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임금체계 만들겠다"

정부는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을 위해 2007년부터 매년 3월 30일을 ‘사회복지사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열어왔다. 그로부터 5년만인 2012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이들의 처우 개선, 신분 보장을 위한 지원사업 등을 만들었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인천의 상황은 특히 열악했다. 2010년~2012년 인천의 지역아동센터는 교사들의 급여는 70~80만 원 수준이었다. 그나마 급여가 나오는 곳은 다행이었다. 센터를 지키기 위해 시설장과 교사들이 급여를 받지 않는 곳들은 근근이 버티는 게 전부였고, 교사들이 인천을 떠나면서 문을 닫는 곳도 수두룩했다.

이때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가 열악했던 건 정부가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지원을 절반으로 줄인 이유도 있지만, 모라토리엄(부도)을 선언하네 마네 할 정도로 열악한 인천시 재정 탓도 컷다. 당시 인천과 달리 서울과 경기도는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은 맞출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인천시장이 바뀌는 동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실력을 키워 온 사회복지사들이 인천을 떠나는 일이 늘었고,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필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인천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공감했던 박남춘 시장이 2018년 취임 직후부터 연차별 계획을 세워 제도적 지원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인천의 5인 이하 소규모 지역아동센터 178곳 종사자 500여 명의 급여를 정부 기준 91%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기존엔 80% 수준이었다. 십수년 동안 급여 체계조차 없던 이들에게 호봉도 적용해 연차가 쌓일수록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 개선 3개년 계획’이 시작된 올해부터는 스케일이 더 커졌다. 올해만 117억 원을 들여 장기근속자 당연 승진, 연장근무수당 확대, 유급 병가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까지는 정부 권고 기준의 100%까지 인천의 모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급여를 맞출 계획이다.

이런 변화의 뒤엔 이배영(51) 인천사회복지사협회장이 있었다. 이 회장은 박 시장 후보 시절부터 인천 사회복지사들의 현실을 알리고 그를 설득했다. 이후 인천시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눈에 띄는 제도 개선을 이끈 이배영 협회장을 중부일보가 만났다.
 

-인천사회복지사협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구성된 법정단체로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지방협회다. 1975년 1월 인천사회사업가협회로 창립해 1985년 인천사회복지사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회원 모두가 자격증을 가진 사회복지사들이다. 근본적인 목표는 인천의 복지 발전이며, 협회원들의 권익신장과 처우 개선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정부 사무를 위임 받아 매년 사회복지사들의 보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4100의 교육을 진행했다."

-최근 2~3년 동안 인천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가 상당히 개선됐다
"박남춘 시장의 의지가 강했고, 인천시 공직자들이 이를 받아 의욕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시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장인 행정부시장이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 개선 3개년 계획의 틀을 잡았고, 내가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협회 차원에서 박 시장 후보 시절부터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을 어필했다. 전임 유정복 시장 때부터 줄곧 요구해왔던 내용이어서 공직자들도 어느 정도 개념이 잡혀 있었다. 이걸 박 시장이 과감하게 꽃을 피웠다."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나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는 재원의 절대 규모,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지도자의 마인드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복지는 많은 부분이 공공재원으로 이뤄지는데, 중앙과 지방정부가 함께 예산을 투입한다. 이때 지방정부가 복지 예산을 줄이기 위해 매칭사업을 포기하면 정부 예산마저 가져올 수 없다. 인천은 수년 전만 해도 사회복지사들의 월급이 서울시와 경기도에 비해 50만 원 이상 낮았다. 인천시 재원의 절대 규모도 작았고, 예산에서 복지 분야의 우선순위가 밀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천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실력을 키운 사회복지사들이 서울과 경기도로 빠져 나갔다. 이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이들의 처우 개선뿐이었다."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으로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나
"이들의 처우 개선은 복지 서비스의 질적 성장에 직결된다. 사회복지사들은 지역의 소외계층을 섬기고 있다. 섬김이 더 따뜻해지려면 그들 스스로도 행복해야 한다. 과거엔 사회복지사들에게 의무만을 요구하면서 최저시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했다. 복지사들끼리 결혼하면 바로 기초수급자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이유다. 우리 사회가 복지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면 더 이상 복지사들에게 의무만을 강조해선 안된다. 그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정당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게 있나
"복지를 바라보는 지방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복지 분야는 점차 전문화하고 있다. 특히 공공의 복지기관은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기관장 자리를 지자체장 보은 인사, 공무원들의 퇴직 이후 보신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일이 있다. 반드시 사회복지사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기관장을 맡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들도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을 것이고, 그 전문성이 기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복지기관의 장이라면 최소한의 복지마인드를 반드시 갖춰야 한단 얘기다. 행정업무 처리하듯 복지업무를 대하면 복지 서비스는 따뜻함을 잃게 된다."

-지방정부의 인식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소통이다. 과거 공직자들은 복지를 공공이 베푸는 시혜쯤으로 여겼다.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사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힘들었고, 입바른 소리를 하면 갑질이 돌아왔다. 사회복지사들도 과거 행정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양측의 간극을 줄이고 이해도를 높이려면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관협력, 워크숍 등을 통해 평소 자주 만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또 지방정부가 사회복지사들을 현장 전문가로 인정해야 한다. 복지 현장에선 정말 다양한 상황이 일어난다. 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사회복지사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천의 자산이다. 정책 개발이나 복지환경 개선에 이들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

-본인도 공무원 출신 아닌가
"1996년 인천시교육청에 교육행정직 9급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13년 8개월을 근무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아 재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들어가면서 직업을 바꿨다. 박사학위는 지방정부 정책으로, 석사는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내가 교육청에 있을 때만 해도 공직사회의 복지 인식은 바닥이었다. 2012년 협회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사회복지사들의 현실을 알게 됐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소명의식과 주변의 권유로 2017년 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까지 됐고, 지난해 재선까지 성공했다. 성과를 냈기에 협회원들의 재신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직 경험과 지방정부 정책을 전공한 게 도움이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단일 임금체계를 만들고,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협회원을 늘리는 것이다. 서울은 이미 모든 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임금 체계가 동일하다. 급여 수준도 정부 권고 기준의 110% 수준이다. 재원 규모와 서울시장의 복지 마인드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인천도 박남춘 시장이 확고한 의지가 있어 ‘인천형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 복지를 위해서는 진성회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현재 인천에 자격증을 보유한 사회복지사들은 4만6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협회원은 3만3천400명인데, 매년 회비를 내는 진성회원은 2천505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7년 1천440명에서 1천 명 넘게 는 수치다. 협회가 성과를 내면서 진성회원이 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진성회원이 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면 사회복지사들의 처우와 인천의 복지 환경이 개선되는 데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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