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삶의 현장 작품속에 반영

백정희 작가(청계출신)
백정희 작가(청계출신)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무안(청계) 출신 백정희 작가가 두 번째 창작집 ‘가라앉는 마을’(푸른사상·사진)을 펴냈다.

이번 소설집에는 소외된 계층과 약자들을 향한 속 깊은 애정이 담긴 작품 8편이 수록돼 있다.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자본의 논리에서 착취를 당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의 세태를 반영한다.

작가는 경제적 빈곤의 이유로 뿌리내렸던 곳에서 주변부로 쫓겨나고 개인과 사회 폭력에 직면하는 현실을 직시한다. 특히 도시 재개발과 농촌 개발에 따른 거주민의 계급적 분리와 생존에 직면한 현실은 사뭇 생생하다.

표제작 ‘가라앉은 마을’은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거주자인 인간을 추방하고 배제하는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를 보여준다. 소설은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에 개발되는 생수공장의 취수 작업으로 인해 마을이 가라앉는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의 근원적 삶의 터전인 ‘땅’이 자본과 문명화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고 상실되는지 예리한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이명박 정권 시기 ‘뉴타운 재개발’ 광풍으로 휩쓸려간 도시의 주거지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바람은 길이 없다’를 비롯해 ‘계단 뒤에 있는 집’, ‘마지막 집’ 등장인물은 낡은 연립부터 임대 아파트까지 주거 공간을 배경으로 가진 자와 빈곤한 자 사이의 차별과 폭력성에 초점을 맞췄다.

백정희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인간에게 폭력을 당한 자연은 다시 인간에게 재앙이 되어 되돌아오는 폭력을 생각했다. 그 생명체들의 눈물과 울음소리를 제 펜으로 받아 적어 인간들에게 말하고 싶었다”면서 “인간들이여, 이제 그만 폭력을 멈추십시오!”라고 절규했다.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집이 백정희의 존재론적 거주 근거를 문학과 현실 모두에서 견고하게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며 “계급도시에서 인간화된 도시로 가야 할 길이 우리 앞에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고 평한다.

한편 백 작가는 청계면 남안리 동암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199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가라앉는 마을』로 등단했다. 박화성문학상(『싹』),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대상(『탁란』), 전태일문학상(『황학동 사람들』)을 수상했다.

백정희 작가 가라앉은 소설집
백정희 작가 두 번째 소설집 「가라앉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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