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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친문 의원 공개발언으로 계파정치에 오염된 '경선 연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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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8 13:38:31   폰트크기 변경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을 늦추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재선의 전재수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올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글에서 “국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으로 지쳐있는 상황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면서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적었다.


또 “대선 180일 전에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선거전략 측면에서도 연기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 당헌 제88조(대통령후보자의 추천) 제2항에는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단서 조항에서 당무위 의결로 ‘선거일 전 180일’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전 의원은 이를 염두에 두고 당초 오는 9월로 예정된 경선을 집단면역이 예상되는 11월로 두 달 정도 연기하자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전 의원이 언급한 ‘국민들에 대한 예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실상은 선거전략 상 필요성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선 시기는 경선 룰과 마찬가지로 대권 주자들의 유불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유력 주자들간 동의가 중요하다. 만약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는 단일후보 공천 실패, 후보 난립에 따른 지지표 분산 등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영길 대표가 취임 직후 이와 관련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는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의 발언은 특정 후보가 불리하다고 판단해 끝까지 반대하면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대표 경선 도중에 친문계 홍영표 후보와 민평련 출신 우원식 후보도 경선연기론에 ‘후보 전원 합의’를 강조했던 것도 같은 이유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계파색이 강한 전 의원이 이 문제를 공개 거론함으로써 경선연기론은 계파의 이해관계로 오염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그간 언론에 익명으로 간간이 제기돼온 경선연기론에 불이 붙지 않아 답답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계파의 선봉에 있는 소장파로서 총대를 매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그 후유증은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곧바로 ‘이재명 계’의 카운터 파트너가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월 호남 지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공개 지지선언을 했던 민형배 의원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민 의원은 7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런 논의는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진행하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압박하듯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어 보인다”고 전 의원의 문제 접근 방식을 먼저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투구 싸움을 시작할 때 민주당은 두 달이나 먼저 오직 주권자 시민들만 바라보며 ‘마음을 얻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선거전략 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반론으로 맞선 것이어서 전 의원이 제기한 모든 논리가 계파싸움의 쟁점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 계파색이 옅은 송 대표가 당 차원에서 경선연기론에 접근하려고 해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가 대선승리 전략 차원에서 경선연기론의 공론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국민 여론의 역풍은 둘째 치고, 친문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비춰져 내부 저항에도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문계가 진정으로 당의 미래를 위해 경선 연기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송 대표가 시동 걸 때까지 기다리는 게 바람직했다. 송 대표에게 그런 뜻을 전하거나 건의하려면 물밑으로 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이번 공개 발언으로 경선연기론이 계파 간 파워게임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면, 이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는 고사하고 국민들 정치혐오와 냉소를 또다시 자극해 친문계와 비문(비문재인)계 공멸의 길을 재촉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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