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격 상승 여파 ‘대체우유’에 주목
우유 가격 상승 여파 ‘대체우유’에 주목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9.13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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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음료 세계 시장 19조 원…국내도 연간 두 자릿수 성장 500억대
귀리·아몬드·흑임자우유·식물성 액티비아…매일유업 등 식품 업체 외 커피 전문점 가세
낙농 업계 경계…태스크포스 구성 대응 논의

건강과 환경 문제로 인한 ‘채식·비건’ 소비가 늘면서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업계에도 ‘대체우유’ 바람이 불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콩, 귀리, 아몬드, 쌀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은 물론 지방 성분을 추출해 만든 식물성 음료, 세포배양을 통해 생산하는 실험실 우유 등 다양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인상되는 원윳값 여파로 ‘밀크 인플레이션(Milk Inflation, 우윳값이 불러온 물가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어 최근 유업계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체우유’는 국내보다는 미주지역, 유럽 등에서 친숙한 제품이다. 대표 브랜드는 귀리로 만든 ‘오틀리’, 아몬드 음료 ‘아몬드브리즈’ 등이 있다. 스웨덴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오틀리’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고, ‘아몬드브리즈’는 전 세계 65개국에서 판매되며 미국 내 비유제품 음료 시장 매출액에서 7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식물성 대체우유 시장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16% 성장하며 매출이 19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우유 시장 점유율 13%에 달한다.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에도 ‘대체우유’ 바람이 불고 있다.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에도 ‘대체우유’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4520억 원(두유+대체우유) 규모에서 작년에는 5630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4%가 더 커진 58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기존 대체우유 대부분을 차지하던 두유를 제외한 시장 규모는 2016년 83억 원에서 작년 431억 원으로 빠르게 늘어 연평균 51% 성장했으며 올해는 2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오는 2025년 668억 원 이상으로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대체우유 시장은 매일유업이 독점 유통하고 있는 ‘아몬드브리즈’, 동서에서 공식 수입 중인 ‘오틀리’ 등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지만 국내 식품기업들도 발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매일유업의 ‘매일두유’는 누적판매 약 5억 6000만 개를 기록했다. 이중 무설탕 제품인 ‘매일두유 99.9’는 1초에 3.8개씩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로 등극했으며, 지난 5월 출시한 ‘매일두유 고단백’도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통곡물 오트를 껍질째 그대로 갈아 만든 식물성 음료로 한국 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은 귀리음료 ‘어메이징 오트’를 선보였다.

동안 시유제품에만 집중해 왔던 서울우유 역시 ‘귀리 우유’ ‘흑임자 우유’ 등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웅진식품은 100% 식물성 쌀음료 ‘아침햇살 미유’를, hy도 작년 말 비건음료를 표방한 ‘하루식단 그레인’을 선보였다. 풀무원다논은 원유 대신 코코넛을 사용한 식물성 액티비아를 출시했고, 이 외에도 어나더밀크, 디어넛츠 등 신생 중소 업체들도 아몬드 우유, 마카다미아 밀크 등 제품으로 시장에 참전했다.

커피전문점들도 대세 흐름에 편승했다. 기존 우유 대신 대체우유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하고 관련 신메뉴를 출시한 것.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5월 귀리 우유 옵션을 추가한 ‘콜드브루 오트라떼’를 내놓았고 라떼류 음료의 개인 선택사항에 우유를 두유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폴 바셋도 기존 카페라떼 메뉴에 매일유업의 매일두유를 사용한 ‘두유라떼’를 출시했으며, 카페베네는 지난 6월부터 7월 초까지 170개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우유가 들어가는 모든 음료에 식물성 귀리 우유 선택 옵션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논란이 된 국내 원유가격 인상과 그에 따른 유제품 가격 줄인상 등으로 인해 더욱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관건은 전국단위 원유 수급조절을 위한 ‘원유 쿼터제’다.

유업체들은 낙농가로부터 할당량만큼 원유를 일정 가격에 의무적으로 사야 하므로 원유 제품 생산을 포기하고 대체음료만을 마냥 개발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지난달부터 시작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에서 쿼터제 등 원유수급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약속한 만큼 시유 시장에 대체음료를 위한 빈틈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낙농업계는 이러한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대체우유 시장의 성장을 경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식물성 우유’라는 표현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우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대표자 회의는 최근 ‘대체단백질 식품 대응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체육과 함께 식물성 우유 문제도 함께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글로벌 대체우유 시장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이 한창이다. 네슬레는 5월 초 완두콩을 주재료로 한 식물성 우유 브랜드 ‘운다(Wunda)’를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선보였고, 귀리와 피칸을 결합하는 등 식물성 원료끼리 조합한 제품, 망고 등의 과일이나 프로틴, 비타민 D 등 기능성 성분을 추가해 맛과 영양성분, 식감을 차별화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식물성과 동물성 성분 혼합한 ‘하이브리드’ 우유제품과 실험실에서 세포배양을 통해 생산하는 ‘실험실 우유’ 개발을 위한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수년간 단백질 함량이 높은 병아리콩, 누에콩 등을 사용한 새로운 식물성 대체우유 개발은 물론 더 나은 풍미 개발을 위해 기존 원료에 새로운 원료를 혼합한 제품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식물성 대체우유는 일반 우유와 달리 냉장 보관을 하지 않아도 되고 유통기한 또한 길어 해외 수출도 용이하다. 5년 이내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상용화되고 10년 후에는 유가공 시장의 판도를 뒤엎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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