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의 매장 밖 냉동고에 들어있는 냉동 우다짐육 및 빵. 사진=김찬주 기자
▲ 사진은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의 매장 밖 냉동고에 들어있는 냉동 우다짐육 및 빵. 사진=김찬주 기자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한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본사가 냉동식자재를 납품하면서도 ‘수제’라며 허위광고를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본사와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맹점주 “냉동 식자재 쓰면서 ‘수제’가 웬말…양심 가책 느껴”
 
경기도 부천에서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본지에 “(가맹본사가) 수제버거에 사용되는 패티 육류를 냉동으로 유통하면서도 ‘수제버거’라 광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우리말 사전 ‘우리말 샘’에 따르면 수제버거는 ‘냉동식품 따위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재료를 다듬고 조리해 만든 햄버거를 의미한다. 하지만 ‘냉동육’을 해동해 직접 손으로 패티를 빚는다는 것만으로 본사가 ‘수제’라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냉동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수제버거라는 것을 믿고 매장을 찾아온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며 “브랜드 콘셉트가 ‘수제버거’인 만큼, 냉동자재를 유통하면서 ‘수제’라고 하는 것은 허위다”라고 했다.
 
A씨는 개업 2개월째인 지난 6월 매장을 방문한 손님으로부터 “냉동 다짐육을 해동해 만든 패티는 수제라고 할 수 없다”라는 항의를 들었다고도 했다.
 
이후 A씨는 본사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본사 법률 대리인 측의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본사 “A씨, 냉동유통 알고서 계약체결” VS 가맹점주 “설명 못 들어”
 
A씨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본사 측 법무법인 회신 내용에 따르면 ‘수제버거란 수제(手製)와 버거의 합성어로 수제는 손으로 만들었다는 의미고, 고기를 다져 빚은 패티를 만들어 버거에 사용할 경우, 수제버거라고 통상 지칭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썼다.
 
▲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본사 측 법률대리인이 가맹점주 A씨에게 보낸 가맹계약해지 불가 통보문. 사진=제보자 제공
▲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본사 측 법률대리인이 가맹점주 A씨에게 보낸 가맹계약해지 불가 통보문. 사진=제보자 제공

이어 본사 측 법률대리인은 “냉장 또는 상온 유통시 부패 위험이 있어 냉동 유통 허가를 받아 유통하고 있다”며 “가맹점주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계약을 체결했고, 특히 귀하는 교육 당시 ‘업체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수차례 말했을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패티를 만드는 모습도 촬영해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취재진에게 “계약시점부터 본사 측이 냉동육으로 납품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냉동과 냉장 사이의 과정에서 미생물이 발생할 수 있는 위생 안전에 대한 위험은 어떡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냉동육을 사용하면서도 수제라고 언급한 허위 사실을 알았고, 개점 이후 적절한 조치도 받지 못해 본사에 계약서 내용과 다르니 가맹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본사 측은 ‘정당한 가맹계약 해제 사유가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전했다.
 
A씨의 주장에 본사 측은 즉각 항변했다. 해당 업체 본사 대표 B씨는 취재진에게 “본사는 가맹계약 2주 전에 법적 절차에 따라 어떤 회사인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지 등에 관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A씨에게도 마찬가지로 정보공개서 제공을 통해 지난 4월 계약 전 충분히 검토를 마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 수제버거 패티 제조에 사용되는 냉동 우다짐육. 사진=제보자 제공
▲ 수제버거 패티 제조에 사용되는 냉동 우다짐육. 사진=제보자 제공

B씨는 “2017년 인천 청라에서 시작된 우리 업체는 당시 소규모 사업이라 냉장 패티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2018년부터 전국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급냉육을 사용했고 이 당시부터 ‘냉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완성품 냉동패티를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급냉쇠고기를 분쇄한 뒤 5kg 단위로 소분해 냉동분쇄육 자체를 가맹점에 납품한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식품위생법 상 수제버거 사업주의 유통방식 결정에 대해 냉장이나 냉동으로 유통하라는 규정은 없다”며 “큰 규모의 프랜차이즈의 경우, 미생물 등 식품 위생 안전관리 차원에서 냉장으로 유통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제, ‘냉장’이냐 ‘냉동’이냐…시민들도 갑론을박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수제(手製)’라는 단어에 호의적인 경향이 있다. 구체적으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더 신선하고 양질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암묵적 믿음에서다. 때문에 ‘수제 피자’, ‘수제 돈가스’ 등 수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영업점이 많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소비자가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수제 음식을 찾는 이유는 그 자체로 신선하고 좋은 식자재를 사용한다는 상식과 신뢰가 바탕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도 갑론을박을 펼쳤다. 한 시민은 “어설픈 냉장 보다는 냉동이 더 깨끗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시민은 “수제를 찾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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