 관광·여행·행사·축제 정보 화면으로 이동한다.

또 도내 시군 누리집 첫 화면에는 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사용된다 할지라도, 공신력을 가진 공공 기관이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아 아쉬운 사례도 많다. e경남몰, SNS, 뉴스카드, 메뉴, 콜센터, 홈페이지, 포토갤러리 등이 그 예다.

경남도 누리집에 나오는 'e경남몰' 대신 하동군처럼 '장터' 표현을 쓰면 어떨까. SNS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누리소통망서비스', 뉴스카드 대신 '소식지', 메뉴 대신 '목록·목차·보기', 콜센터 대신 '전화 문의'나 '상담실', 홈페이지 대신 '누리집', 포토갤러리 대신 '사진첩'으로 바꿔 써도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남도교육청 누리집에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누리집 아래쪽에 만들어 둔 '오늘의 토박이말'이 그것이다. 9월 27일 소개한 우리말은 삭아서 없어지다는 뜻인 '사그라지다', 28일에는 한자어 월식을 우리말로 '달가림'이라고 소개했다. 또 날마다 날짜를 순우리말로 표기한다. 예를 들면 '9월 27일 월요일'을 '가을달 스무이레 한날'과 같이 쓰는 식이다. 도교육청 누리집에서는 팝업존 대신 '알림판'도 눈에 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019년 토박이말 사업을 시작하면서 홍보 방안 중 하나로 누리집을 이용하게 됐다. '오늘의 토박이말' 소개는 '토박이말 바라기' 모임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도교육청 토박이말 사업은 올해 3년 차다. 누리집 노출과 함께 토박이말 교육 자료 개발, 이끔학교 활동, 어울림한마당 잔치 등으로 토박이말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고성군도 다른 지자체 누리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핫뉴스'나 '이슈', '미디어' 등이 아니라 '많이 본 홍보자료', '최신 홍보자료' 등 우리말로 표기해 놓았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 국립국어원 <2019 중앙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 보고서를 보면, 45개 중앙행정기관 누리집 첫 화면을 조사한 결과 어려운 어휘가 157개 발견됐다. 어려운 어휘 157개 중 외국어가 42.7%, 외래어가 28.7%, 외국 문자가 28%, 한자어가 0.6%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뉴스레터, 포토갤러리, 사이트맵, 홈페이지, 메뉴 등 외국어를 지적했다. 소식지, 사진첩, 누리집 안내 지도, 누리집, 목차·보기 등으로 바꾸면 되는 단어다. 부처마다 어려운 정책 용어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도내 공공 기관 누리집을 살펴본 것과 같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누리집 첫 화면에서도 불필요한 외래어와 외국어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외국 문자를 무분별하게 노출하는 사례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표현이 사용될수록 국민과 정부 기관의 소통에 어려움이 가중되리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 기관 언어는 사회 전체 언어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문 용어를 누구나 알기 쉽게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외국어를 남용하면, 외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국민에게 정보의 벽을 쌓는 꼴"이라며 "공공 언어는 중학교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수 김정대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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