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입양아동 학대 사건] '바로 병원에만 왔어도… 골든타임 놓쳤다'

양부모, 의식잃은 아이 안고 친척집 방문하는 등 약 10시간 방치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최소 3주 이상 지속적 학대

학대 이유로 '의자에 올라가지 말랬는데 올라가서…' 진술
화성 입양아 학대 양부 구속
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11일 오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바로 병원만 왔었어도.. 골든타임 놓쳐 결국 의식불명'

화성에서 양부에 학대당한 2세 입양아동이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의식을 잃은 아이가 6시간 가량 깨어나지 않는데도 양부모는 아이를 안고 친척집에 다녀오는 등 일상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식을 잃은 즉시 병원에 오지 않고 아이를 방치한 탓인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경기남부청이 양부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양부는 사건 당일인 8일, 오전 11시께 4회 가량 손으로 A양의 얼굴 부위를 폭행했다. 이후 A양이 의식을 잃었지만 양부는 경찰조사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양부모는 의식을 잃은 아이를 안고 친적 집에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날 오후 5시께 그제야 아이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양부가 아이를 데리고 안산의 한 병원에 찾았고 인천의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수술을 받은 시각은 이 날 오후 8시 40분께로, 약 10시간 동안 아이는 의식을 잃은 채 방치됐다. 특히 친척 집 인근 CCTV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양모의 모습이 찍히기도 했는데, 오랜 시간 아이가 잠에서 깨지 않는데도 태연히 친척집을 오가는 등 일상생활을 한 것으로 보아 일부러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자아낸다.



이 떄문에 뇌출혈을 일으킨 아동을 장시간 방치해 치료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A양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양 치료를 맡고 있는 인천 길병원 관계자는 "뇌출혈은 골든 타임이 가장 중요하다"며 "수술까지 8시간 이상 지체된 상황으로 지체 없이 병원에 왔더라면 현재 상태도 달라졌을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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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11일 오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더불어 경찰조사에서 양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 달 초까지 총 6차례 학대를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몸에 있는 상처들은 주로 지난 4일과 6일, 8일 학대 당시에 생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학대가 시작된 것으로 봐선 최소 3주가량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학대 이유는 사소했다. 양부는 'A양이 의자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올라가서', '울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울어서' 등 A양이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고 진술했다.

양모는 특히 양부가 A양을 폭행하는 등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조사에서 양모는 아이를 씻길 때 몸에 난 상처를 발견했고, 지난 4일과 6일, 8일에도 학대가 일어난 사실도 알았지만 병원 진료를 받는 등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17일 오후 1시께 양부는 아동 학대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고, 양모도 양부와 함께 방임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추가 학대 정황이나 양모의 방임 이유 등은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 행위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5월에는 체벌 강도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아동에 대한 치료 경과를 지켜보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와 협조해 의료비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원근·이시은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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