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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美 IT거인들의 반도체 개발 러시…삼성전자 선택한 동학개미

입력 2021-04-12 07:20 | 신문게재 2021-04-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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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거인들의 반도체 칩 자체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을 자체 개발 완료한데 이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반도체 독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 기기나 시스템에 최적화된 칩을 탑재하기 위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동학개미(국내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국내 주식 1위는 여전히 삼성전자다. 이들의 선택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구글 아마존 ms 페북
구글(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로고 (AP=연합)

 

◇ 구글도 MS도… 반도체 설계의 춘추전국시대

11일 니케이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인텔의 프로세서 개발부문 임원인 유리 프랭크를 구글의 서버칩 설계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프랭크는 인텔에 20년 이상 몸담았고, 최근까지도 인텔의 코어&클라이언트 개발 그룹을 이끌어왔다. 프랭크가 이끄는 구글의 서버용 칩 개발 부문은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를 다수 고용할 계획이다. 이 사업부는 프로세서 외에도 서버용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한다. SoC는 다양한 반도체 부품이 하나의 칩에 집적되는 기술을 말한다.

구글은 이미 서버에 필요한 전용 반도체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딥러닝의 핵심연산에 최적화된 텐서프로세서유닛(TPU·Tensor Processor Unit)이다. 구글 클라우드 서버용 보안칩 타이탄(Titan)도 개발 중이다. 또 네트워크 스위치 칩, 네트워크인터페이스카드(NIC) 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어칩 등 반도체 제조사에 구글 전용의 커스텀 칩을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있다. CPU(중앙처리장치)의 성능 향상 속도가 둔화되고 기존과 같은 CPU와 소프트웨어의 조합만으로는 애플리케이션의 성능 개선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면서 구글은 직접 전용칩 개발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구글의 라이벌 아마존도 같은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체 CPU인 ‘그래비톤’(Gravition·중력양자)을 개발해 클라우드의 가상머신서비스 ‘아마존 EC2’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MS가 서버용 프로세서의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도 가상현실기기 오큘러스용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정상 가동단계 진입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연합뉴스)

 


◇ 파운드리, 팹리스의 ‘하청업체’가 아니라 슈퍼갑(甲)이 되다

IT, 가전,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산업분야에서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하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업체, 즉 팹리스(Fabless)가 늘어나면 외부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는 고객이 늘어나게 된다. 주요 팹리스업체로는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AMD 등이 있다. 여기에 애플이 합류했고, 이제 반도체 설계에 뛰어든 구글, 아마존, MS도 팹리스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IT기기 수요 증가, 자동차의 전장화, IT기업의 커스텀 칩 개발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반면 공급은 제한됐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지난해 경기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했다.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설계자는 많은데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어줄 생산자가 부족하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파운드리 업계가 고가시장과 중저가 시장으로 고착화되면서 고가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단 두 업체로 좁혀졌다. 이들을 추격해오던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GF)는 각각 미국의 제재와 기술력 부족 등으로 선두주자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결국 팹리스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는 파운드리 업체의 공정 로드맵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즉 갑과 을이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한 탓에 파운드리 웨이퍼 가격은 10~15% 인상됐다. 가격이 올라도 고객사는 물량 확보가 우선인지라 인상된 가격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파운드리 가격인상은 반도체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완성품 가격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라는 것은 지난 10년간 팹리스와 파운드리 기업의 시가총액 변화를 봐도 알 수 있다. 2010년 초 주요 팹리스 기업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1408억 달러, 주요 파운드리 기업은 648억 달러였다. 현재 이들의 시가총액은 각각 8816억 달러, 6453억 달러로 6배, 10배씩 성장했다. 파운드리 기업들의 가치 성장 폭이 훨씬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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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왼쪽)와 삼성전자 로고 (AFP=연합뉴스)

 


◇ 피할 수 없는 대결, TSMC vs 삼성전자

현재는 대만의 TSMC가 기술력과 생산력에서 모두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 삼성전자가 18%로 추산된다. 나머지 대만 UMC(7%), 미국 GF(7%), 중국 SMIC(5%) 정도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TSMC간의 격차는 점차 좁혀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2022년에 공정기술이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고, 생산력은 고객사들의 레퍼런스가 확보되면서 점차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는 삼성이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게이트올어라운드’(Gate All Around·GAA) 기술로 보고 있다. GAA는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개면으로 확장시켜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구조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EUV(Extreme Ultraviolet)를 활용한 5나노 공정을 양산하고 있고, 평택 2공장에 파운드리 생산 캐파를 확장하고 있다”며 “GAA를 적용한 3나노 공정은 2022년 양산 예정인데, 예정대로라면 기술면에서 TSMC와 비슷하거나 앞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GAAFET
(자료=삼성전자,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업계에서 알려진 일반적인 GAA 구조는 게이트를 얇은 와이어(wire)로 적층하여 만들어지지만 삼성전자는 게이트를 종이처럼 얇고 긴 시트(sheet)로 적층하여 만드는 MBCFET(멀티 브릿지 채널 FET) 구조를 적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와이어 대신 시트 구조를 적용하는 이유는 3D 낸드(NAND) 수직 적층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높게 본 걸까. 올해 동학개미들의 국내 선호주식 1위는 삼성전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미들은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100일이 안되는 기간에 삼성전자를 총 15조 462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상고 포기<YONHAP NO-1590>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 기 (연합뉴스)

 


◇ 삼성전자, 미중 반도체 굴기 격돌의 한복판으로


그동안 반도체 설계에 치중해왔던 미국도 반도체 생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입한 것은 미국 정부가 최근 파운드리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반도체 생산을 자립해야 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주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처럼 보조금을 투입해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0억 달러 규모 투자로는 삼성전자나 TSMC 생산능력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텔의 시장 내 지위나 자금력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위협요인이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순 없다. 만일 미국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MS나 아마존 같은 미국 IT기업들이 파운드리를 인텔에 몰아 준다면?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12일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리는 반도체 부족사태에 대한 회의에 초청받았다. 또한 미국 상원에서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초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를 제재한데 이어 CPU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파이티움(飛騰·페이텅)과 선웨이(申威) 등 팹리스 업체들로 제재를 확대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평가절하하면서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다. 이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격돌의 한복판에 삼성전자가 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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