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백신 접종에서 드러난 일본의 IT 후진성

입력 2021-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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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일본 정부는 5월 28일 도쿄, 오사카 등 9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발령한 긴급사태선언을 6월 20일까지로 연장했다.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최대한 종식한다는 목표다.

도쿄에서는 아직 확진자가 하루에 300~500명 정도 나온다. 의료전문가들은 도쿄에서 확진자가 하루에 100명 이하가 되지 않으면 올림픽 개최는 어렵다고 경고한다.

4월 20일 발령된 제3차 긴급사태선언 후 5월 8일 약 7200명을 정점으로 확진자 수가 겨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최근 일주일 일본 전체 확진자 수는 2,000~3,000명대를 오가고 있다.

확진자 수는 이렇게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중증환자 수가 늘어나 일본 전체로 매일 1300~1400명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중증환자 병상이나 산소호흡기가 부족한 현상이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사카보다 서쪽 지역은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전체 감염자 중 90%를 넘은 곳이 많아졌다. 홋카이도나 도쿄, 나고야 등도 확진자의 75% 이상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쉽게 중증화되고 치료도 종래의 바이러스보다 5일에서 2주 정도 오래 걸린다. 현재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형이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했으나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에 문제가 커서 접종률이 매우 낮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지자체는 우선 주민 대장을 근거로 접종대상자에게 접종권을 우송한다. 한국에선 없는 절차다. 접종권을 받은 대상자가 전화나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 시스템이 거의 마비 상태인 지자체가 많다. 접종을 받고 싶은 대상자는 많으나 예약 자체가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어려워서 결과적으로 일본의 백신 접종률을 낮게 만들고 있다. 6월 7일 기준으로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인구 대비로 일본은 6.9%, 한국은 14.7%다. 서버 문제가 커서 16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서는 아예 인터넷 예약 접수를 포기했다.

일본에서는 지자체마다 사용하는 예약 접수 사이트가 다른 것도 큰 문제다. 시스템이 통일돼 있지 않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제작한 예약 사이트로 시스템이 통일돼 있는데 일본은 각 지자체가 민간업체가 만든 사이트로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각 지자체는 인터넷 예약이 잘 안 되므로 상당히 많은 전화를 설치하고 접종 예약에 대응하고 있는데 역부족이다. 예약을 받은 지자체 직원은 한 사람씩 주민 대장과 대조해서 예약을 확정 짓고 있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일본에는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이 없으니 자료의 디지털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최근 주민 번호를 대신할 수 있는 ‘My Number’ 제도를 만들어서 신청하면 일본식 주민 번호를 받을 수 있으나 의무가 아니므로 25% 이하의 보급률에 그치고 있다.

전화나 인터넷 예약이 어려워서 보건소 등에 직접 가서 접종 예약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장에 가면 예약이 이미 끝났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아 불만들이 터진 상태다. 특히 현재는 65세 이상의 고령자 접종 예약 기간이라 시스템 문제가 일본의 노인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이런 접종 지연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5월 24일부터 도쿄와 오사카에 대규모 접종센터를 설치해 특별 접종을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이 센터의 예약시스템에도 큰 문제가 발생했다.

자위대가 주관해서 도쿄에서 하루 1만 명, 오사카에서 하루 5000명을 접종하도록 만든 접종센터이지만, 예약 시스템 자체가 엉망이었다. 고령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공의 이름과 번호로 예약할 수 있는 결함이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언론에 의해서 폭로됐다. 도쿄에서는 5월 17일 예약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서버 접속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져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시스템 수정은 어렵지만, 양심적으로 예약해 달라고 호소해 큰 혼란에서 벗어난 상태이지만 일본의 IT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현재도 각 지자체의 예약 시스템의 문제는 그대로다. 어느 여성은 접종 예약이 어렵다고 하니 직장을 하루 쉬어서 전화와 인터넷으로 아침부터 종일 예약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해 그 허탈감을 신문에 기고했다. 어떤 사람은 필요사항을 몇 번 입력해도 에러가 나서 다른 지역의 주소를 입력했더니 예약을 할 수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예약이 너무 어려워서 아는 공무원에게 예약을 부탁하는 새치기가 지금 일본에서 만연되어 정직하고 질서를 지킨다는 일본인의 국민성이 바뀔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10만 명에 달하는 해외 선수단이나 각국 언론, 각국 올림픽 관계자 등이 입국하는 도쿄올림픽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하에서 적절히 관리할 능력이 일본 정부와 도쿄도에 있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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