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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팀 버튼 유니버스와 무대 독창성의 기상천외한 결합…뮤지컬 ‘비틀쥬스’

입력 2021-05-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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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 출연진과 창작진. 왼쪽부터 CJ ENM 예주열 프로듀서, 리디아 역의 장민제·홍나현, 비틀쥬스 정성화·유준상, 안무가 코너 갤러거, 음악감독 크리스 쿠쿨, 맷 디카를로 연출(사진제공=CJ ENM)

 

죽었지만 저승으로 가기 위해 자신들의 집에서 125년을 살아야 하는 아담·바바라 부부, 집 밖을 지옥으로 만드는 모레벌레, 그 집에 새로 이사 온 찰스와 딸 리디아, 그들 앞에 나타난 98억년살의 ‘산 사람 퇴치 악당’ 비틀쥬스….

정상과 비정상, 지나치게 인간적인 유령들과 그 어떤 유령이나 괴물보다 공포스러운 인간들, 인간들에게는 이상하고 낯설다고 손가락질 받지만 유령과 비틀쥬스에게는 연민 혹은 구애의 대상이 되는 리디아 등 해괴한 캐릭터들이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또 그만큼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팀 버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1988년 개봉했던 동명 영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비틀쥬스’(6월 18~8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가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된다. 10여년 전 기획돼 2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뮤지컬로 스캇 브라운(Scott Brown)·앤서니 킹(Anthony King) 대본, 에디 퍼펙트(Eddie Perfect) 작사·작곡, 알렉스 팀버스(Alex Timbers) 연출로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해외에서의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 출연진. 왼쪽부터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 리디아 홍나현·장민제, 비틀쥬스 유준상(사진제공=CJ ENM)

한국 프로덕션에서 비틀쥬스는 유준상과 정성화가 번갈아 연기하며 리디아는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왕복서간’ ‘분노의 포도’ 등의 홍나현과 뮤지컬 ‘검은사제들’의 신예 장민제가 더블캐스팅됐다.

어리바리한 초보 유령부부 중 바바라는 ‘킹키부츠’ ‘시카고’ ‘벤허’ 등의 김지우와 ‘레드북’ ‘리지’ ‘헤드윅’ ‘작은 아씨들’ 등의 유리아, 아담은 ‘블랙메리포핀스’ ‘풍월주’ ‘보디가드’ 등의 이율과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쓰릴미’ ‘빅피쉬’ 등의 이창용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안무가_코너 갤러거02
뮤지컬 ‘비틀쥬스’ 맷 디카를로 연출(사진제공=CJ ENM)
리디아의 아빠이자 새 집주인 찰스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에어포트 베이비’ ‘타이타닉’ ‘킹키부츠’ 등의 김용수, 리디아의 라이프코치 델리아는 ‘명성황후’ ‘웃는 남자’ ‘팬텀’ 등의 신영숙과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프리다’ 등의 전수미가 캐스팅됐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낀 자…모두가 원하고 갈구하는 것들

“영화와 다른 첫 번째는 리디아와 비틀쥬스가 우리의 영웅이라는 거예요. 두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들을 실제로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죠. 10년 전부터 원작 영화를 무대 공연으로의 각색을 시작해 팀 버튼 영화 속 상상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비틀쥬스는 무대와 객석을 허무는 캐릭터이고 리디아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으며 무대 전체가 유령의 집처럼 보이기를 바랐죠.”

알렉스 팀버스 연출은 24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영상 인터뷰를 통해 “팀 버튼 원작 영화와 몇 가지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무대에서 벌어지는데 매직 박스처럼 무대가 변하고 트릭이 많아요. 정말 재밌고 놀랍고 독창적이며 감동적인 그 무엇이 있는 작품이죠.”

제작발표회에 직접 참석한 한국 프로덕션의 협력 연출 맷 디카를로(Matt Dicarlo) 역시 “팀 버튼 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리디아의 여정에 중점을 둔 놀랍고도 활기차며 흥미진진한 뮤지컬 코미디”라고 ‘비틀쥬스’에 대해 소개했다.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이야기 안에는 가족, 삶, 슬픔, 잘 보이진 않지만 진짜 내 모습을 봐주길 바라는 욕망이 담긴, 굉장히 서사적이면서도 친밀하고 사적인 작품이죠.”

이어 “오랜 기간 연구와 조사를 거쳐 팀 버튼 유니버스를 최대한 구현하고 있다”며 “가장 눈여겨 볼 것은 무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 해외 창작진. 왼쪽부터 맷 디카를로 연출, 음악감독 크리스 쿠쿨, 안무가 코너 갤러거(사진제공=CJ ENM)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죠. 대부분 사건은 집에서 이뤄지는데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집은 또 하나의 캐릭터로 존재해요. 인물들이 변하듯 집 또한 물리적 변화를 거치며 자신만의 생명을 얻게 되죠. 그렇게 작품과 무대·조명 디자인 등 모든 요소들이 매순간 교차하며 하나의 연극적 세계관을 만듭니다.”

 

맷 디카를로 연출은 또 하나의 눈여겨 볼 요소로 “헤어·메이크업·의상 디자인 등으로 무장하고 팀 버튼 세계관을 구현하는 이상한 캐릭터들”을 꼽았다.

“어떤 캐릭터는 공중부양을 하고 불이 붙기도 해요. 거대한 모레벌레 등 무대 위의 크고 작은 퍼펫들도 살아 숨 쉬는 인물들처럼 움직이며 시선을 사로잡죠. 이 모든 스펙터클의 중심에는 죽음에 집착하는 소녀와 삶에 집착하는 악마의 이야기가 있어요. 이 작품에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낀 사람이 있는데 이 모든 사람들이 바라고 갈구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게 특이해요. 그래서 차이를 주면서도 통일성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죠.”


