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반대 문턱 못 넘어 12년째 공전
소비자단체, 청구 간소화 조속한 통과 촉구
핀테크·시중은행서 간편청구 선제 도입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논의가 더딘 가운데 정작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역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 및 시중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은 지난 23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정무위 법안소위) 안건으로 회부 되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은 회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들의 반대압력을 이번에도 넘지 못한 것이다.
의료기관들은 환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이에 따라 의료계와 보험업계·시민단체 간 대치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 한국소비자단체연합(한소연)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다. 한소연 측은 "청구 간소화는 종이 문서를 전자문서로 처리해 편리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며 "소모적 논쟁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이른바 '국민 보험'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진료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전산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보험가입자가 일일이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서 이를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번거로운 과정탓에 소액 의료비의 경우 실손보험 청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민간 주도로 실손 청구 간소화가 일정부분 이뤄지고 있어서 역설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은행 및 핀테크 앱(App)을 통해 실손보험금 청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먼저 간소화에 불을 지폈다. 신한은행이 선제적으로 작년 2월부터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청구 건수는 3만건을 넘겼다. 올해 들어 우리은행(1월), 하나은행(5월), KB국민은행(6월)도 서비스를 탑재했다.
이뿐 아니라 핀테크에서도 실손보험금 청구를 간편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토스(toss)'와 뱅크샐러드다.
토스 앱(App)에 접속해 '병원비 돌려받기'를 신청하면 의료 이용 내역이 연동돼 간편하게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뱅크샐러드도 보험 탭에 들어가면 페이지 상단에 병원비를 확인하고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민간 중심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고 있어도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해 탄력을 받기가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 통과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실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로 '번거로움'을 꼽은 조사도 나왔지만 의료계 반대가 거세 논의조차 되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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