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김민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수형 생활에서 풀려났지만, 삼성은 첩첩산중에 있다. 이 부회장은 아직 형의 효력이 남아있어 보호관찰 대상인 데다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의 취업제한 해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관련 재판도 남아 있어 경영에 복귀해도 앞으로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1월 18일 법정 구속된 지 약 7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됐지만, 경영에 완전히 복귀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정경제범죄법 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의 횡령ㆍ배임죄로 징역형을 받으면 형 집행 종료 뒤 5년까지 취업 제한이 적용되며 등기임원 등으로 복귀할 수가 없다. 가석방 신분으로는 내년 7월 형기 만료 전까지 경영 복귀는 물론 해외 출장도 제약을 받는다.여기에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노동ㆍ인권ㆍ시민단체와 여권 일각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는 것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에 취업제한 해제 심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취업제한이 해제될 경우 예전처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복귀해도 남아있는 다른 재판으로 운신의 폭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건 1심이 현재 매주 목요일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한 건도 오는 19일 재판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재수감될 가능성도 있다.
경영 환경이 제약된 가운데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경쟁사들은 반도체 투자전에 속도를 내며 삼성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시장 절반을 석권한 대만의 TSMC는 일찌감치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4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발 빠르게 올라타 미 애리조나주에 360억 달러를 들여 6개의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 당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모두 파운드리에 투입한다고 해도 연간 투자액은 17조원으로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로 압도적 1위였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에 머물렀다.
반도체 공룡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22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엔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위인 메모리 부문에서의 초격차에도 균열 조짐이 보인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 열세로 수익성에선 애플에 눌리고 있고, 물량에선 중국 샤오미에 밀릴 조짐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분기 판매량에서는 세계 1위를 지켰으나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샤오미가 1위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세계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삼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총수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삼성을 옥죄는 족쇄”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김민주기자 stella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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