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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2. 성(性) 착취로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城)
사회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2. 성(性) 착취로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城)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모인 수원시민대책위원회가 수원역 로데오거리 문화광장에서 포주들의 불법 수익 몰수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수원시민대책위 제공

포주들이 지난 수십년간 성 착취로 쌓아올린 불법 수익에 대해서도 몰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매매 업소, 특히 집창촌의 경우 착취에 기반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달 구속한 포주 일가족이 대표적이다. 채무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준 뒤 성매매로 유인했다. 아파도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성범죄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확인된 것만 128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해당 업소에서 처음으로 범죄 수익 62억원을 추징했다. 그러나 100곳을 넘겼던 업소 가운데 이 사건으로 문을 닫은 건 5곳에 불과하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9일 기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선 업소 40여곳이 여전히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포주는 50여명, 성매매 종사자는 190여명 남은 것으로 확인된다.

포주들은 오는 31일까지 스스로 문을 닫겠다는 말만 내놨을 뿐 현재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들 업소의 불법 수익은 단 한 푼도 몰수되지 않고 있다. 떠난다는 ‘약속’이 단속을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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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모인 수원시민대책위원회가 수원역 로데오거리 문화광장에서 포주들의 불법 수익 몰수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수원시민대책위 제공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이 발족한 수원시민대책위원회는 매주 수원역에서 서명 운동을 벌이며, 경찰에 포주들의 불법 수익 몰수를 촉구하고 있다.

임미숙 수원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착취로 쌓아올린 포주들의 불법 수익을 반드시 몰수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포주들은 개발 이익까지 모두 챙기게 된다. 경찰은 62억원을 추징한 데서 멈출 게 아니라 끝까지 범죄 수익을 찾아내라”고 촉구했다.

타지역 사례에 비춰볼 때 구속된 포주들에 대한 법의 심판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 2019년 10월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A씨(52)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업소 건물과 토지부터 전세 보증금, 자동차 리스 채권까지 은닉한 범죄수익으로 판단, 몰수를 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아직 완전한 폐쇄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지 않는다”며 “엄정한 성매매 단속과 끈질긴 업주 수사, 불법 수익금 추징 등 강경한 기조를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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