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사회일반

[인간-길고양이 공존 시대]① "보호해야 할 대상" VS "불편해·더러워·시끄러"

도시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 비둘기, 개똥에 찰싹 붙어있는 파리, 비 온 뒤 아스팔트 도로에 나왔다가 생명을 마감하는 지렁이, 가끔씩 보이는 까치·까마귀·참새 등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그들을 보호하려는 자와 내쫓으려 하는 자의 갈등은 여전하다. 거리의 귀염둥이, 거리의 불청객을 넘어서 인간과 길고양이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종로구 옥인동 메트로신문 본사 옆엔 불과 직선거리 20m를 사이에 두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공고문(왼쪽)과 고양이 급식소(오른쪽)이 설치돼있다. / 박태홍 기자

#사례1

 

2015년 5월 8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옥상에서 초등학생들이 벽돌을 떨어뜨렸다. 벽돌은 한쪽에서 길고양이 집을 짓고 있던 50대 여성과 20대 남성에게 떨어졌다. 벽돌을 맞은 50대 여성은 사망했고 20대 남성은 두개골이 함몰됐다. 수사 결과 초등학생들의 철없는 장난으로 밝혀졌지만 사건 초기 캣맘 증오 범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캣맘', '캣맘 혐오'가 한동안 떠올랐다.

 

#사례2

 

한 부모가 경비원의 멱살을 잡았다. 고등학생 자녀가 한밤 중 귀가 중에 튀어나온 길고양이에 놀라 실신했다며 부모는 아파트 관리를 하지 못한 경비원 책임이라고 했다. 부모는 경비원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50만원을 요구했다. 아파트 자치회 중재로 경비원은 여학생이 귀가하는 두 시간 동안 계단에서 경계근무를 섰다.

 

-<임계장 이야기>(조정진, 2020)

image
경기도 용인시에 길고양이 학대 행위를 경고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 독자 제공  

#사례3

 

작년 7월 30일, 경기도 용인시 모 아파트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에 누군가 철조망과 벽돌을 둘러놔 접근을 막았다. 길고양이 밥을 주러 급식소를 찾은 캣맘 오 모씨는 이를 보고 항의하려 아파트 동대표 회의실을 들렀다. 동대표 할머니가 캣맘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오 모씨를 폭행했고 옆에 있던 아파트 총대표도 폭행에 가담했다.  오 씨는 이 사건으로 재판까지 진행 중이다. 

 

길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캣맘·캣대디(이하 캣맘)와 일부 시민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길고양이를 보호해야 할 귀여운 '거리의 친구'로 생각하는 캣맘과 더럽고 시끄러운 '도시의 불청객'으로 여기는 일부 시민들의 거리는 꽤나 멀어져 있었다.

 

이 같은 갈등은 캣맘 혐오 범죄, 동물 학대로 이어지고 있어 정부·지자체와 지자체가 나서 길고양이와 시민들의 공존 방법을 모색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풀숲에 숨어있는 길고양이. / 서울시 제공

◆캣맘 VS 反캣맘

 

캣맘은 거리를 떠도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먹이를 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지역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펼치는 캣맘부터, 길가다 마주친 길고양이에게 주기 위해 간식을 챙겨 다니는 캣맘까지 광범위하다.

 

사실, 길고양이가 살아가는 환경은 취약하다. 길고양이들은 도시에서 먹이 활동이 불가능해 사람들이 봉투에 싸서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뜯어 먹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골목길에도 수많은 차량이 지나다녀 길고양이의 통행을 위협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로드킬 당한 길고양이의 숫자는 11만 마리를 웃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의 경우 평균 수명이 15-20년이지만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4년이다.

 

새끼 길고양이가 생후 6개월 이후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채 50%가 되지 않는다. 비위생적인 환경·영양 부족·어미 고양이의 죽음 등 면역력이 약한 새끼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캣맘은 길고양이에게 위생적인 환경과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사료와 물을 제공한다.

 

용인시 캣맘 커뮤니티 '용인시 흥냥이' 수지구 대표 오 모씨는 "지역의 캣맘끼리 조를 짜서 고양이 급식소를 찾아 추운 겨울에 얼어 있는 물을 수시로 갈아주고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시에서 길고양이는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지난 5일 기자의 집 앞에서 만난 길고양이. 다가서자 기자를 빤히 쳐다보며 도망갔다. / 박태홍 기자

길고양이의 부정적인 모습에 주목하는 일부 시민들은 캣맘의 이런 행동이 불편하다.

 

이들의 주장도 이해가 된다. 단독주택 같은 경우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건물 밖에 내어 놓으면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다 흩뜨려 놓는다던지, 야밤에 갑자기 튀어나와 거주민들을 놀라게 하다 던지 불편한 상황을 겪는다.

 

또, 야밤에 울려퍼지는 길고양이의 교미음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정도로 소리가 크다.

 

또한 고양이는 번식력이 엄청나 생후 6~7개월 후에 발정기가 찾아오고 연중 4회까지 임신을 할 수 있다. 한 번 출산을 하면 최대 6~7마리까지 낳을 수 있다.

 

추운 겨울철에는 길고양이들이 차량 엔진이나 바퀴에 서식하면서 끼임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80대 노인 A씨는 "지하방에서 길고양이에게 참치 같은 걸 주는데 길고양이가 불쌍하지만 냄새도 나고 야밤에 갑자기 튀어나올 때가 있어 무섭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불만이다. 고양이가 그렇게 좋으면 본인 집에 데리고 가서 키우면 되는데 왜 남의 아파트, 남의 집 앞에 와서 먹이를 주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례3'에 나오는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현장을 찾았던 용인시 동물복지과 측은 "아파트의 경우에는 아파트 별로 자치 규약이 있어서 아파트에서 고양이 급식소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면 행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저희가 아무리 가서 도움을 요청해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에서 방문하면 관리사무소에서 묵인 해주든가 재량으로 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고양이에 대한 호불호가 심한 경우에는 설득하기가 어렵다"며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