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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의 무기인 것을
오피니언 김종구 칼럼

[김종구 칼럼]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의 무기인 것을

잇따른 사면론에 보수 추락, 윤석열에 적폐 추궁 주장도... 선거 승리 한번에 너무 간다

박근혜-이재용은 동일 범죄 당사자다. 뇌물을 받은 사람, 뇌물을 준 사람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범죄는 이렇다.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 36억원, 정유라 말 3마리 34억원, 동계 스포츠 영재 센터 지원금 16억원. 86억원이다. 박 전 대통령엔 다른 죄도 있다. 그래서 징역 22년이다. 이 부회장은 이 죄만 있다. 징역 2년 6월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있다. 이 부회장도 거기 있다. 그랬던 둘이 또 같은 화두로 엮였다. 사면(赦免).

출발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정치권이 시작했다. 정확히는 국민의힘이 만들었다. 친박ㆍ중진들이 앞장섰다. 오세훈ㆍ박형준 시장이 전달했다. 대통령과의 오찬장에 들고 갔다. ‘해주십사’고 청했다.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시작이 명확치 않다. 그만큼 다양했다. 물론 산업계 목소리가 제일 컸다. 바이든이 띄운 반도체 전쟁이라 더 급했다. 뒤늦게 정치인 몇도 끼어들고 있다. 이것도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측정치가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물었다. 긍정-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 40.3%다. 부정-사면을 말하기에 이르다- 52.2%다. 긍정은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이다. 60세 이상, 대구ㆍ경북, 보수다. 부정엔 화이트칼라가 많다. 중도다. 불과 20일 전, 이들도 국민의힘을 밀어줬다. 결과치가 이 부회장의 그것과 비교된다. 긍정-광복절 사면에 찬성-이 70%, 부정이 26%다. 이런 흐름과 수치를 달리하는 여론조사는 없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안 믿는 쪽이 몰락한다. 작년 총선에선 보수가 그랬다. 선거 당일까지 ‘숨은 보수’를 말했다. 막상 열어보니 참패였다. 올 보궐에선 진보가 그랬다. 당일까지 ‘샤이 진보’를 말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 타박 그만해야 한다. 그냥 믿고 따라가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물은 여론조사다. ‘반대’가 많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믿어야 한다. 맞붙으려 들면 안 된다. 그런데 안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의힘 몇몇 의원이다. “탄핵될 만큼 잘 못했느냐”(서병수 의원). 탄핵 불복이다. “부끄러운 부모도 내 부모다”(홍준표 의원). 사면 요구다. 신임 오ㆍ박 시장도 그걸 들고 간 거다.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다. 1주일간 있었던 ‘사면 얘기’다. 국민이 다 지켜봤다. 그리고 냉정한 관전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추락이다. 1주일만에 4.9%포인트 낮아졌다. 민주당은 1.9%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힘 하락폭이 민주당 상승폭보다 훨씬 크다. 국민의힘에 원인이 있음이다. 전문가들도 분석에 망설이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 2020 총선의 추억이 이랬다. 선거 중반 ‘박 전 대통령 육필편지’가 등장했다. 지지자들이 감동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선거의 여왕’은 어디서도 부활하지 못했다.

‘박근혜 타임’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어차피 정치는 생물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게 현재 여론이다. 눈앞 정치를 보는 냉정함이 중요하다. 객관화를 보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2021년 4월 말 지금.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 쪽 단어다. 정당 지지 1등에 대뜸 민주당을 복귀시켰다. 흩어지던 진보층을 벼락처럼 뭉치게 했다. 꺼져 가던 대선 희망에 더없는 자신감을 줬다.

다 국민의힘에 몇 의원들 덕이다. 부끄러운 과거 끄집어 내는 의원…그래서 국민 분노 되살려 내는 의원…. 그런데 또 있다. 이걸로 모자란 모양이다. 윤석열 전 총장을 추궁하겠다고 한다. 적폐 수사 지휘를 따지겠다고 한다. 이 또한 ‘박근혜’ 신기루가 준 자신감인가. 보궐 승리 한 번에 가도 너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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