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보험법에서 정한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은 ‘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다. 이 기간을 넘겨 육아휴직급여를 청구한 경우에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 규정(고용보험법 70조2항)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인지, 아니면 신청기간을 지킬 것을 촉구하는 훈시규정인지가 쟁점이 되면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금아무개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장을 상대로 낸 육아휴직급여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금씨는 2014년 10월21일 자녀를 출산해 그해 12월30일부터 이듬해 12월29일까지 육아휴직했다. 금씨는 2017년 2월24일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했으나 고용센터가 고용보험법 70조2항을 근거로 부지급 결정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 2심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라며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줬다. 법 해석은 가능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대법관 다수는 “법률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 사건 조항은 일정기간 내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일정한 기간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보는 게 바람직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박상옥·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흥구 대법관은 “이 조항은 육아휴직 기간 중의 생계지원이라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1년의 기간 내에 신청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의 절차적 규정”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휴직급여 청구권은 재산권적 성격을 띠고 있어 훈시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측은 “이 사건은 대법원이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과 관련한 규정의 성격을 최초로 밝힌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심은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은 제척기간으로 볼 수 없고, ‘신청기간 내 신청할 것’ 역시 강행규정으로 볼 수 없다”며 “조기 신청을 촉구하는 의미의 훈시적 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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