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살해하고도 살아있는 척…남동생의 소름끼치는 범행
누나를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이 범행 이후 4개월 동안 누나가 살아있는 척 행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동생은 지난 25일 누나의 발인 당시 영정사진을 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지난 29일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A(27) 씨의 범행 시점이 지난해 12월로 파악됐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누나 B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의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의 시신은 이달 21일 농수로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남동생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지난 29일 A 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조사를 벌인 결과, A 씨는 누나를 살해·유기한 뒤 가족들에게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어머니에게 누나와 주고받은 것처럼 꾸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가출 신고도 취하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누나를 살해한 뒤,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다른 기기에 끼워 누나의 SNS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A 씨는 누나의 계정에 '어디냐', '걱정된다. 들어와라'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누나의 계정에 접속해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것이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시신 유기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10일간 아파트 옥상에 누나의 시신을 놓아뒀다가, 지난해 12월 말께 렌터카로 운반해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누나와 함께 살던 집은 아파트 꼭대기 층이라 옥상에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다. A 씨는 범행 후에도 평소와 같이 근무했으며, 심지어 누나의 발인 때 영정사진을 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살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며 "(범행 당일도) 늦게 들어왔다고 누나가 잔소리를 했고 실랑이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B 씨의 계좌에서 돈을 빼낸 것도 확인해, 범행과의 연관성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일단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며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추가 조사를 한 뒤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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