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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사장님+] 백수에서 연매출 50억 CEO… '설린호' 이야기

백수 아버지, 블로그 육아일기 '인생 전환점'
보릿고개 시절, 무일푼 창업… 몸으로 정면돌파
"진심 담긴 콘텐츠‥마케팅 기본에 충실"… 중견기업 우뚝

 

 "아이에게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조차 사줄 돈이 없을 때도 있었죠."

 

광고대행사 '설린호컴퍼니'의 이용훈 대표는 10년도 지난 과거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백수로 지내며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다. 광고인으로서 발을 들인 건 우연찮은 기회였다. 아이 사진을 저장해둘 용도로 사용했던 블로그가 인생을 바꿨다. 

 

매일 매일 아이의 사진을 올리고, 일기처럼 아이의 성장일기를 작성하다 보니 점차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명이었던 블로그 이웃이 10명, 100명, 1000명으로 불어났다. 그 무렵 네이버 쪽지 한 통을 받았다.

 

"부천 원종동에 위치한 한 삼겹살집입니다. 넉넉한 식사를 제공해 줄 테니 매장에 놀러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후기 하나 작성해 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올린 후기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그 덕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사장님이 감사하다고 전화까지 왔다.

 

"그때 알게 됐습니다. 블루 오션이라는 것을요."

 

두 번째 쪽지가 도착했다. 부천역의 '부즈인○○' 레스토랑이다. 전과 똑같이 매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섰는데 갑자기 객기와 용기가 생겨났다.

 

블로거 체험단을 통해 SNS 홍보를 하고 있는 사장님께 "이들 업체에 대해 불만이 없냐"고 대뜸 물었다. 담당자의 잦은 연락 부재, 원활하지 못한 섭외 등 한탄과 하소연을 듣게 됐다.

 

"그럼 저에게 맡겨 보시는 건 어떠세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백수였지만 '광고회사 대표'라고 소개한 후 결국, 첫 거래처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때 대표라고 왜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승부를 보고 싶었던 걸까요?"

 

광고효과를 누린 거래처 음식점이 다른 가게도 소개시켜 주면서 네트워크를 늘려나갔다. 연남동의 '빌라더○○'를 비롯해 5개월이라는 짦은 시간에 30곳의 매장과 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젠 규모가 달라졌다. 거래처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체계를 갖춰야 했다. 연수동에 위치한 무보증의 월 22만 원짜리 원룸을 사무실로 쓰고,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었다.

 

많은 광고회사들이 텔레마케터와 문자를 활용해 영업에 나섰지만, 방법도 몰랐고 그 만큼 자본도 없었다. 동사무소에서 극빈자로 지정받아 월 일정 금액을 지원받아서 먹고 살 정도로 생활고가 팍팍했으니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냥 몸에 맡겼다. 튼튼한 두 다리로 달려나갔다. 프린터를 하나 구매해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번화가로 나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하루에 300부씩 부지런히 돌렸다. 문이 닫힌 음식점에 제안서를 꽂아 놓고 오는 식이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제법 온라인 마케팅 회사 사이에서는 중견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설린호컴퍼니는 매달 300군데가 넘는 음식점 광고를 진행하고 있으며, 온라인 광고 연 매출은 48억 원에 육박한다.

 

마케팅 작업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음식점에서 계약 의뢰가 들어오면 전문 촬영팀을 보내 생생하고 다양한 사진을 찍는다. 그런 다음 음식점의 장점과 사장님이 부각하고 싶은 점들을 종합해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 작가가 원고를 작성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완성된다. 어벤져스라고 통칭하는 파워블로그들에게 전달하면 그때 광고 집행 비용을 받는다.

 

이 대표는 "마케팅에도 요령이 있다"며 "무턱대고 자신의 가게나 제품의 장점만 드러내 과대 홍보를 하거나 가격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은 좋은 마케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부할 수 있지만 마케팅의 기본 원칙은 고객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해시태그와 타겟층 선별도 중요하지만 우선 진심이 담긴 콘텐츠를 제공해야 사람들이 광고를 믿게 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진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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