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보낸 자가격리 2주

박현주 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장 / 기사승인 : 2021-05-26 0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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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며칠 비가 오고 흐렸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새들도 지저귀고 먼 산까지 보이고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니 며칠 힘들었던 시간이 위로받는 느낌입니다. 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습니다. 학교로 검사하러 온 보건소 관계자들과 학교 전체 아이들이 검사를 받다 보니 장애아이는 안 받기 위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아이를 잡고 억지로 검사받아야 했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난 뒤 아이도 나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바로 자가격리 조치가 됐고 2주 동안 아이와 나의 긴 격리가 시작됐습니다. 다른 분들은 2주인데 뭘 그러냐고 하겠지만, 장애아이 특성상 갇혀 지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밤에 자는 시간이 내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에 안 가다 보니 늦게 일어나던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학교에 안 가니 기분이 좋았고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뒤 아이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나갈 수 없는 상황을 쉽게 얘기해도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격리 끝나기 이틀 전 보건소에서 보내준 구급차를 타고 가서 아이를 힘들게 붙잡고 검사를 다시 해야 했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더워서 검사 끝나고 나니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내가 힘든 것보다 아이가 겁에 질려서 우는 바람에 달래고 집에 올 때까지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아이도 힘들었지만, 격리되는 부모들의 스트레스와 우울 지수가 얼마나 높을지… 내가 겪어 보니 이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학령기를 마치고 나왔을 때 갈 데가 없다면 자가격리가 아닌 진짜 격리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내 아이는 고등학생으로 성인기로 갈 시간이 몇 년 남아있지 않습니다. 자가격리를 해보면서 성인기를 미리 체험한 듯 머리가 터질 정도로 깊은 생각에 잠겼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치료실이며 수많은 여행과 체험 등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돈 생각 안 하고 장맛비 쏟아지듯 쏟아붓다 보니 노후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았습니다. 정말 부모로서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서 한 일이지만 나이는 들어가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학령기가 끝나면 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또 어디를 얼마나 전전하며 보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에는 누구나 인간의 권리를 갖고 살아갈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왜 장애아이는 도태돼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장애를 갖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부모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이렇게 변화하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요? 왜 이렇게 힘든 삶을 살면서 장애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들은 수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합니다. 장애자녀보다 하루 더 살자는 말은 부모들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입니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때가 언제 올까요? 누가 속 시원하게 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주 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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