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학교 앞 폭탄테러로 최소 60명 사망...희생자 대부분 여학생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9일 치러졌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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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부의 한 학교 앞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60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왔다.

희생자 대부분은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학생들이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해 9일(현지시간) 장례를 치렀다.

아직 이번 테러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없다.

사건이 발생한 다시트-에-바르치 지역은 이슬람 시아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며, 과거 여러차례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탈레반은 이를 부인했다.

이날 벌어진 유혈사태의 동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번 테러는 2001년부터 아프간에 주둔했던 미군이 오는 9월 9·11 테러 20주기까지 전원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가가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발생했다.

폭발이 일어난 지역에는 주로 몽골과 중앙아시아계인 시아파 하자라 소수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불과 1년 전에도 이 지역의 산부인과 병원이 공격을 받아 신생아와 산모를 포함해 2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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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는 학생이 해당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과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바는 2017년 그의 팀이 이곳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고 말했다.

2012년 탈레반에 의해 머리에 총격을 당한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권 활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트위터에 "끔찍한 공격"이었다며 "카불 학교 희생자들과 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썼다.

슬픔에 잠긴 가족들

희생자들 가운데 첫 장례식은 다른 하자라 희생자들이 안치된 '순교자의 묘지(Martyrs Cemetery)'에서 치러졌다.

AFP통신은 충격을 받은 추모객들이 나무 관에 실린 소녀들의 시신이 매장되는 것을 슬픔에 잠겨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어 지역 주민의 말을 인용해 "현장에 달려갔는데 어느새 시신이 쌓여있었고, 모두 소녀들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폭발은 인근에 설치된 두 개의 폭발 장치와 차량 폭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자 자라는 폭발 당시 학교를 떠나 집으로 귀가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가 죽었고, 몇 분 후 또 폭발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폭발이 있었다. 모두가 비명을 질렀고 피가 사방에 있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다친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다친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이번 테러로 최소 15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현지 언론은 거리엔 이슬람교에서 가장 큰 축제인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를 앞두고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다음날 라마단이 끝나는 날을 기념하는 이드 알피트르를 위해 3일간의 휴전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평화롭고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적에 대한 모든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테러 공격이 늘어난 이유는?

미국과 나토(NATO)가 9월 11일 아프가니스탄 내 모든 잔여 병력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은 점점 더 많은 폭력사태에 노출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학교 밖에서 벌어진 테러를 "야만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이어 "폭력과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주재 유럽연합(EU) 사절단은 트위터를 통해 "여학교 학생들을 위주로 공격하는 일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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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세컨더 카마니, BBC 아프가니스탄 특파원

아프카니스탄의 많은 지역이 크나큰 고통을 견뎌왔지만, 카불 다시트-에-바르치 지역은 특히 끔찍한 고통을 겪어왔다.

이 지역에는 주로 하자라 소수 민족이 거주한다.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집단인 이슬람국가(IS)는 시아파인 하자라 소수민족을 이단으로 보고 이들 중 가장 약한 이들을 공격하는 등 악랄한 행위를 이어왔다.

그동안 이 지역 스포츠 홀, 문화센터, 학교 등 교육 시설에서 발생한 테러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작년과 2018년에는 IS 폭탄 테러범들이 교육시설을 공격해 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 8일 발생한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곳은 없다. 하지만 IS는 한때 지배하던 아프간 동부 지역을 상당 부분 잃었음에도 카불과 잘랄라바드 지역 내 암살과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