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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학의 사건 수사 외압’ 이성윤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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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12 12:57:42   폰트크기 변경      
사상 첫 피고인 신분 서울중앙지검장 ‘불명예’

이성윤, “하루빨리 물러나야” 여론에도 ‘버티기’ 돌입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12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피고인 신분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피고인 신분이 된 이 지검장이 최소한 중앙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수사 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는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사실상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 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라’는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 인사로 꼽히는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ㆍ검찰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검장은 지난해 1월 중앙지검장을 맡은 이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각종 수사를 ‘뭉갠다’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한때 ‘부동의 차기 검찰총장 1순위 후보’로 꼽혔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미 지난 3월 말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대검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4ㆍ7 재보궐 선거등 정치 일정과 차기 검찰총장 인선 시기가 맞물린 점을 고려해 기소 시점을 미뤄왔다.

수사팀의 네 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서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을 앞두고 검찰의 기소 방침이 알려지자 돌연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이 지검장은 검찰의 ‘표적 수사’를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까지 신청했지만, 지난 10일 수사심의위가 ‘수사를 더 진행할 필요 없이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기소 수순을 밟게 됐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론을 통해 이 지검장 기소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어냈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의 수사심의위 카드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을 앞둔 시점에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자 ‘총장 후보 추천과 기소 지연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하루빨리 중앙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이른바 ‘돈봉투 만찬’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에 대한 조치와 비교했을 때에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 전 지검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감찰이 시작되자 사표를 냈지만,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칙에 따라 감찰 중이라는 이유로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결국 이 전 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이후 면직처분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과 함께 법무부를 상대로 한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재경지검의 A부장검사는 이 전 지검장 사례를 들며 “원칙대로라면 이 지검장을 바로 일선 보직에서 해임하고 비수사 부서로 보낸 뒤 징계 절차를 밟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9급 공무원도 법원에 기소되면 보직 해임과 함께 사표내는 것이 당연한데, 피고인 신분의 중앙지검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만약 (이 지검장이) 유임되거나 검사장 자리를 유지한다면 검찰은 문 닫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지검장은 즉각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는 것이 맞다”며 “만약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틴다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당장 이 지검장을 직무배제한 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비수사 부서 발령을 내고 대검은 즉시 징계절차에 회부해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 지검장의 자진사퇴 필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본인이 요청한 수사심의 결과 기소 권고가 나왔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 “(이 지검장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당 지도부에서 이 지검장의 자진사퇴 필요성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이 지검장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동시에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 지검장은 기소 직후 입장문을 통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당시 수사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는데도 기소돼 안타깝다”면서 “향후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명예 회복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개인 사정을 이유로 연가를 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 지검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B차장검사는 “이 지검장은 정권이나 조직보다는 본인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성격이라 기소에도 불구하고 절대 용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의든 타의든 중앙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해도 신임 총장 임명 이후 검찰 인사 때까지는 무조건 버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수사팀은 이날 이 지검장을 수원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면서 공소 유지를 위해 대검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았다. 앞으로 이 지검장 재판을 직접 챙기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이미 지난달 기소한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 사건에 이 지검장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사건 병합 여부는 담당 재판부가 판단하게 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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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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