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어떤 작품 기증됐나?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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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대표작가 이상범 ‘무릉도원도’, 나혜석 ‘화녕전작약’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 거장까지 1488점 세부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이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 관련 세부 공개 발표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이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 관련 세부 공개 발표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이상범 ‘무릉도원도’, 나혜석 ‘화녕전작약’, 장욱진 ‘공기놀이’, 폴 고갱 ‘무제(센강 풍경)’…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세부 내용이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7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장 미술품 중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1488점의 세부를 공개했다. 이번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작품과 함께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 거장의 작품까지 포함한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 1만 점 시대를 맞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총 4회의 작품 실견, 수증심의회의, 작품 반입과 기증확인서 발급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기증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에 입고됐다. 이후 기증 작품에 대한 검수, 상태 조사, 촬영, 저작권 협의 등을 거쳐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이상범 '무릉도원도'.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이상범 '무릉도원도'.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 받은 이건희 컬렉션은 총 1488점으로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해외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으로 구성된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이다.

작품 제작연도별로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작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930년 이전에 출생한 ‘근대작가’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의 작품 수는 약 860점에 이른다.

작가별 작품 수는 유영국 작가가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다. 이중섭 작가의 작품은 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을 포함해 104점이다. 또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이다.

이건희 컬렉션 중 주요 작품으로 한국화에서는 이상범 ‘무릉도원도’(1922), 김기창 ‘군마도’(1955), 변관식 ‘금강산 구룡폭’(1960년대)가 눈길을 끈다. ‘무릉도원도’는 청전 이상범이 25세 때 그린 청록산수화이다. 이 작품은 이상범이 후원자 이상필의 요청으로 그린 것으로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금강산 구룡폭’은 변관식의 금강산 그림 중 희귀한 구룡폭을 담아낸 것으로 작가 절정기의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나혜석 '화녕전작약'.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나혜석 '화녕전작약'. 연합뉴스

회화에서는 한국 첫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이 1930년대에 그린 ‘화녕전작약’이 있다. 나혜석의 수원 고향집 인근 화녕전 앞에 핀 작약을 빠른 속도감의 필체와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이다. 백남순 ‘낙원’(1937), 김종태 ‘사내아이’(1929)도 돋보인는 작품이다.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는 1954년 통영시절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1955년 1월 이중섭 개인전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시인 김광균이 구입한 것을 이건희 소장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흰소’(1953~54)는 1972년 개인전과 1975년 출판물에 등장했다가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이다. ‘흰소’는 약 5점이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기증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각별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이중섭 '흰소'.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이중섭 '흰소'. 연합뉴스

장욱진 ‘공기놀이’(1937)는 제2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최고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상을 통해 장욱진은 집안사람들로부터 화가가 되어도 좋다는 암묵적 허가를 받았다. 장욱진의 초기작으로 화가 박상옥이 소장하다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1954)는 박수근의 대표작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유영국 ‘산’(1960)은 깊은 산속에 들어간 듯 숭엄한 자연을 경외로운 마음으로 체험하게 하는 대표작이다. 김환기 ‘산울림 19-Ⅱ-73#307’(1973)은 점들의 움직임이 산속의 메아리가 퍼져 나가듯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한 점도 소장하지 못했던 김환기 절정기의 점화가 소장품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기.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기. 연합뉴스

해외 작가의 작품 중에는 클로드 모네 ‘수련’(1919-1920),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1890년대), 카미유 피사로 ‘퐁투아즈 시장’(1893), 폴 고갱 ‘무제(센강 풍경)’(1875),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1975), 살바도르 달리 ‘켄타우로스 가족’(1940) 등 거장의 대표작들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2022년 과천, 청주 등에서 특별전시, 상설전시, 보이는 수장고 등을 통해 이건희 컬렉션을 일반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8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 명품(가제)’으로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점을 공개한다. 12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2부:해외 거장(가제)’를 통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2022년 3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으로 이중섭의 작품 104점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장욱진 '공기놀이'.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장욱진 '공기놀이'. 연합뉴스

덕수궁관에서는 오는 7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을 통해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 일부를 선보인다. 11월에는 ‘박수근 회고전’으로 이번 기증 작품들을 대거 전시한다. 2022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서 이건희 컬렉션 일부를 해외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과천관은 이건희 컬렉션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아카이브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 ‘새로운 만남’을 2022년 4월과 9월에 순차 개막한다. 청주관에서는 수장과 전시를 융합한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이건희 컬렉션을 공개한다. 또 2022년 지역 협력망 미술관과 연계해 특별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까지 이건희 컬렉션 작품 정보 데이터 구축을 위한 기초 학술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연구도 병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 도록 발간과 관련 학술행사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연구 논문과 출판물로도 공유할 예정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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