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의료기술 ‘심장재생치료’…어디까지 왔나?
최신의료기술 ‘심장재생치료’…어디까지 왔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9.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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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한 인원은 무려 890만명이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무려 3만여명에 달한다. 

심혈관계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심장돌연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때 심장돌연사를 일으키는 심근경색은 재발 시 사망률이 최대 85%까지 높다. 또 심부전의 경우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남성 1.7년, 여성 3.2년에 불과하며 5년 생존율은 50% 미만이다. 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이 높은 원인은 ‘심장’에 있는데 심장세포는 다른 장기와 달리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이다.

■망가진 심장, 유일한 대안은 ‘심장이식’

심장은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 생체활동을 유지시켜주는 매우 중요한 장기다. 문제는 심장세포는 생후 2주까지 세포분열을 통해 증식하지만 그 후로는 세포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재생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고지혈증과 당뇨 등의 질환으로 망가진 심장세포는 회복이 어렵다.

망가진 심장세포를 가장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심장이식’이다. 하지만 심장이식 대기환자에 비해 기증된 심장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심장의 경우 여러 세포로 이뤄져 있어 세포를 이식한다 해도 1~2주 내 거의 사라진다. 이에 많은 전문가가 심근세포 재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줄기세포’와 ‘체세포’등 세포치료법에 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생이 어려운 심장세포, 줄기세포 연구 활발해

줄기세포는 한 개의 세포가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를 생산해낼 수 있는 ‘다중분화기능’을 가진 세포들로 체내 손상을 받은 부위의 세포를 새로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장재생을 위해서는 ▲심근세포 ▲혈관내피세포 ▲평활근세포 ▲섬유아세포 등 심장을 구성하는 중요 세포들을 함께 이식해야 해서 고려사항이 많다.

하지만 2019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팀이 손상된 심장근육 재생에 쓸 수 있는 심근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서 다량으로 분리하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환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됐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세포 등을 이용, 배아줄기세포 같은 분화능력을 가진 원시상태로 되돌린 줄기세포를 말한다. 실제로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어 주요 장기나 뇌신경 등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도파민신경세포를 만들어 파킨슨환자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킨 사례도 있으며 2012년에는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심근세포를 만들어 중증 심부전증환자에게 이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경우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효수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실험과정을 거쳐 심근줄기세포 표면에서만 특이하게 발현하는 ‘라트로필린-2’라는 바이오마커를 찾아냈다. 라트로필린-2는 심근세포 형성에 주요 역할을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험 쥐에서 이 유전자를 결손시키자 심장기형이 발생해 죽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에서 라트로필린-2 양성세포만 분리해 증폭시키면 심근줄기세포 발달 단계에서 100% 순수한 심근세포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라트로필린-2는 쥐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근줄기세포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연구결과가 진료 현장에 적용되면 심근경색과 심부전환자의 손상된 심근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유전자치료법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 한 종류 체세포 이용해 심장재생 치료효과 증명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기술적·경제적한계와 종양생성 등의 위험이 크기 때문. 이에 최근 줄기세포가 아닌 일반 체세포를 통한 연구가 활발하다. 실제로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와 미국 에모리대학 윤영섭 교수팀이 일반 체세포의 하나인 섬유아세포를 주요 심장세포들과 세포외기질을 한번에 만드는 ‘직접전환심장유사조직(rCVT)’을 개발한 것.

연구팀은 실험 쥐 피부에서 직접전환 방식을 통해 분리한 섬유아세포에 ▲마이크로RNA 208 ▲골형성단백질4(BMP4) ▲수용성비타민인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을 넣고 특정한 조건에서 약 7일 이상 배양했다. 실험결과 연구팀은 섬유아세포가 심근세포, 혈관내피세포, 평활근세포 및 세포외기질을 동시에 생성하는 패치 형태의 심장유사조직을 발견, 직접전환심장유사조직(이하 rCVT)으로 명명했다.

연구팀은 심장유사조직을 심근경색을 앓고 있는 실험 쥐 심장외벽에 rCVT를 패치 형태로 부착해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rCVT를 부착하고 12주 후 측정한 심근경색에 의한 섬유화비율이 대조군과 비교해 약 50% 이상 감소했다. 또 rCVT내의 리프로그램된 세포들이 심장 내부로 이동, 내피세포와 형활근세포는 혈관을 형성했다. 이밖에도 심근세포는 16주 동안 성숙해 심장에 있는 정상 심근세포처럼 기능하며 심장재생에 기여했다.

윤영섭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한 종류의 체세포를 줄기세포 단계없이 심혈관조직으로 직접전환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섬유아세포에서 직접전환된 심장유사조직의 심장재생 치료효과를 입증함에 따라 추후 심장재생치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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