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와 내용관련 대법원 판결
I.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김용정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성적자기결정권’의 의미와 내용 등과 관련하여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도16466, 판결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II. 사실관계
피고인은 아동인 甲(여, 15세)과 성관계를 하던 중 甲이 “그만하면 안 되냐. 힘들다. 그만하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하여 甲을 간음함으로써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III.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도16466, 판결
(1)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다양한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 국가는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초·중등교육을 실시할 의무를 부담한다. 사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친권자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양육하여야 하고(민법 제913조),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그 사유에 제한 없이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5조).
(2) 법원도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 왔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 있어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한다는 판시도 같은 취지이다.
(3) 이와 같이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4)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로 이해된다.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함께 원치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함께 존재하는데,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비롯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5)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가 정한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IV. 대상판결에 대하여
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 대상판결은 「甲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만 15세인 甲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에서 정한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성적자기결정권’의 의미와 내용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시하였는바, 유의미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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