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 시중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T)을 위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면 미래도 없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주요 은행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제공)
▲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새로운 금융환경 변화를 맞아 스마트 금융, 핀테크 활성화, 글로벌 확대 등의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박성호 은행장의 취임 이후 ‘사회와 함께하는 디지털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행장은 과거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의 대표로 하나·외환은행 전산 통합을 성공리에 수행한 바 있는 만큼 회사의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하나은행의 노력은 박 행장의 주도로 가속되고 있다. 

취임식에서 박 행장은 3대 전략 방향으로 △손님 생활 속의 디지털 은행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은행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은행 등을 제시했다. 그 중 ‘손님 생활 속의 디지털 은행’은 디지털 기술과 감성의 결합으로 옴니채널과 파트너십 기반의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행장은 “하나은행이 디지털 위주로 변하는 금융의 변곡점을 돌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가치는 바로 ‘사람’이며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세계를 아우르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구축 

하나은행은 글로벌 확대 전략에 따라 해외 사업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2025년까지 해외 이익 비중을 40%로 늘리겠다는 목표에 발맞춘 것이다. 그 중심은 디지털과 모바일로 꼽힌다. 

▲ 글로벌 지급결제 플랫폼 GLN (하나은행 제공)
▲ 글로벌 지급결제 플랫폼 GLN (하나은행 제공)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지급결제 플랫폼 GLN(Global Loyalty Network)이 대표적이다. GLN은 환전 없이 편리하게 글로벌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 세계 금융회사,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국경 제한 없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결제, 송금, ATM 인출, 쿠폰몰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태국의 약 300만 가맹점에서도 하나멤버스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게 됐으며, 6월에 SSG페이가, 7월에 토스가 GLN에 합류했다. 

GLN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편리성이다. 별도의 앱 설치나 가입 없이 하나금융그룹 통합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 앱 또는 제휴사 자체 앱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환전 없이 결제가 되고, 실시간 환율이 자동 적용돼 편리하다. 또한 GLN은 환전, 신용카드, 은행 송금에 비해 경쟁력 있는 수수료 체계를 갖추고 있어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다. 2019년에는 GLN의 혁신성이 인정받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EFMA 글로벌 금융혁신’ 시상식에서 혁신제공(Offering Innovation)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 하나은행은 유럽까지 제휴 국가를 확대해 다양한 업종의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넓힐 계획이다. 하나은행 측은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감소하고 간편결제는 증가하는 환경변화 속에서 GLN은 비자, 마스터의 기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등…디지털뱅킹으로 전 세계 공략

▲ 라인뱅크 바이 하나은행 (하나은행 제공)
▲ 라인뱅크 바이 하나은행 (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글로벌 디지털뱅킹 확대에도 발 벗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18일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국내 은행 최초로 '타이베이 지점' 개설 인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내 관계사 및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인프라, 항공기 금융 등의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금융그룹의 강점인 글로벌과 디지털 부문의 긍정적인 시너지 창출을 통해 동남아 디지털 결제망 구축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함께 디지털뱅크 '라인뱅크 바이(by) 하나은행'을 공식 출범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내 은행 중 빅테크와 손잡고 해외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에 나선 것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해외법인 가운데서도 중국 법인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실적 비중도 높다. 인도네시아는 국민 5명 중 3명이 은행 계좌가 없을 만큼 은행 이용률이 낮고 섬으로 이뤄진 국가 특성상 은행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대신 핀테크와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기존 은행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라인뱅크는 라인 메신저와 연동한 자동 입출금 알림 서비스를 비롯해 △비대면 실명확인(e-KYC)을 통한 계좌개설 △카드 없는(Cardless) 출금 △공과금 납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추후 라인뱅크는 대출, 파트너십 대출, QR결제, 상품 결제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디지털뱅크 사업과 같은 디지털뱅킹을 통해 앞으로도 하나금융이 진출한 지역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현지 특성을 살린 디지털 금융상품 제공과 미진출 지역에 대한 지점망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 하나은행 조직도 (하나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 하나은행 조직도 (하나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은행마다 디지털금융 전환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인력 영입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각 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면서 관련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미래금융본부 부행장직을 신설하고 김소정 전 딜리버리히어로 본부장을 영입했다. 빅데이터·AI를 활용한 미래 금융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본부장은 이베이코리아에서 15년간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등 유통 및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새로 영입된 김소정 부행장의 첫 작품은 이커머스 사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커머스 TF인 '라이브커머스(가칭)'의 조직 구성을 위해 내부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상품을 디지털채널을 통해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과 디지털금융 생태계 조성을 선도한다

▲ 인공지능 금융비서 HAI(하이) 뱅킹 (하나은행 제공)
▲ 인공지능 금융비서 HAI(하이) 뱅킹 (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오래전부터 회사의 디지털 분야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2009년 12월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제공한 이래 2014년 태블릿 기반의 방문 영업시스템인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 제공, 2016년 2월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시행, 2017년 인공지능 금융서비스 'HAI(하이)‘ 서비스 출시 등으로 스마트 금융 선도은행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하나은행은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비대면 상품 및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능을 더욱 강화해 편리함을 더하겠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챗봇 서비스 ‘HAI 뱅킹’은 3D 아바타 금융비서 캐릭터와 실제 대화하듯 은행 거래를 비대면으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조회, 송금, 공과금 납부, 금융상품 가입, 외환 등 30여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 화폐를 촬영하면 원화 환전금액을 바로 알려주거나 공과금을 지로 촬영으로 수납하는 HAI 렌즈 등 혁신적인 신기술도 도입돼 있다. 

이에 더해 하나은행은 ‘디지털과 글로벌의 융합 전략(D-Global Strategy)’이라는 미래 비전 아래 은행을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탈바꿈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ICT(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원큐의 모바일 전용 상품과 통합자산관리서비스, 오픈 API 기반의 생활금융 플랫폼 제휴, 토스뱅크 참여 등을 통해 모바일과 디지털금융 생태계 조성을 선도할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판매와 마케팅, 채널 최적화 등 디지털 경영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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