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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신(新) 효도전쟁(孝道戰爭)

 

 

50대에 대한 백신 접종이 7월 26일부터 시작되었다. 55살 이상은 8월 14일까지, 54살 이하 예약자는 8월 1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필자도 50대이기 때문에 8월에는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백신 접종 예약을 하기까지에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백신 예약 당일, 뉴스에서 보도되었던 내용과 마찬가지로 백신접종 예약 사이트는 예약 일보 직전에 접속이 끊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30여 분을 기다리다가 13초를 앞두고 접속이 세 번이나 끊어지니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네 번째로 예약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을 때는 내 앞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늘 하던 저녁 운동까지 미루고 예약을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자꾸만 끊어지는 접종 예약 사이트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이러기를 반복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무려 87시간이라고 뜨기까지 했다. 이렇게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다른 곳에 있던 딸아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백신 접종 예약을 대리로 할 수 있으니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접종예약이 시작된 지 두 시간이나 지났고, 어차피 운동 나가기도 틀렸고 해서 다음날이나 예약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예약을 부탁했다. 그런데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예약을 마쳤다고 문자가 왔다. 곧바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는데 딸의 말은 이랬다. 친구들이 부모들의 접종 예약을 대리하기 위해 예약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는데, 다 방법이 있단다.

 

나는 두 시간 동안이나 예약을 하지 못해 헤매고 있었던 처지이기에 어떻게 예약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그다음 날 출근해서 뉴스를 확인하니 ‘예약성공 꿀팁’이라는 키워드가 있어 확인해보았다. ⓵이미 예약사이트에 들어간 사람은 계속 예약이 가능하니 대리 부탁 하기 ⓶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앱 사이트에 들어가 예약 접종 사이트를 연 뒤, 대기가 뜨면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꾼 후 다시 종료 시 갑자기 예약이 가능한 창이 뜰 때 예약하기 ⓷크롬으로 접속 후 백신 대기 인원 창에서 키보드의 F12를 클릭하여 특정 컴퓨터 언어를 입력하여 예약하기 등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를 알지 못했고, 접속이 계속 끊어지는 컴퓨터를 두 시간 넘게 들여다보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나처럼 딸이 대리예약을 해줘서 접종 일자를 기다리고 사람들은 자식들의 효도 전쟁 참전으로 인해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중년들과, ‘예약성공 꿀팁’을 미리 알고 있는 자식이 없어서 이 새로운 효도 전쟁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접종 예약을 하기는 했을까?하는 오지랖이 발동한다. 정부에서 이런 분들 세세히 잘 챙겨주기를 당부한고 싶다. 덧붙여, ‘동시대를 사는 동년배님들! 모두 건강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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