◇독창적인 뮤지컬 넘버부터 해리 벨라폰테의 영화 OST 오마주까지  

 

뮤지컬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 리디아 역의 장민제(왼쪽)와 홍나현(사진제공=CJ ENM)

18인조 오케스트라에 실리는 음악 또한 뮤지컬 ‘비틀쥬스’의 강점이다. 원작에서 쓰였던 칼립소(서인도제도에서 널리 유행한 포크뮤직 혹은 그 리듬) 거장 해리 벨라폰테의 ‘데이-오-바나나 보트송’(Day-O : The Banana Boat Song)과 ‘춤을 춰요’(Jump in the Line! Shake, Senora)도 뮤지컬 넘버로 삽입된다.


팀 버튼의 원작 영화에서 ‘데이-오- 바나나 보트송’은 찰스 가족이 유령에 씌어 춤추고 새우들이 괴물로 변신하는 등 시끌벅적한 만찬 장면에, ‘춤을 춰요’는 마지막 리디아가 허공에 뜬 채 춤을 추는 장면에 삽입됐다.

“뮤지컬 ‘킹콩’의 에디 퍼펙트 작사·작곡가와 수년 동안 함께 작업했다”는 크리스 쿠쿨(Kris Kukul) 음악감독은 ‘비틀쥬스’의 음악에 대해 “정신분열적인 성격의 캐릭터들과 우리가 창조한 환상적인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창적이면서도 원작 영화의 음악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직, 서커스 뮤직, 호러 뮤직, 라틴, 록, 칼립소, 만화음악, 재즈 등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어요.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음악인 동시에 힙하고 핫하며 동시대적이죠.”

이어 “다양한 음악의 혼합을 보여드릴 수 있는 넘버가 오프닝 곡인 ‘죽음에 관한 뭐 그런 거’(The Whole Being Dead Thing)”라고 밝히기도 했다. 코너 갤러거(Connor Gallagher) 안무가는 “뮤지컬 ‘비틀쥬스’의 안무는 독특하다. 그 이유는 하나의 현실에 뿌리를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비틀쥬스와 더불어 캐릭터들은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가 하면 그 사이 어딘가에 있기도 합니다. 우리 음악은 그 세계관을 반영하는 전형적인 무대와 규칙 위에 상상력을 덧입혔죠. 우리 공연의 움직임들은 이야기와 서사에 중심을 둡니다.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여러 세기를 거쳐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각 시대의 유행 춤을 모두 겪어왔어요. 스윙댄스, 보드빌, 왈츠, 힙합 등 모든 춤들에 익숙하죠.”

 

뮤지컬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왼쪽)과 코너 갤러거 안무가(사진제공=CJ ENM)

그 예로 댄스 넘버 ‘저 아름다운 소리’(That Beautiful Sound)를 꼽은 코너 갤러거는 “비틀쥬스의 정신을 확장하는 어휘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며 “자신을 표현할 때는 즐겁고 위험스러운가 하면 혼란스러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팔다리가 없어질 때까지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비틀고 점프하고 다이빙하다가 축제 여파로 쓰러지면서 마무리되죠. 좋은 시간을 위해 캐릭터들은 절대 멈추지 않아요. 모든 안무와 움직임이 캐릭터 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진실돼야 하죠.”


◇죽음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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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왼쪽)와 유준상(사진제공=CJ ENM)
“사랑, 가족, 슬픔의 극복, 다른 사람들 눈에 보여지길 원하는 깊은 욕망 등 코로나로 외로움이 많아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전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죠.”

맷 디카를로 연출의 말에 비틀쥬스 역의 유준상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재밌고 유익하게 만들 수 있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마침 삶과 죽음, 존재하는 것, 외로움 등을 많이 느끼던 시기였어요. 이 대본을 보며 제가 느끼던 것에 대해 얘기해주면 코로나 시기에 큰 위로를 주는 환상적인 작품이 되겠다 싶었죠.”

정성화는 ‘비틀쥬스’에 대해 “제 코미디 뮤지컬의 정점을 찍을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미국식 코미디가 한국에서 어떻게 통할까 고민했는데 해외 창작진들이 배우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관객들이 오셔서 불편하지 않게 관람하실 수 있도록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어요. 더불어 재미없거나 불편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면서 연습 중이죠. 비틀쥬스는 정의내릴 수 없는 다양한 역할로 변해요. 어떨 때는 선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쁜 사람이고 어떤 때는 전략가 같기도 하죠. 유준상 선배와 제가 표현하는 비틀쥬스가 너무 달라요. 유준상 선배는 레이저가 나오는 호감가는 비틀쥬스라면 저는 무례하고 유머러스한 코미디언 같죠.”

CJ ENM 예주열 프로듀서는 뮤지컬 ‘비틀쥬스’에 대해 “브로드웨이 최신 기술의 집합체”라 표현하며 “코로나로 우울한 대중들이 ‘비틀쥬스’를 보는 때만큼은 즐거우시기를 바랐다. 더불어 우울한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맷 디카를로 연출은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뮤지컬 ‘비틀쥬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관객들이 보러 오실 때는 죽음에 관한 공연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삶에 대한 작품입니다. 어떻게 죽음과 연관되는 슬픔을 이겨내는지를 통해 살아 있는 그 순간에 충실하며 살아야 함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저승으로 떠나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많이 놀라고 웃으시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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